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을 비롯한 마약성 진통제에 중독된 사람을 치료하는 새 치료제의 사용을 승인했다.
미 식품의약국(FDA)는 22일(현지 시각) 오피오이드(마약성 진통제)를 과다 복용해 사망 위험에 처한 중독 환자를 치료하는 비강용 스프레이 '옵비(Opvee)'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옵비는 1990년대 중반 처음 주사제로 승인됐지만 판매 부진으로 시장에서 퇴출된 의약품인 '날메펜'을 코에 뿌리는 스프레이 형태로 바꾼 버전으로, 12세 이상 마약류 중독 환자가 처방을 통해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됐다.
헤로인의 50배를 넘는 독성을 가진 펜타닐은 2㎎의 적은 양으로도 강력한 환각 효과를 내는 마약성 진통제로 알려졌다. 뇌에 도파민 분비가 줄어 허리를 제대로 펴지 못하거나 걷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뇌에 산소가 부족해지면서 호흡 기능이 급격히 저하돼 사망에 이르게 된다.
미국에서는 최근 5년간 펜타닐로 인한 사망자가 약 4배 급증했다. 펜타닐을 비롯한 전체 마약류 과다 복용 사망자는 지난해 10만9680명을 기록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교통사고, 총기폭력, 자살자의 수를 훌쩍 넘기면서 18~49세 미국인 사망 요인 1위에 오른 것이다.
미국 제약사 오피언트 파마슈티컬스가 개발한 옵비는 이들 환자의 뇌에 작용하는 마약 효과를 차단해 호흡과 혈압을 빠르게 회복시킨다는 게 특징이다. 마약성 진통제 과다 복용한 환자에게 신속하게 투여할 수 있어 응급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다.
로버트 칼리프 FDA 국장은 "오피오이드 과다 복용을 억제하는 치료제 개발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며 "옵비는 지역사회의 피해를 줄이고, 위해 저감 활동 단체나 응급구조대원 등이 활발하게 사용하게 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FDA는 옵비의 사용 승인으로 미국에서 펜타닐로 인한 사망을 감소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미국에서는 모르핀 등으로 인한 마약 중독 환자 치료를 위해 '날록손'을 사용해왔지만, 펜타닐과 같은 오피오이드는 다른 마약류보다 체내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 날록손만으로는 치료에 한계가 있었다. FDA는 옵비를 신속심사대상으로 분류해 심사 절차를 진행하기도 했다.
펜타닐의 확산 문제는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국내에서도 펜타닐과 같은 마약성 진통제 사용이 증가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최근 5년간 마약성 진통제 성분별 처방 현황'에 따르면 펜타닐 처방 건수는 2018년 89만1434건에서 2020년 148만8325건으로 3년간 67%나 증가했다.
식약처는 대대적인 마약류 유통 단속에 나섰다. 가장 먼저 청소년에게 식욕억제제와 같은 의료용 마약류를 과다 처방한 의료기관 60개소에 대한 집중 점검을 진행하기도 했다. 식약처는 내년도 추진 사업으로 마약 오남용 예방 홍보 강화와 마약류 예방교육 및 중독재활센터 확대, 중독자 사회복귀 지원 등 예방 및 재활 강화 대책을 계획 중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날록손 성분의 전문의약품으로 정맥이나 근육 또는 피하주사하는 방식의 치료제만 사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