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식 수술 진행 중인 의료진. /서울아산병원

국내 연구진이 세계 이종(異種) 간이식 기술을 새로 썼다. 돼지 간을 이식받은 영장류가 35일을 생존하면서다. 이는 기존 미국이 보유했던 이종 간이식(29일)을 넘어선 것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김성주 제넨바이오 대표 연구팀이 돼지 간을 이식한 원숭이의 생존 기간이 35일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이 보유하고 있던 이종 간이식 최장 생존 기록인 29일을 뛰어넘은 것이다.

간 이식을 받기까지 환자들이 생존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이종 장기를 적용할 수 있다. 이번 성과는 이종 장기 임상 가능성에 한 걸음 더 다가간 사례다.

간부전 말기 환자는 간이식으로 치료받아야 하지만, 뇌사자로부터 이식 가능한 장기를 얻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대기해야 한다. 지난 2021년 기준 간이식 대기자는 6388명으로, 평균 이식 대기시간은 2372일(약 6년 6개월)에 달한다.

국내 연구진은 ▲이종 장기를 위한 형질전환 돼지 개발 ▲무균양산 시스템 구축 ▲임상 적용가능한 프로토콜 개발 등 신장과 간을 포함한 고형장기 개발과 이식에 대한 가능성 검증 등 이종장기 전반에 걸친 연구를 수행했다.

실험에서는 수혜자 동물로 인간과 가장 유사한 영장류를 선택했다. 이식 후 유전자 편집 기술로 면역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돼지의 유전자인 GGTA1, B4galNT2, CMAH 등을 제거한 형질전환돼지의 간을 영장류에게 이식하고, 생존의 관건인 여러 면역억제제를 투여해 이식수술의 심각한 합병증인 거부반응을 억제하는 효능을 평가했다. 다양한 수술법을 시도해 가장 안정적인 수술법을 확립하였고, 3년 차에는 목표로 하였던 세계 최고 수준의 간이식 생존 성적을 확보하게 됐다.

제넨바이오 이종 간이식 모식도. /제넨바이오

이식 수술 방식은 영장류 전신마취 후 정중절개를 통해 개복한 후 간의 좌엽과 중간엽을 포함해 약 70%를 절제하고, 왼쪽 부분에 돼지의 간을 이식했다. 영장류가 가지고 있던 30%의 간의 지원을 받으면서 돼지 이식 간의 영장류 내에서의 면역반응을 모니터링 할 수 있었다.

생존 기록도 기존 세계 기록이던 29일을 넘어서 35일 생존한 개체도 나왔다. 기존 영장류 간의 30%를 지원받았다는 한계가 있지만 장기간 면역반응을 알아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진흥원 측은 설명했다.

김성주 대표는 “세계 연구진들은 이종이식 중에서도 간이식을 가장 어려운 도전과제로 생각해왔다”라며 “이는 돼지 간 이식 후 발생하는 심각한 혈액응고장애 때문인데, 이번 과제로 우수한 간 이식 성적을 확보해 이종 간 이식의 임상적용 가능성과 의학적 유효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연구를 함께 수행한 박재범 삼성서울병원 교수는 “여러 새로운 시도를 통해 최적의 수술법과 면역억제 프로토콜을 확립했고, 점차 더 좋은 성적을 거두게 됐다”라며 “수술하는 환경과 수술 후 회복을 위한 집중관리 환경 또한 중요한데 약 900마리의 영장류 수용이 가능한 국내 최대 규모이자 이종이식연구에 최적화된 제넨바이오의 민간 영장류 시험 시설이 도움이 되었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와 진흥원에서 지원하는 첨단의료기술개발사업 지원으로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