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유사체 성분으로 만들어진 일라이 릴리의 당뇨병 치료제 '트루리시티'는 다이어트약으로도 인기다./위키미디어

의료계와 제약업계가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 당뇨병 치료제가 비만 치료에 이어 약물이나 알코올 중독 증상도 완화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는 28일(현지 시각) "다이어트약으로도 알려진 GLP-1 유사체 당뇨병 치료제가 중독 퇴치에 효과가 있다는 징후가 나타났다"며 "보다 강력한 화합물이 담배나 알코올, 오피오이드, 코카인 사용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시험이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GLP-1은 위·소장에서 음식을 먹으면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이와 유사한 형태의 당뇨병 치료제는 지난 2005년 시장에 처음 출시됐다. 이후 비만에 대한 치료 효과도 확인되며 미 식품의약청(FDA)의 승인을 받았다. 현재 당뇨병과 다이어트약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면서 약물 부족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한편 당뇨병이나 체중 감량을 위해 GLP-1 유사체를 복용하는 일부 환자에게서 알코올이나 니코틴과 같은 물질에 대한 갈망이 감소했다. 중독 퇴치에도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실마리를 발견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초기 임상시험 대부분은 실패로 돌아갔지만, 더욱 강력한 화합물인 세마글루타이드와 그 유사체가 담배나 알코올, 코카인 사용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예상한다. 관련해 현재 최소 9건의 2상 임상 시험이 진행 중이거나 계획되고 있다.

W. 카일 시먼스 미국 오클라호마주립대 보건과학센터장은 "새로운 실험의 결과가 긍정적이라면 정신의학에 큰 변화를 가져왔고, 대중 문화의 일부가 될 정도로 항우울제 사용량을 높인 프로작(Prozac)과 비슷한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FDA의 승인을 받은 알코올 중독 치료제조차도 소수의 사람에게만 효과를 보인 만큼, GLP-1 유사체의 중독 치료 효과가 확인되면 시장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GLP-1 유사체가 중독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살피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연구자들은 GLP-1 유사체가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친구들과 어울리는 활동을 유도하는 보상 경로를 억제해 체중 감량을 촉진한다고 예상한다. 패트리샤 그릭슨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의과대학 교수는 "중독은 뇌의 보상 경로를 탈취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며 GLP-1 유사체와 중독 사이의 연관성을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