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초반 직장인 A씨는 얼마 전 병원에서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 일명 ADHD(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진단을 받았다. 30년 넘게 문제없이 살아왔다고 생각했지만, 첫아이를 출산하면서 힘에 부쳤다. A씨는 "아이를 돌보려면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해야 하는데, 그걸 순서대로 잘 해내기가 너무 어려웠다"라고 말했다. 그는 "ADHD 진단을 받긴 했지만, 나는 물론 가족조차도 내가 ADHD일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A씨처럼 ADHD 판정을 받는 성인 환자가 최근 빠르게 늘고 있다. 특히 젊은 층, 여성에서 ADHD 환자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2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ADHD로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사람은 2017년 5만 3056명에서 2021년 10만 2322명으로 92.9%(4만 9266명) 급증했다.
이 기간 동안 여성 환자는 1만603명에서 2만 9990명에서 182.8%(1만9387명) 급증했다. 남성은 4만 2453명에서 7만2332명으로 70.4%(2만9879명) 늘었다. 여성 환자를 연령별로 구분하면 20대는 1527명에서 9816명으로 524%, 30대는 439명에서 4072명으로 827%가 늘었다. 5년 새 30대 여성 ADHD 환자가 10배 가까이 늘었다는 뜻이다.
◇ 30대 ADHD 여성 환자 5년 새 10배 늘어
최근 5년 동안 ADHD로 진료를 받은 10만 2322명 가운데 10대가 41.3%(4만 2265명)로 가장 많았고, 9세 이하(23.8%) 20대(21.6%) 순이었다. 남성은 10대 비중이 45.3%로 가장 많았고, 9세 이하(27.0%), 20대(17.0%) 순이었다. 그런데 여성은 20대가 32.7%로 10대(31.6%), 9세 이하(16.1%)보다 많았다.
환자 수가 늘면서 건강보험 진료비는 2017년 379억 원에서 2021년 870억 원으로 129.5%(491억 원) 늘었다. 1인당 진료비는 71만 4006원에서 84만 9786원으로 19% 늘었다.
다만 1인당 진료비 증가율은 30대 남성이 두드러졌다. 같은 기간 30대 남성 1인당 진료비는 53만 2818원에서 80만 1754원으로 50% 늘었고, 20대 여성은 52만 2017원에서 75만 6788원으로 44% 늘었다.
2021년 1인당 진료비는 85만 원으로 집계됐고, 남성의 평균 진료비(87만 8000원)가 여성(78만 1000원)보다 많았다. 절대적인 진료비는 10대 남성이 가장 많았다. 2021년 기준 10대 남성 환자의 진료비는 101만 7840원으로 100만원을 넘었다. 10대 남성은 전체 ADHD 환자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ADHD 증상이 학습이나 직장생활에 직접 연관되기 때문에 남성들이 가장 많은 비용을 지출하는 것으로 보인다.
◇ 성인 ADHD 급증..."일찍 치료하면 대학 달라졌을까"
최근 이렇게 ADHD 환자 숫자가 늘어난 것은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이 줄어든 때문으로 보인다. ADHD는 주의력을 통제하는 전두엽의 일부 기능이 덜 발달해 나타나는 선천적 질환이다. 부모가 잘못 키워서 발생하는 질환이 아닌데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 때문에 제대로 진단·치료되지 못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ADHD는 집중하기 어려우니 실수가 많고 책상에 오래 앉아도 성과가 잘 나지 않는다. 물건을 곧잘 잃어버리고, 일을 미루다가 까먹고 하지 않는 경우가 잦다. 사람과의 약속을 까먹거나 약속 시간을 어기는 일이 일상사다. 이러니 스스로를 게으른 사람으로 자책하거나 주변에서 "덜렁댄다" 는 질타를 받고 자존감이 낮아진다. 충동 억제가 어려워 중독에 쉽게 빠지기도 한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안재은 교수는 "질환의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유전 및 환경적 요인이 관여할 것으로 추정된다"라며 "뇌에서 집중과 충동을 조절하는 영역과 경로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ADHD가 의심되면 빨리 병원을 찾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적절한 약물 치료를 받으면 치료 효과가 굉장히 빨리 나타나는 질환이기 때문이다. 안 교수는 "초등학교 저학년 때 활동성 및 주의력 증상을 보여도 성인이 되면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지켜보다가 고학년이 되어 학업이나 또래 관계가 어려워져 진료를 시작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안재은 교수는 "과거에는 어릴 때 ADHD 증상을 보이더라도, 성인이 되면 나아진다고 생각했지만, 장기 추적 연구를 보면 아동 ADHD의 60% 이상이 성인이 되어도 증상이 그대로인 것으로 나타났다"라며 "초기에 적절한 치료가 없으면 학교생활, 직장생활은 물론 재정관리를 포함해 삶의 여러 영역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