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이 의료 현장의 보조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가운데 의사가 놓친 유방암을 AI가 찾아낸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근 발병률이 증가하고 있는 유방암은 조기 발견할 경우 생존율이 90%에 달하는 만큼 AI의 역할이 크게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루닛의 유방암·폐암 검출 AI 솔루션을 도입한 사우디아라비아 보건부(MoH) 산하 가상병원 모습./루닛

인공지능(AI) 기술이 의료 현장의 보조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가운데 의사가 놓친 유방암을 AI가 찾아낸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근 발병률이 증가하고 있는 유방암은 조기 발견할 경우 생존율이 90%에 달하는 만큼 AI의 역할이 크게 주목받고 있다.

1일(현지 시각) CNN에 따르면 스웨덴 룬드대 연구팀은 AI가 유방 X선을 분석했을 때 의사보다 유방암을 20% 더 많이 발견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는 종양학 국제학술지인 더랜싯 온콜로지(The Lancet Oncology)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2021년 4월~2022년 7월 여성 8만여명이 촬영한 유방조영술(mammography) 영상을 연구에 활용했다. 이를 두 그룹으로 나눠 절반은 AI가 판독하고, 나머지는 경험이 많은 의사·방사선사가 직접 판독해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그 결과 AI 판독 그룹의 검사자 1000명한 암 발견율은 6명, 의사·방사선사 그룹은 1000명당 5명으로 나타났다. AI 판독 그룹이 의료진 그룹보다 20% 더 많은 암을 발견한 것이다. 판독 업무량도 의료진 그룹보다 44% 적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크리스티나 롱 룬드대 방사선학 교수는 "AI를 활용하면 유방암을 최대한 빨리 정확하게 발견해 환자에게 최적의 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데다, 의료진의 업무 부담도 덜어준다"며 "AI로 4만개의 유방 X선 영상을 판독할 경우, 의료진 2명이 AI 없이 직접 판독하는 것보다 판독 기간을 4~6개월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유방암 검사의 기본으로 여겨지는 X선 촬영으로는 유선조직이 모두 하얗게 보여, 그 안에 가려진 유방 질환 파악이 어렵다. 특히 유선조직이 많고 지방조직이 적은 치밀유방에서는 난도가 더 높다. 국내 여성의 약 70%가 이 치밀유방을 갖고 있다.

이렇다 보니 일반 유방암 검사는 의사나 방사선 전문가의 주관적 판단에 의존해야 하는 만큼 진단 편차가 크다. 미국국립암연구소(NCI)에 따르면 암을 발견하지 못하고 놓치는 사례가 전체 건수의 20% 이상 발생한다.

로라 히콕 뉴욕대 랑곤의료센터의 유방암 방사선 전문의는 "전 세계 고령화로 유방암을 비롯한 암 검사 건수가 증가하면서 의료 현장에서 AI 기술은 필수 수단이 됐다"며 "AI 판독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R&D)이 더욱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AI 유방암 판독 기술은 국내외 여러 기업이 개발하고 있다. 헝가리의 AI 소프트웨어 회사인 카이론 메디컬 테크놀로지가 대표적이다. AI가 엑스레이에서 포착되지 않은 잠재적인 유방암의 징후를 인식하고 표시해 의료진에게 알려준다. 2021년부터 AI가 방사선 전문의가 놓친 암을 발견한 사례는 22건이며, 현재 40여건을 추가 분석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루닛과 카카오브레인이 선도하고 있다. 루닛은 유방암 진단 솔루션인 '루닛 인사이트 MMG'을 개발해 전 세계 40개국, 1500여개 의료기관에서 사용 중이다.

앞서 루닛도 AI 영상진단이 초기 암 영상 판독 정확도를 높였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루닛 인사이트를 활용할 경우 초기 유방암 검진율이 90%에 달했다. 기존 흉부 엑스레이와 유방촬영술을 통한 의사의 판독 정확도인 70%를 상회하는 수치다. 유방암뿐 아니라 폐암에서도 환자 조기발견율이 5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폐암도 1·2기 진단에 성공하면 5년 생존율이 3·4기보다 4.3배 높아지는 만큼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카카오브레인은 대규모 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해 사고·판단하는 AI인 초거대 AI 모델의 파운데이션 모델을 만들기 위해 전 세계 최대 규모의 흉부 엑스레이 데이터셋을 기반으로 국내외 11개 이상의 병원들과 공동 연구를 하고 있다. 초거대 AI를 활용해 유방암을 비롯한 질병을 타깃으로 연구 개발을 진행하고, 나아가 일반적인 질병에 대한 판독 및 진단을 지원하는 것으로 연구 범위를 확장할 예정이다.

참고 자료

The Lancet Oncology(2023), DOI: https://doi.org/10.1016/S1470-2045(23)00298-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