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현지시각) 열린 'ASC0 2023' 개막식에서 에릭 위너 ASCO 학회장이 기조연설하고 있다. / 염현아 기자

"암 환자들이 더 다양한 치료법을 경험하도록 의사들이 도움을 줘야 합니다. 그러려면 환자와 의사의 협력이 필요합니다."

에릭 위너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회장은 3일(현지 시각)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ASCO 2023 컨퍼런스 기조연설에서 "환자와의 파트너십은 암 연구의 초석이 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미국 예일대 암센터장을 맡고 있는 위너 회장은 미국립암연구소(NCI)의 유방암 운영위원회를 이끌며 수많은 임상시험을 주도한 세계적인 유방암 전문가다.

위너 회장은 3년간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도 세계 각국 종양학자(암 연구자)를 위한 교육, 환자의 임상 치료 지원을 계속 해왔다. 그는 "그 결과 올해 행사에 6000건에 이르는 논문 초록이 제출됐다"며 "팬데믹 이전에 나온 역대 최고 기록을 7%나 넘어섰고 올해 행사 참가자도 4만3000명으로 코로나19 이전 최고 기록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위너 회장은 올해 행사 주제를 '환자와의 협력, 암 관리와 연구의 초석'으로 잡은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일부 암 연구자들은 환자와 관계를 형성할 시간이 없다고 말하지만, 환자가 암 연구에 필요한 임상시험에 참여하도록 하려면 협력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심각한 질병을 가진 환자일수록 의료진과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위너 회장은 환자와의 협력 관계가 필요한 이유를 자신의 혈우병 투병 경험을 사례로 밝히며 소개했다. 그는 어린 시절 혈액의 응고인자가 부족해 발생하는 선천성 출혈성 질환인 혈우병을 앓아 대부분의 시간을 보스턴 어린이 병원에서 보냈다고 했다. 위너 회장의 부모는 이 질환에 관해 잘 아는 의사를 찾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고, 그런 과정에서 위너 회장은 다양한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위너 회장은 "병원 생활로 항상 우울했는데 다양한 치료를 경험하며 언젠가부터 달라졌고 지금은 완치에 가까울 정도로 호전됐다"며 "이런 경험을 살려 수많은 유방암 환자들과도 파트너십을 맺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좀 더 많은 의사들이 암으로 고통받는 환자와 관계를 어떻게 맺어야할 지 깊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3일(현지시각) 열린 'ASC0 2023' 개막식에서 모니카 베르타놀리 미국 국립암연구소(NCI) 소장이 기조연설하고 있다. / 염현아 기자

전 ASCO 회장이자 미국립보건원(NIH) 차기 원장으로 지된 모니카 베르타놀리 NCI 소장도 이어진 세션에서 연설자로 나서 환자와 의사 관계 수립으 필요성을 강조했다. 베르타놀리 소장은 프린스턴대에서 공학을 전공하고, 유타대 의대를 졸업한 의사과학자다. 브리검 여성병원과 다나파버 암센터, 하버드대 의대 교수를 거치며 위장관암 등 임상 종양학 분야에서 이름을 알렸다. 지난 4월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베르타놀리 소장을 미국 보건 연구의 심장 NIH 새 수장으로 지명했다. 그녀는 자신도 유방암 환자임을 당당히 밝혀 주변을 놀라게 했다.

베르타놀리 소장은 "NIH는 사람들이 암 치료에 더 쉽게 접근하고 임상시험에 참여할 수 있도록 원격 헬스케어 정보 기록 시스템을 구축했다"며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환자의 임상 참여를 돕는 것도 우리 종양학 전문가들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방암의 경우 50만명의 임상 참여로 30년간 유방암 사망률을 감소시킬 수 있었다"며 환자 참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베르타놀리 소장은 전 세계적으로 그동안 임상연구에서 주목하지 않은 '소수자'가 있으며 이들을 이제는 임상에 포함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암 투병 중인 어린이나 청소년, 젊은 성인을 별로 주목하지 않았다"며 "NIH는 이들에게 표준화된 암 건강 기록 시스템을 구축해 다양성을 지키고 지역사회의 치료를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