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혜련 삼성바이오팜 미국 법인장은 8일(현지시간)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 2023'(이하 바이오USA)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삼양바이오팜 제공

삼양바이오팜이 최근 짧은 간섭 리보핵산(siRNA), 메신저리보핵산(mRNA) 방식의 핵산 치료제 개발에 쓸 수 있는 독자 플랫폼을 개발해 동물 임상을 마쳤다. 독자 개발한 약물 전달체(플랫폼) 기술을 바탕으로 신약 개발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조혜련 삼양그룹의 바이오팜 연구소장 겸 미국법인장은 7일(현지시각)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독자 개발 약물 전달 플랫폼 '센스(SENS)'를 공개하며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

삼양홀딩스의 의약품 계열사인 삼양바이오팜은 지난 1993년 세운 의약바이오연구소에서 약물전달시스템을 연구해 왔다. 지난 2018년 미국 보스턴에 법인을 세운 보스턴 1세대 기업으로 통하지만, 바이오USA 행사에 참가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조 소장은 "(삼양그룹이)신약 연구개발(R&D) 방향을 약물 전달체(플랫폼)으로 정했다"며 "꾸준한 협력을 통해 공동개발에서 신약 개발 회사로 진화하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삼양바이오팜의 SENS는 mRNA와 같은 유전 물질을 특정 세포로 전달하는 플랫폼이다. mRNA는 세포 안에 들어가 특정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정보를 가진 물질로, 치료제로 개발하려면 세포 안까지 안전하게 전달할 '플랫폼(전달체)'이 필수적이다.

화이자와 모더나는 mRNA 전달플랫폼으로 'LNP(지방 나노입자)'를 사용한다. 얇은 지질로 RNA를 감싸서 전달하는 식인데, 드물게 독성이 발견돼 문제가 됐다.그래서 LNP를 대체할 전달체로 주목받은 게 리포솜인데, SENS는 이보다 한단계 더 발전한 형태라는 것이 조 소장의 설명이다.

그는 "SENS는 리포솜형태가 아닌 나노파티클 형태라고 생각하면 된다"라고 말했다. 삼양그룹은 지난 4월 LG화학과 mRNA 기반 항암신약 공동개발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LG화학이 삼양의 mRNA 전달체(나노레디)기술을 활용해 항암 신약을 개발하는 식이다. 삼양은 LG화학으로부터 계약금과 단계별 마일스톤을 받는다.

조 소장은 "(LG화학과 공동개발하는) 암 백신이 현장(field)에서 효능을 보이고 있다"며 "서둘러 경쟁력 있는 제품을 내놓으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소장은 이어 "(나노레디의 경우) 동물실험에서 효능을 확인했기 때문에 유효성에는 자신있다"고 강조했다.

조 소장은 '항암 백신' 전문가로 통한다. 연세대 생화학과 학사,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물공학 석사, 미국 뉴저지의대(UMDNJ-Robert Wood Johnson Medical School) 생화학과 박사를 받은 조 소장은 미국 샌디에이고의 솔크연구소와 화이자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후 지난 2018년 삼양바이오팜에 합류했다.

조 소장은 "암 백신은 암을 예방한다기보다, 백신을 맞으면서 암을 억제하는 치료제의 개념"이라며 "팬데믹을 겪으면서 mRNA 플랫폼의 중요성이 입증됐고, 앞으로 백신 뿐만 아니라 다른 의약품도 mRNA로 만드는 것에 더 많은 잠재력이 있지 않을까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항암백신이 mRNA플랫폼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있고, (글로벌 제약사들이) 임상 3상을 준비하고 있는만큼 보편화되는 시기가 가까워질 것으로 본다"며 "대사성 질환도 mRNA 방식의 치료제가 임상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조 소장은 약물전달체 연구에 집중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연구개발에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점에, 차별성을 강조할 수 있는 분야가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고, 미국에 있으면서 가장 달라진 점이 무엇이냐고 묻는 질문에는 "한국이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분야에서 세계 1 2위 다툴 정도의 입지를 갖고 있게 된 것이 강력한 변화 중 하나"라고 말했다.

삼양바이오팜은 전세계 녹는 실(생분해성 봉합사) 원사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이다. 전세계 45개국 190개 기업에 약 5000만 달러(약 625억원) 규모의 녹는 실 원사를 공급한다. 이 밖에 식물세포 배양기술을 이용한 항암제 원료 물질 '파클리탁셀'과 피부 탄력과 주름 개선 목적의 리프팅 실 '크로키'도 삼양그룹의 제품이다. 파클리탁셀은 국내 독성 항암제 분야에서는 블록버스터로 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