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호텔에서 열린 중남미 의료진 대상 학술행사에 곽달원 HK이노엔 대표와 연구개발(R&D) 총괄인 송근석 전무, 건국대병원 성인경 교수가 참석했다./ HK이노엔 제공

지난 21일 서울 중구 을지로 HK이노엔 서울사무소에 중남미계로 보이는 남녀 30명이 나타났다. 이들 무리의 정체는 멕시코와 페루, 콜롬비아에서 온 의사들이다. 지난 18~21일 3박 4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은 이들은 카르놋 임직원들과 함께 HK이노엔 오송공장과 서울사무소를 잇따라 방문했다. 이들 일행은 역류성 식도염에 관한 학술정보를 공유하는 학술행사에도 두 차례 참석했다.

이들 중남미 의사들의 이날 방문은 HK이노엔(195940)이 개발한 역류성 식도염 치료제인 케이캡을 판매하는 중남미 현지 파트너사인 카르놋의 요청에 따라 이뤄졌다.

일행 가운데는 멕시코 기능성운동질환학회장을 지낸 호세 마리아 레메즈 트로체(Jose Maria Remes Troche) 베라크루즈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도 포함됐다. 레메즈 교수는 "역류성 식도염 환자를 위한 새 치료제(케이캡)가 멕시코에서 새 바람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레메즈 교수는 일정 중 서울아산병원도 찾았다.

케이캡은 지난 2018년 허가받은 국산 30호 신약이다. 역류성 식도염 치료에 쓰이는 칼륨경쟁적위산분비 차단제(P-CAB)로는 첫 국산약인데, 해외로 시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HK이노엔은 지난해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시장에 진출하며 동남아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올해는 중남미 진출 원년으로 정했다.

올해 1월 멕시코에서 품목허가를 받은 케이캡은 지난 5월부터 본격적인 처방이 시작됐다. 지난 21일에는 페루에서도 품목허가를 받았다. 현지에선 '키캡(Ki-CAB)'이라는 제품명을 쓴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중남미 파트너 역할을 하는 카르놋은 케이캡 출시 첫해 중남미 오피니언 리더인 내과 의사들에게 제품을 각인시키려면 뭔가 특별한 이벤트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호세 마리아 레메즈 트로체(JOSE MARIA Remes Troche)' 멕시코 베라크루즈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트위터 캡처

지난 18일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호텔에서 열린 학술행사에는 곽달원 HK이노엔 대표와 연구개발(R&D) 총괄인 송근석 전무를 비롯해 건국대병원 성인경 교수와 연세의료원 소화기내과 이상길 교수가 함께 참여했다. 멕시코국립대(UNAM)에서 전문의 과정을 거친 레메즈 교수는 중남미에서 소화기 내시경과 위염, 대장염, 담관 질환의 권위자이자 '케이캡 전도사'로 활동하고 있다. 레메즈 교수는 한국을 방문하기 전인 지난달 30일에도 멕시코 푸에블라주에서 열린 소화기학회에 참석해 케이캡의 효능을 소개했다.

지난 20일 오송공장 견학을 다녀온 일행은 이튿날인 21일 HK이노엔 서울사무소에서 콘퍼런스를 한 번 더 열었는데 이 자리에서는 멕시코 의사 2명이 나서 현지 실제 처방과 치료 사례를 공유했다. 김재준 삼성서울병원 교수도 이 자리에 참석해 현지 의사들의 질문에 응답했는데, 질문과 답변 시간만 약 1시간이 넘을 정도로 현지 의사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중남미는 요즘 국내 제약사들 사이에 가장 주목받는 지역이다. 멕시코와 브라질, 칠레 세 나라의 의약품 시장 규모만 2019년 기준 연간 49조원에 이를 정도로 크다. 미국 기업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자국으로 생산시설을 옮겼는데 이후 미·중 갈등이 본격화되자 생산시설을 이들 중남미 국가로 옮기고 있다. 그 결과 인건비가 저렴한 멕시코가 수혜를 톡톡히 받고 있다.

대웅제약(069620)은 최근 현지 파트너사인 목샤8와 나트륨 포도당 공동수송체(SGLT)-1를 억제하는 당뇨병 치료제인 '엔블로'를 멕시코에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대웅제약의 역류성 식도염 치료제인 펙수클루는 멕시코에 품목허가신청(NDA)을 해둔 상태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브라질에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SC'(성분명 인플릭시맙)를 출시했고,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는 지난 2월 칠레 공공보건청으로부터 4가 세포배양 독감 백신 '스카이셀플루4가 프리필드시린지'의 품목 허가를 받았다. SK바이오팜(326030)은 지난해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의 중남미 수출 계약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