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에피스가 미국 제약사인 바이오젠의 바이오시밀러(바이오 복제약) 사업부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만에 하나 인수에 성공하면 삼성은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바이오 의약품 개발을 맡고,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가 생산을 맡는 것에 이어 독자 글로벌 판매망 확보라는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 인수 규모는 1조원 미만으로 추정된다.
2일 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최근 바이오젠으로부터 바이오시밀러 사업부 인수를 제안받았으며, 인수를 위한 조직을 구성하고 실사를 마쳤다. 바이오젠은 첫번째 알츠하이머 치료제, 아두헬름 상업화 실패 이후 경영에 어려움을 겪어 왔으며, 비주력 사업부서인 바이오시밀러 사업부를 매물로 내놓은 상태였다.
바이오젠은 아두헬름 실패에 이어 기존 캐시카우인 다발성경화증 제품군의 매출 하락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려고 작년 11월에 크리스토퍼 비바허스(Christopher Viehbachers)를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하고, 대대적인 사업 재조정에 나섰다. 지난달 임직원의 10%가 넘는 1000명을 정리하는 구조조정을 발표했고, 얼마 전엔 희귀 신경계질환 치료제 개발기업을 73억달러(약 9조원)에 인수하는 계획도 공개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이번 인수를 검토하는 것은 수익성 제고의 목적이 커 보인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글로벌 시장에 바이오시밀러 7종을 출시했지만 유럽 시장은 바이오젠, 미국 시장은 오가농을 통해 판매하면서, 벌어 들인 수익은 이들 업체와 절반씩 나눠 가졌다.
그러다보니 매출이 늘어나더라도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힘에 부쳤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올해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10% 늘어났지만 영업이익은 28% 감소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바이오를 제2의 반도체로 육성하겠다는 ‘삼성’으로서는 글로벌 직판망 구축에 대한 고민이 컸다. 글로벌 빅파마의 반열에 오르려면, 자체 판매망도 갖춰야 한다.
바이오젠은 삼성이 2012년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할 당시 합작사로 지분을 공동 투자한 기업이기도 하다. 바이오젠으로서는 매각 이후 내부 직원들의 이탈과 동요도 막을 수 있다. 이번 인수·합병(M&A) 거래가 성사되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글로벌 판매 전문인력을 300여 명 확보하게 된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매출과 수익성도 대폭 개선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지난해 바이오젠의 바이오시밀러 사업부는 7억5100만달러(약 96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