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현지 시각 한국바이오협회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가 미국 보스턴에서 공동 개최한 '2023 한국 바이오벤처 파트너십(KBTP 2023)' 행사에서 로버트 랭거 MIT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 염현아 기자

"창업을 한다면, 처음부터 크게 하려고 하지 마세요. 작은 규모부터 시작하세요. 그리고 독자적인 플랫폼 기술을 갖고 플랫폼 사업에 도전하세요."

모더나 공동 창업자인 로버트 랭거(Robert Langer)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가 지난 7일(현지 시각) 한국바이오협회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가 미국 보스턴에서 공동 개최한 '2023 한국 바이오벤처 파트너십(KBTP 2023)' 행사에서 성공적인 바이오 벤처 투자의 정석을 묻는 질문에 "플랫폼 기술은 플러그 앤드 플레이(Plug and play·꽂으면 바로 실행된다는 뜻)"라며 이렇게 답했다.

랭거 교수는 메신저리보핵산(mRNA)을 평생 연구한 학자로, 지난 2010년 누바 아페얀 플래그십 파이어니어링 회장 등과 모더나를 공동 창업했다. 모더나는 지난 2020년 mRNA 기반의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성공하면서 글로벌 빅파마의 반열에 올랐다.

플러그 앤드 플레이는 별도의 연결 과정 없이 컴퓨터에 장착해 쓸 수 있는 하드웨어다. 제약 바이오 업계에서 '플랫폼'은 의약품 개발에 쓰이는 기반 기술을 뜻하는데 모더나가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할 때 쓴 mRNA 기술이 바로 플랫폼이다.

랭거 교수는 "플랫폼 기술이 있으면 투자 자금 모집의 기회도 많고, 좋은 지식재산권이 될 수 있고, 어떤 의약품을 개발하겠다는 원칙을 증명할 수 있는 배경이 된다"고 설명했다. 랭거 교수는 모더나의 성공 비결에 대해서는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도, 끈질기게 계속 노력하고 또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랭거 교수는 한국 정부의 바이오 클러스터 육성 정책에 대한 질문에는 "몇 주 전 윤석열 대통령이 보스턴을 방문했을 때 이와 관련해 여러 얘기를 나눴다"라며 "(한국 정부의 한국판 보스턴 클러스터 육성) 정책에 공감한다"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은 보스턴 MIT를 찾아 랭거 교수를 비롯해 반도체 연구의 권위자인 아난타 찬드라카산 MIT 공대 학장, 합성생물학의 창시자 제임스 콜린스 교수를 만났다. 이 자리에는 MIT 한국인 최연소 박사인 윤송이 엔씨소프트 최고전략책임자(CSO)도 참석했다.

랭거 교수는 "윤 대통령이 그 자리에서 좋은 질문을 여러 개 던졌다"며 "바이오산업 육성을 위해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정부가 정책 지원을 한다는 건, 좋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부 정치인들은 제약사가 큰돈을 벌어선 안 된다, (백신 개발) 특허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라며 "훌륭한 특허 시스템을 갖추는 것은 양도소득세를 낮추는 것보다 산업 발전에 훨씬 이득일 것"이라고 말했다.

랭거 교수는 지식재산권을 보호하는 특허법 없이는 미국이 지금과 같은 발전을 이룩할 수 없었을 것이란 설명도 이어갔다. 그러면서 미국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이 역사상 가장 중요한 사건 중 하나로 '특허법'을 꼽은 것을 사례를 들었다. 랭거 교수는 벤처 자금조달의 핵심 요소로는 '사람과 아이디어, 지적 재산, 훌륭한 사업가'를 제시했다. 그는 모더나의 성공 배경으로 '좋은 기술'을 꼽았고, "한국은 이미 우수한 인재들을 보유했다"며 추켜세우기도 했다.

이날 행사는 바이오 USA에 참가한 한국 바이오 기업을 위한 부대 행사로 꾸려졌다. 랭거 교수 간담회는 한국 바이오벤처인 멥스젠의 김용태 대표와 대담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멥스젠은 MPS(생체모사칩) 선두주자로, 랭거 박사가 공동 창업주다. 김 대표는 "멥스젠은 RNA 물질 등을 체내 특정한 곳에 안전하게 배달하는 나노입자 플랫폼 대량 생산에 연구의 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랭거 교수 대담 이후에는 한국 바이오벤처 기업 발표와 벤처캐피탈인 노보 벤처스와 오메가 펀드, RM 글로벌, J&J 등 생명과학 분야 투자사 관계자의 투자 관련 질의 응답, 이후 법무법인 주재로 임상 규제 정책 현황에 대한 분석도 이어졌다. 노보벤처스는 삭센다를 개발한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 산하의 벤처캐피탈 펀드다. 주로 미국과 유럽의 제약 바이오 기업에 투자하는데, 500만 달러(약 65억원)에서 3000만 달러(약 388억원) 규모의 투자를 해 왔다. 오메가 펀드와 RM 글로벌은 생명과학 분야에 주로 투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