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정다운

국민이 내는 건강보험료를 관리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자금운용전문가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정부에서 건보의 수익성을 높이려고 주식과 부동산까지 투자할 수 있도록 투자 범위를 확대했지만 정작 공격적 투자를 관리할 수 있는 인력 충원에는 소홀했다는 뜻이다.

15일 건강보험공단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이종성(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건보의 자금운용을 담당하는 재정관리실(자금운용부) 직원 19명 중 13명은 투자자산운용사 자격증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격증이 있는 6명 중에서도 4명만 자금 운용 전담일 뿐, 나머지 15명은 순환근무 대상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공단 운용 자산은 모두 19조 5647억원에 달했다.

국민연금의 기금운용역이 250~300명인 것을 감안하면 건보의 자금운용 전담 직원 숫자는 보잘것 없다는 말이 나온다. 국민연금 자산(1000조원)과 건보 적립금(20조원)은 규모가 차이가 나지만 이를 감안해도 적은 숫자다. 운용 자금 대비 전담 직원을 인원수로 단순 계산하면 한 명이 5조원을 굴린다는 얘기다.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실(건보공단 제공)

더욱이 건보공단이 국민연금처럼 자금 운용 전문가를 채용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그 전에는 기존 행정 직원 중에서 자격증이 있는 사람을 차출해 업무처리를 해 왔다고 한다. 자금 전담 직원의 평균 연차는 2년 7개월에 그친다.

문제는 건보가 지난 2020년부터 주식 부동산 등 위험도가 높은 자산으로 투자를 확대했다는 점이다. 건보공단 김용익 당시 이사장은 건보 보장성 강화 정책(문재인 케어)으로 보험 급여 지출이 급증하자, 건보 자금의 수익성을 높이는 방법으로 해결하고자 했다.

건보 급여 지출을 만회하려면 건강보험료를 인상하거나 국고 지원금을 늘리는 등 수입을 늘려야 하지만 이 방식은 반발이 심했기 때문이다. 대신 공단은 법을 바꿔서 주식형펀드와 대체투자를 허용했다. 그 전까지만 해도 건보공단 투자 포트폴리오는 예금과 채권, 안정적인 회사채 예금에 그쳤다.

이런 조치에 따라 건보의 대체투자 규모는 2020년 121억원에서 2021년 2634억원, 지난해 4923억원으로 급증했다. 직접 운용하기보다는 운용기관에 위탁하는 방식을 썼다. 다행히 대체투자 수익률은 2021년 8.8%, 지난해 6.6%를 기록하는 등 높은 성과를 냈고, 작년 공단 수익률은 2.15%로 국민연금 수익률(-8.2%)보다는 훨씬 높게 나왔다.

하지만 투자 전문성 없는 소수의 직원들이 20조원의 건보 자금을 운용하고 있는 것은 위험해 보인다는 것이 이종성 의원의 주장이다. 대규모 자금을 관리하는 직원들의 처우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 2021년 기준 재정관리실 자금운용부 직원 평균 연봉은 6635만원으로 공단 전체 직원의 평균 연봉(6703만원)보다도 적었다.

건보 공단 관계자는 “공단은 공공기관으로 총액인건비 제도를 적용받기 때문에, 국민연금처럼 투자운용 전문가에게만 높은 연봉을 책정할 수 없다”며 “이 때문에 고급 전문인력을 채용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재정관리실은 지난해 46억 횡령사건 일으킨 최모 팀장이 있던 부서다. 최 팀장은 채권 관리를 담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