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한국인의 주요 사망원인인 심근경색을 면역반응 조절만으로 치료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심근경색 치료제 시장 규모가 2조6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신약개발에서의 약진이 기대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정윤기 생체재료연구센터 책임연구원과 박훈준 가톨릭대 의과대학 교수 공동연구팀이 섬유아세포로부터 유래된 나노소포체를 활용해 면역반응을 조절하는 방식의 새로운 심근경색 치료법을 개발했다고 6일 밝혔다. 섬유아세포는 결합 조직의 섬유를 생성하는 인체 내 세포를, 나노소포체는 세포 내에서 특정 물질을 운반하는 0.001㎜ 크기의 소포체를 말한다.
심근경색은 한국 성인의 돌연사 원인 1위 질환으로, 관상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혀 심장근육에 공급되는 혈액이 부족해 발생한다. 초기 사망률은 30%에 이르고 치료하는 경우에도 발병자 5~10%가 목숨을 잃는다. 특히 심근경색 환자는 지난해 12만6342명으로, 5년 전인 2017년(9만9647명)보다 26.8% 증가했다.
심근경색 치료제 시장도 나날이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테크나비오에 따르면 전 세계 심근경색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26년까지 20억2000만달러(2조6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최근에는 줄기세포 유래 나노소포체를 이용한 치료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데, 줄기세포의 대량생산이 어려워 경제성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다.
연구팀은 생화학적 변화로 자살하는 사멸세포를 원료로 하는 나노의약품으로 심장근육의 염증반응을 줄이는 방법을 개발했다. 이 반응은 허혈성 심근경색 질환 부위에 펩타이드와 대식세포 섭식을 유도하는 물질을 섬유아세포에 부착하면서 발생했다. 펩타이드는 대사와 생명현상에 관여하는 아미노산이 결합한 생체 구성 물질을, 대식세포는 세포의 자연 치유에 관여하는 세포를 의미한다.
연구팀이 개발한 나노소포체는 섬유아세포의 세포사멸을 유도해 항염증 특성을 가지면서도 심근경색 부위의 대식세포에 전달될 수 있다. 동물실험 결과, 대조군과 비교해 4주 동안 좌심실 수축력이 1.5배 증가해 심박출량이 개선됐다. 또 심근경색 부위에서 염증 완화 효과가 나타났고 섬유화가 감소하는 등 심장 기능이 향상됐다.
정윤기 책임연구원은 "세포자살이 유도된 세포로부터 생산한 나노소포체로 줄기세포가 아닌 일반 세포를 이용해 대량생산이 가능하다"며 "향후 임상시험 등 치료의 유효성과 안전성 검증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나노 및 소재기술개발사업'과 세종과학펠로십사업의 지원을 받았다. 연구성과는 재료 분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 6월호에 게재됐다.
참고자료
Advanced Functional Materials, DOI: https://doi.org/10.1002/adfm.2022108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