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 윈프리

"단식, 그리고 위고비."

지난해 10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탄탄한 몸매를 유지하는 비결'을 묻는 트윗에 이렇게 답했다. 위고비(Wegovy)는 덴마크 제약회사 '노보 노디스크'가 개발한 비만 치료제다. 원래 당뇨병 치료제인 '오젬픽'으로 개발됐는데 체중 감량 효과가 뛰어나 작년 6월 미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비만 치료제 '위고비'로 새로 승인을 받았다.

미국 시장에서 수요가 폭발해 현재는 처방전이 있어도 구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당뇨병 치료제인 '오젬픽'으로 처방을 받는 사람까지 생겨 미국에서는 '오젬픽 다이어트 열풍'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최근 이런 열풍에 기름을 붓는 일이 하나 더 생겼다. 식단 관리 및 생활 습관 관리로 체중을 감량하는 서비스로 유명한 50년 전통의 세계 최대 체중관리 업체 웨이트와처스(WW)가 위고비와 같은 비만 치료제를 처방해주는 비대면 진료 서비스 시장에 진출한다.

비만 치료제의 체중 감량 효과가 '생활습관' 교정과 비교하면 획기적으로 좋은 데다, 비만 인구가 급증하면서 '비만이 의지력의 문제이고 개인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인식이 바뀌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6일(현지시각)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웨이트와처스는 비만 치료에 특화된 비대면 진료 서비스 기업인 시퀀스(Sequence)를 1억 600만 달러(약 1377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다. 웨이트와처스는 1976년 설립한 체중 감량 관리 서비스 업체로 지난 2017년 유명 방송진행자 오프라 윈프리(사진)가 이 프로그램으로 체중 감량에 성공하고, 또 대주주로 참여하면서 큰 주목을 끌었다.

시퀀스는 '회원제'로 운영되는 비대면 진료 및 처방 앱이다. 월 99 달러를 내면 앱을 통해 의사로부터 오젬픽, 위고비, 마운자로 등 체중 감량 약물을 처방 받을 수 있고, 식단 관리는 물론 운동 습관 관리 등의 교정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2021년 출범한 시퀀스는 설립 2년여 만인 2월 현재 약 2만 4000명의 회원을 확보했다.

그동안 체중감량 서비스 업체들은 비만의 정도가 심하지 않고, 당뇨병 등 만성질환이 없는 사람들이 빨리 체중을 줄이려고 의약품을 쓰는 것은 문제라고 비판해 왔다. 의약품은 부작용이 있기 마련이고, 약물을 복용해 체중을 감량한 것은 건강하지 않다는 논리였다. 식단 관리와 습관 교정 만으로 체중 감량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한몫했다.

하지만 오젬픽이 등장하면서 이런 논리가 무너졌다. 오젬픽과 위고비는 세마글루타이드라는 같은 성분의 약이다. 위고비는 비만 치료제, 오젬픽은 당뇨병 치료제로 미국 FDA의 승인을 받았다. 세마글루타이드는 인간 호르몬 GLP-1처럼 인슐린 분비를 자극해 식사로 높아진 혈당 수치를 조절하고, 포만감을 더 길게 느끼게 해 식욕을 떨어뜨린다.

지난 2021년 뉴잉글랜드의학저널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체질량(BMI) 지수가 30이상인 사람을 대상으로 위고비를 투여한 결과 17개월 후 체중의 15%가 평균 줄었다. 웨이트 와처스에 따르면 WW에 가입한 회원은 6개월동안 체중의 평균 5~6%를 감량했다. 오젬픽의 부작용은 메스꺼움 정도로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웨이트와처스는 '다이어트'의 부정적 인식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난 2018년 사명을 WW로 바꾸고, 체중 감량보다는 웰빙의 차원으로 서비스를 개선했다. 그런데 그 사이 회원 수는 줄고 주가도 급락했다. WW의 작년 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8.8% 감소한 2억 2390만 달러를 기록했다. 가입자 숫자는 420만명에서 350만명으로 줄었다.

웨이트와처스가 이번에 시퀀스를 체중 감량이 필요한 소비자를 다시 겨냥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WW는 지난해 시마 시스타니 최고경영자(CEO)를 구원투수로 영입하면서 '체중 감량'이라는 용어를 다시 쓰기 시작했다. 시스타니는 그 당시 "체중감량이 건강에 필요하다는 대화를 피하지 않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WW의 최고 과학 책임자인 게리 포스터는 "(시퀀스를 인수했지만) 동창회를 앞두고 갑자기 10파운드(약 6㎏)를 급하게 줄이려는 사람들에 대한 약 처방에는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