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폐 기로에 놓였다가, 정부 지원이 연장되며 가까스로 회생한 오송 첨단의료복합단지가 오는 2024년 자립도 재평가를 앞두고 재정비에 나섰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등이 있는 인천 송도는 바이오 의약품 생산⋅물류를 담당하고 오송은 연구⋅개발(R&D) 및 인력 양성 허브가 되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23일 업계 등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4일 충청북도 옛 대통령 별장 청남대를 방문해 김영환 충북도지사를 만난 자리에서 오송 3산업단지(국가산단) 조성사업에 대한 고충을 듣고 "대한민국의 큰 발전을 위한 일이니 과학기술정통부와 보건복지부가 잘 살펴달라"고 주문했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인 지난 20일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충북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을 방문해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며 'J&J(존슨앤드존슨)이노베이션센터'를 참고할 것을 제안했다. 박 차관은 차상훈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이사장에게 이런 제안과 함께 "좋은 아이디어만 갖고 와 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J&J 이노베이션센터는 미국 보스턴과 캘리포니아, 영국 런던, 중국 상하이 등 4곳에 있는 오픈이노베이션 연구센터이자 스타트업 인큐베이터다. 현재 약 120개 스타트업이 연구하고 실험하고 있는데, 전세계 과학 연구와 의료 등의 아이디어 연구소의 표본으로 꼽힌다. 지난 2017년 J&J가 서울 홍릉 바이오 특구에 이노베이션센터 건립을 검토했던 적이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J&J센터를 오송에 유치하라는 주문이 아니라, J&J센터처럼 스타트업 시드를 뿌리고 나중에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게 시도해 보라는 것"이라며 "재단이 공무원 마인드를 버리고, 민간 기업처럼 창의적으로 대응하라는 주문을 했다"라고 설명했다.
첨복단지는 정부가 신약 개발 등 연구개발(R&D)을 지원하기 위해 조성한 범 정부 클러스터다. 복지부와 과기부, 산업통상자원부가 참여해 2016년까지 사업비 4927억원을 들여 세우고, 2035년까지 8조7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그런데 지난 2016년 감사원 감사에서 낙제점을 받으면서 국비 지원이 끊길 위기까지 갔다. 다행히 정부가 2025년까지 지원을 연장하고, 그 대신 총경비의 50% 수준까지 자부담하도록 자립 능력을 끌어올리기로 했다. 이 자립도 평가가 당장 내년으로 다가왔다.
문제는 첨복단지는 정부 출연 재단이기 때문에 민간 투자를 자유롭게 받을 수도 없고, 입주 업체로부터 시설·장비 사용료를 높게 받을 수도 없어서 재정 자립도 평가 통과가 어렵다. 이 때문에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은 정부가 민간 투자 규제를 풀어주고, 직접 지원을 늘려줄 것을 요구해왔다.
그러자 복지부가 '바이오 인력양성 클러스터'를 역제안한 것이다. 정부는 인천 송도에서 삼성바이오로직와 롯데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과 같은 제약바이오 대기업들이 의약품을 생산하고, 수출하면, 오송에서는 송도의 제약바이오 대기업들이 필요로하는 우수한 바이오 인력을 양성하는 그림을 짜고 있다. 이미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은 지난해 정부로부터 바이오 인력양성센터를 낙찰받아 건립에 들어갔다.
충북도는 이런 정부 밑그림에 따라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충북도는 오송에 병원과 대학 등 바이오 전문인력 양성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KAIST(카이스트)와 손잡고 오송에 생명공학부 단과대 설립에 나섰다. 충북도 관계자는"카이스트와 대기업 연구개발시설이 어우려진다면 한국의 보스턴 클러스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충북도는 카이스트와 함께 세계보건기구(WHO) 글로벌 바이오캠퍼스 입찰도 준비하고 있다. '글로벌 바이오 캠퍼스'는 WHO가 지난해 2월 한국을 글로벌 바이오 의약품 인력 양성 국가로 지정하면서 추진된 사업으로 연간 2000명의 바이오 인력 양성 인프라 조성이 목표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 사업 계획을 확정하고 공모에 나설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