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가 15일 에임메드가 개발한 불면증 치료 소프트웨어 솜즈(Somzz)를 국내 첫 디지털 치료기기(DTx)로 허가했다고 밝혔다. 디지털 솜즈는 불면증 인지행동 치료법을 모바일 앱으로 구현한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로, 식약처가 디지털 치료기기로 허가한 첫 제품이다.
지난 2017년 9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페어 테라퓨틱스의 약물중독 치료 디지털 치료기기 ‘리셋(reSET)’을 세계 최초로 허가한 지 5년 만이고, 에임메드가 지난 2021년 9월 임상을 개시한 지는 1년반 만이다.
디지털치료기기는 디지털기술을 이용해 질병 개선 또는 치료 효과를 기대하는 그런 소프트웨어로 기존에 허가돼 쓰이는 전자약과는 다르다. 전자약은 사람 몸에 전기 자극 등을 통해 정신계나 면역계나 대사질환을 치료하는 제품을 뜻한다.
이번에 허가받은 솜즈는 모바일앱으로 불면증 환자에게 수면 습관을 교육하고, 실시간 피드백, 행동 중재 등을 통해 6~9주 가량 치료를 진행해서 치료하게 된다. 불면증 치료는 크게 두 가지 단계로 이뤄진다. 초기에는 생활습관을 바꾸는 인지행동 치료법을 쓰고, 효과가 없으면 약물을 쓰게 된다.
솜즈는 불면증 인지행동 치료법으로 허가를 받았다. 인지행동 치료로 솜즈를 써서 효과가 없으면, 그 다음에 약물 치료법으로 진행을 하게 된다는 뜻이다. 솜즈는 국내 임상기관 3곳에서 6개월 동안 임상 시험한 결과 통계적으로 불면증 개선되는 것 확인했다. 또정신건강의학과, 가정의학과 등 전문가로 구성된 의료기기 위원회를 열어 안전성 및 유효성 확보와 관련한 자문을 받았다고 식약처는 설명했다.
다만 장거리 트럭 운전사나 버스 운전기사, 항공교통관제사 등 잠이 오게 되면 일상생활에 사고가 생길 수 있는 직군, 야경증, 수면보행증, 간질, 낙상 위험이 있는 퇴행성 질환 환자의 경우도 사용할 수 없다.
앞서 식약처는 지난 2020년 8월 세계 최초로 디지털치료기기에 대한 정의·판단기준·판단사례 등을 담은 허가·심사 가이드라인 제공하고, 임상시험 준비 기간을 단축하는 등의 노력을 해 왔다. 관계부처와의 긴밀한 협업으로 디지털치료기기를 의료현장에서 사용하기 까지 기간을 80% 단축할 수 있었다는 것이 식약처 설명이다.
식약처는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인 한국의 이점을 살려 다양한 디지털치료기기 개발·허가 뒷받침할 계획이다. 식약처는 또 오는 2027년까지 약 10종의 맞춤형 디지털치료기기 임상·허가 가이드라인을 추가 개발할 계획이다. 현재 개발된 가이드라인은 불면증 5종인데, 올해까지 ADHA와 섭식장애 관련 가이드라인을 추가 개발하고, 2028년까지 8종을 더 개발한다는 것이다.
대한디지털치료학회 김재진 학회장(강남세브란스병원 교수)는 “이번 국내 첫 디지털치료기기의 허가로 불면증 환자의 치료 기회 확대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향후 디지털치료기기가 다양한 질병에 의약품 이외에 새로운 치료 수단으로써 임상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에임메드 임진환 대표는 “식약처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제품을 신속히 허가받고 의료현장 사용에도 도움이 많이 됐다”라고 말했다. 오유경 식약처장은 “과학기술혁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국민 건강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새로운 길을 제시함으로써 디지털치료기기가 신속하게 제품화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오 처장은 ““국내 업체가 세계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신기술 혁신제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국내 규제를 글로벌 스탠다드로 바꾸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