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 앱클론 연구소장이 4일(현지 시각)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미 임상종양학회('ASCO) 2023'에서 기자에게 설명하고 있다. / 앱클론

국내 항체 신약 전문 벤처인 앱클론(174900)이 개발 중인 'CAR(키메라 항원 수용체)-T세포' 치료제의 효과가 '꿈의 항암제' 킴리아를 뛰어넘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존 CAR-T 치료제로 효과를 보지 못하던 환자에게 새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앱클론은 5일(현지 시각)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미 임상종양학회(ASCO 2023)에서 CAR-T 치료제 'AT101′의 국내 임상 1상 결과를 공개했다. AT101은 악성 B세포 특이 항원(CD19)을 표적으로 삼아 체내 면역반응을 담당하는 B림프구에 발생한 혈액암을 치료하는 약물이다.

이윤 앱클론 연구소장은 "혈액암 중에서도 가장 흔한 거대B세포 림프종(DLBCL)과 여포성림프종(FL), 외투세포림프종(MCL), 변연부림프종(MZL) 환자 12명에 투약한 결과 AT101은 안전성·유효성 지표에서 기존 CAR-T 치료제보다 개선된 수치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앱클론은 앞서 지난 2021년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AT101의 1·2상을 승인받아 지난해 5월 첫 환자 투여를 시작했다. 지난 3월에는 임상 1상 마지막 환자의 투약을 마쳤다.

CAR-T 치료제는 신화에서 여러 동물의 모습을 가진 괴물 키메라처럼, 면역세포인 T세포에 암세포의 항원을 찾는 유전자를 결합했다는 뜻이다. 면역세포인 T세포가 암세포를 찾아 공격하는 3세대 면역항암제다. 환자 혈액에서 추출한 T세포에 암세포만 추적하는 수용체 DNA를 주입해 증식시킨 뒤 다시 몸속에 넣어주는 방식이다.

CD19를 타깃하는 CAR-T 치료제는 노바티스의 '킴리아'를 비롯해 길리어드사이언스의 '예스카타'·'테카투스', 브리스톨마이어스큅(BMS)의 '브레얀지'까지 총 4종이 현재까지 허가를 받았다. 이들 치료제를 투여한 암 환자 가운데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거나 재발한 환자는 40~50%에 이른다. 모든 암 환자가 치료 효과를 보는 것은 아닌 만큼 새로운 대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앱클론은 CAR-T 치료제 중 2차 치료제의 효과를 보지 못한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했다. 현재 2차 치료제로 승인된 치료제는 예스카타와 브레얀지다. 앱클론이 자신감을 보이는 이유는 글로벌 대형 제약사의 CAR-T 치료제와 분명한 차별점이 있어서다.

이 소장은 "AT101에 접합한 항체를 기존 치료제 접합 항체와 차별화했다"고 말했다. 기존 치료제 4종은 모두 생쥐 유래 항체를 썼지만, 앱클론은 닭을 인간화한 항체를 개발해 AT101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현재 인간화 항체 유래 CAR-T 치료제는 상용화된 게 없고, 해외에서 연구자 주도의 임상만 진행되고 있다.

이 소장은 "생쥐 유래 항체는 투약 후 면역반응으로 약효가 떨어지고 발열과 발진 같은 부작용이 나타나는 반면, 인간화 항체는 면역반응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약효를 높였다"고 말했다.

앱클론은 이날 발표한 임상 1상 최종 결과를 바탕으로 이달 5일부터 8일까지 미국 보스턴에서 열리는 바이오USA에서 해외 기업과 협력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다음은 이 소장과의 일문일답.

-인간화 항체 유래 CAR-T 치료제는 아직 상용화된 게 없다. 기존 치료제보다 안전한 건가.

"AT101의 안전성 지표를 보면 CAR-T 치료제의 가장 흔한 부작용인 사이토카인 방출증후군과 신경독성에서 3등급이 각각 1명이 나와서 8.3%를 기록했다. 반면 킴리아는 임상 2상에서 3등급 이상의 사이토카인 방출증후군은 22%, 신경독성은 12%를 보였다. 예스카타의 경우에도 임상 1·2상에서 3등급 이상의 사이토카인 방출증후군은 11%, 신경독성은 32%로 나타났다.

등급은 환자에게 치료가 필요한 정도에 따라 나뉜다. 보통 1·2등급은 치료가 필요하지 않거나 증상이 경미한 단계, 3등급은 치료를 하지 않으면 환자의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는 단계다. 미국암학회(AACR)에서 1~2등급 환자에 대한 결과는 발표했고, 이번 행사에선 3등급까지 포함한 안전성 지표를 공개했다. 가장 심각한 단계의 환자에게서 치료 부작용이 10% 미만을 보인 치료제는 AT101이 유일하다."

-유효성 지표는 어떤가.

"유효성 지표에서도 AT101은 긍정적인 수치를 보였다. 암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을 의미하는 완전관해율(CR)은 66.7%, 부분적으로 사라지는 부분관해율(ORR)은 91.7%로 나타났다. 킴리아는 2상에서 완전관해율이 40%, 부분관해율이 52%가 나왔고 예스카타는 1·2상에서 두 지표가 각각 58%와 83%를 기록한 것과 비교된다."

-앱클론은 1상, 킴리아·예스카타는 2상 데이터인데 같은 선상에서 비교할 수 있나.

"1상보다 2상 규모가 훨씬 커서 결과 데이터를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는 건 무리가 있다. 다만 1상보다 2상 데이터가 훨씬 좋을 것으로 보고 있다. 1상에서는 가장 안전한 용량을 찾기 위해 3가지 용량으로 진행했고, 목표한 질환도 4개에 이른다. 가장 안전한 용량과 단일 적응증으로 2상을 가게 된다면 안전성·유효성 지표는 좋지 않을까 기대한다."

-기존 CAR-T 치료제와 또 어떤 차별점이 있나.

"CAR-T 세포가 암세포와 작용하는 거리가 우리 게 더 짧다. 혈액이 빠르게 흐를 때 CAR-T가 암세포를 공격하려고 해도 쉽지가 않은데, 아무래도 좀 더 가까우면 효과적으로 암세포를 죽일 수 있다. 실제 모델링을 해보니 암세포에 좀 더 가까이 붙더라. 그것도 하나의 차별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인간화 항체 효과가 이렇게 좋은데, 왜 아직 개발하는 기업이 없나.

"당장 부작용이 엄청 심하지도 않고, 수익도 잘 나오는 상황에서 갑자기 새 항체를 만드는 데 투자하는 건 쉽지 않다. 가장 큰 이유는 아직 인간화 항체가 더 좋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해외 기업들이 우리 연구 결과에 관심을 갖는 이유도 인간화 항체가 진짜 좋은지 궁금해서일 거다."

-다음 임상 계획은 어떻게 되나.

"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7월 초에는 임상 2상에 들어갈 계획이다. 1상에서 진행한 4개의 혈액암 적응증 중 가장 흔한 미만성 거대B세포 림프종을 적응증으로 진행한다. 우선 82명의 환자를 모집하는 게 목표다. 2차 치료제 외에도 킴리아 불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도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기술이전 논의가 진행 중인 기업이 있나.

"임상 연구 초록이 발표되면서 많은 기업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 바이오USA에서 파트너링을 통해 파트너사를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