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CO 2023 기조연설

이달 3일(현지 시각) 미국 시카고 중심가에 자리한 박람회장인 매코믹 플레이스에는 아침 일찍부터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2023)'에 참가하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행사는 하루 전인 2일 오후 시작했지만 공식 개막식과 부스 전시장이 이날 문을 열다 보니 토요일 아침부터 각국에서 온 의사들과 제약사 관계자들로 열기가 가득했다.

올해 59회째를 맞은 이 행사는 이달 6일까지 열린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행사장으로 사용된 맥코빅 플레이스는 북미 지역 최대 규모의 복합 전시장으로, 넓이만 24만1500㎡에 이른다.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이던 2020~2021년에는 5000명 병상을 보유한 임시 수용시설로 사용되기도 했다. 콘퍼런스는 노스·사우스·이스트(레이크사이드)·웨스트로 나뉜 4개의 빌딩에서 열리는데, 개막식이 열린 메인홀과 부스 전시장이 설치된 사우스 빌딩에는 이날 오전부터 인파로 가득했다.

3일 오전 7시 'ASCO 2023'의 메인 콘퍼런스가 열리는 매코믹 플레이스 사우스 빌딩으로 사람들이 향하고 있다. / 염현아 기자

ASCO는 미국암학회(AACR), 유럽종양학회(ESMO)와 함께 세계 3대 암학회로 꼽힌다. 매년 120개국에서 온 암 전문의와 연구자들이 모여 1년간 진일보한 암 관련 연구와 치료 노하우를 공유한다. 지난 4월 열린 AACR이 암 관련 초기 연구 성과를 주로 다룬다면, ASCO에선 임상에 한층 가까워진 연구 성과가 공개되는 게 차이점이다. 기술 수출과 파트너링에 관심있는 제약사와 바이오 기업들이 ASCO를 선호하는 이유다.

행사의 규모는 행사장에 들어서기 전부터 느껴졌다. 시카고 중심가인 행사장 주변 거리엔 'ASCO'란 단어가 뚜렷하게 적힌, 행사 개최를 알리는 현수막이 곳곳에 내걸렸다. 셔틀버스들은 주변 호텔을 순환하며 행사 참가자들을 분주히 행사장으로 실어날랐다. 오전 8시가 되자 사우스 빌딩 앞은 시내 곳곳에서 모인 셔틀버스에서 내린 사람들로 발 디딜 공간이 없었다. 행사 관계자들도 부스 전시장 오픈 준비에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코로라19 종식이 선언된 이후 처음 열리는 대규모 의학 바이오 행사여서 그런지 모처럼 활기가 느껴졌다.

행사 참가자들도 생기가 돌았다. 전날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시카고로 날아왔다는 토마스 제퍼슨 뇌종양 전문의는 "지난해 행사에서 그동안 드물던 뇌종양에 대한 연구를 노바티스가 발표해 큰 도움이 돼서 올해 행사도 참여하게 됐다"며 "행사 시작은 9시지만 아침 일찍부터 첫 셔틀버스를 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바이오벤처 아다진의 임상시험 총괄을 맡고 있는 자오지핑 이사도 "면역항암 치료제 연구를 하고 있는데, 파트너십을 만들기 위해 중국에서 지난주부터 시카고에 와서 미팅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자오 이사는 그러면서 "글로벌 제약사는 물론 전세계의 다양한 바이오 벤처들과 만나 협력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미국 브라운대 의대를 졸업하고 병원에서 인턴 생활을 앞두고 있는 스태파니 하다드씨는 "유방암 분야 전문의를 꿈꾸고 있어서 관련 분야에 관심이 많다"며 "지난해 앤허투(유방암 신약)처럼 올해도 학회를 놀라게 할 연구들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3일 오전 7시 'ASCO 2023'이 열리는 매코믹 플레이스 직원들이 부스 전시장 오픈 준비에 한창이다. / 염현아 기자

올해 행사는 '환자와의 협력, 암 관리와 연구의 초석'이라는 주제로 열린다. 발표될 논문 초록만 6000편에 이른다. 지난해엔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와 일본 다이이찌산쿄의 항체약물접합체(ADC) 신약 '엔허투'의 임상 결과가 발표되며 큰 주목을 끌었는데 올해도 다양한 임상 연구가 발표될 예정이다.

먼저 난소암 환자를 대상으로 ADC치료제를 개발 중인 미국 바이오 기업 이뮤노젠과 머사나 테라퓨틱스가 새로운 연구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미국 모더나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메신저 리보핵산(mRNA) 기반 항암 백신의 치료 효과도 4일 발표를 앞두고 있다. 모더나의 흑색종 예방백신의 병용용법 임상시험에 사용되고 있는 머크의 면역관문억제제 '키트루다'의 비소세포폐암 수술 전후 보조요법 임상 결과도 공개된다.

국내 기업들도 항암 신약 연구 성과를 공개한다. 레고켐바이오는 중국 포순제약에 기술을 이전한 유방암 치료제 후보인 'LCB14(HER2-ADC)'의 임상 1상 중간 결과를 이번에 공개한다. 앱클론(174900)은 면역세포에 암세포를 찾아내는 단백질을 넣은 차세대 면역항암제인 키메라항원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의 국내 임상 1상 결과를 공개한다.

암 치료에 도입된 AI 진단 기술 발표도 이어진다. 국내 의료AI 기업 루닛(328130)은 같은 동종 국내외 기업을 통틀어 가장 많은 16편의 논문을 이번에 공개한다. 암 의료 영상진단 솔루션인 '루닛 스코프'를 활용해 다양한 암을 찾아낸 사례가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셀트리온(068270)은 유방암·위암 치료제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CT-P6′의 안전성과 효능 데이터 공개를 앞두고 있다. 유한양행(000100)한미약품(128940), 동아에스티(170900), GC셀은 해외 파트너 기업과 공동으로 추진할 연구 프로젝트를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행사장 인근 거리마다 ASCO 개최를 알리는 현수막일 걸려 있다. / 염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