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균 보령 대표가 21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우주산업에 대해 주주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김양혁 기자

보령(003850)의 오너 3세인 김정균 대표가 주주들과 직접 만나 신성장동력으로 낙점한 우주산업 진출의 필요성과 지지를 요청하며 설득 작업에 나섰다. 김 대표는 지난 2021년 바이오와 헬스케어 분야를 중심으로 우주산업 진출을 선언하고 해외 우주 바이오 분야 기업 발굴에 나서는 등 우주에서 신성장 동력을 찾고 있다. 하지만 회사 안팎은 물론이고 일부 주주들로부터 우주사업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되면서 그간 적극적인 소통이 부족한게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김 대표는 21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보령 본사에서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2시간 가까이 직접 나서 우주산업에 대한 소개와 주주들의 쏟아지는 질문에 대해 직접 답변하는 등 소통에 나섰다. 김 대표는 이날 “없던 것을 새로 만드는 신약보다 오히려 20년 전부터 본격화한 우주산업이 오히려 성공 확률이 높다”며 적극적인 설득 작업에 나섰다.

김 대표는 “지난해 개최한 케어 인 스페이스(CIS) 챌린지와 미국의 우주기업 액시엄 스페이스(Axiom Space)에 대한 투자 등 우주 사업을 하겠다고 발표했는지만 정작 무엇을 하겠다는 건지 소통이 부족했다”며 “지난해 제기된 여러 오해와 오해에서 야기된 억측을 해소하고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직접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김정균 보령 대표가 21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우주산업에 대해 주주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김양혁 기자

보령이 투자한 CIS는 우주에 대거 인간이 거주하는 시대를 앞두고 우주에서 생활하는 우주인들의 건강을 지키고, 질병을 치료하는 방안을 연구해 시장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보령은 우주개발 선도국인 미국과 유럽, 일본도 아직 손대지 못한 ‘우주 헬스케어’ 분야의 시장을 선도적으로 개척해 우위를 점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2020년 처음 구상을 내놓고 지난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CIS 챌린지 발표 행사(Pitch Day)를 열어 관련 스타트업 발굴에 나서면서 사업을 본격화했다.

제약업계 안팎에선 김 대표의 우주산업 진출을 두고 회의적인 시선을 보이고 있다. 아직까지 해외 제약업계도 우주 진출을 공식화한 사례가 별로 없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국내 제약업계의 평가와는 다르게 최근 브리스톨마이어스큅이 스페이스X와 손잡고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생물 제제 실험 프로젝트 시작을 선언하는 등 글로벌 제약사들의 진출이 속도를 내고 있다.

김 대표는 “많은 분이 보령의 본업이었던 제약업과 너무 다른 우주에 투자해 기업을 망치는 게 아니냐고 한다. 그렇게 생각하도록 정보제공을 잘못한 점, 소통 못한 점은 잘못했다”며 “앞으로는 투명하고 즉각적으로 소통해나가겠다”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우주산업에 꽂힌 계기는 아주 단순한 호기심에서 비롯됐다. 김 대표는 “우주에서 겔포스를 먹으면 속이 쓰리지 않을지 궁금했다”며 “지구와 중력도 다른데 같은 효력을 낼 수 있을까 생각했고 임상 시험도 우주에서 해본 적이 없는데 그걸 직접 해보려는 뜻에서 CIS 프로젝트를 착안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CIS 사업에 대한 성공을 자신했다. 그는 “신약이라는 것은 없던 것을 새로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액시엄은 20년 전부터 있던 것을 하던 사람들이 대체하겠다는 것”이라며 “액시엄 스페이스와 협력하게 되면서 성공확률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액시엄 스페이스는 미국 우주 벤처로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운영하는 국제우주정거장(ISS) 프로그램에 관여하는 기업들이 설립했다. 2030년쯤 수명이 끝나는 ISS 대체해 민간 우주정거장을 만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보령은 지난해 두 차례 투자를 통해 액시엄 스페이스에 총 6000만달러(약 800억원)를 투자해 2%대 지분을 확보했다. 김 대표는 “액시엄 스페이스가 2028년쯤 ISS를 대체할 우주정거장을 완성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피부로 와닿지 않을 수 있지만, 당장 다음 대선이 열리는 해라는 점에서 얼마 남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김정균 보령 대표가 21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우주산업에 대해 주주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김양혁 기자

깜짝 발표도 이어졌다. 김 대표는 “어제 액시엄 스페이스와 국내에 인트벤처(JV)를 설립하기로 합의했다”며 “아직까지 구체적인 내용까지 합의하지는 않았지만 이 회사를 바탕으로 많은 기회를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의 이런 설득에 현장 주주 반응은 엇갈렸다. 김 대표의 우주산업에 대한 진정성을 느꼈다는 평가가 함께 불확실한 우주산업에 대한 투자가 회사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소액주주는 “진정성을 느꼈고, 우주사업이 이익을 낸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주는 “우주산업에 대한 리스크 요인에 대해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고, 캐시플로우(현금흐름)에서도 모호하게 설명했다”라며 “개인의 야망이 과거 보령의 헤리티지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날 김 대표 발표 이후 주총에 상정된 재무제표와 연결재무제표 승인의 건, 이사 보수한도액 승인의 건, 감사 보수한도액 승인의 건 등은 모두 원안 통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