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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비만형 당뇨인 제2형 당뇨병 환자가 급증하면서 당뇨를 치료하는 국내 내분비내과 교수들 사이에 비만치료제에 대한 관심이 크다. 특히 체중의 20%까지 줄여주는 일라이 릴리의 비만치료제 신약 ‘마운자로(성분명 티르제파타이드)’의 출시를 기다리는 의사들이 많다. 그런데 이르면 올해 5월 개정되는 대한당뇨학회 당뇨병 진료지침에 이 약이 포함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당뇨병학회는 올 5월 개최되는 춘계학술대회에서 공개하는 ‘2023 당뇨병 진료지침(8판)’에 마운자로를 비만치료제로 반영할 지를 저울질하고 있다. 문민경 당뇨병학회 진료지침 이사(서울대 보라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이달 19일 학회 주최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가이드라인에 마운자로를 반영할 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당뇨병학회 진료지침은 2~5년 마다 개정되는데, 당뇨치료의 새로운 가이드라인이 되기 때문에 건강보험법 개정은 물론 관련 의약품, 의료 서비스 등에 영향을 미친다. 문 이사는 “(마운자로의) 국내 출시 일정을 보고 있다”며 “2025년에 또 지침이 개정될 텐데, 그 전에 국내에서 사용이 될 것으로 보이면 반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 지침에는 약물 부분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라고도 말했다.

마운자로는 일라이릴리가 개발한 당뇨병 치료제다. 작년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는 이미 승인을 받았다.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에도 승인 신청을 접수한 상태로 곧 국내에서도 허가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당뇨병학회가 진료지침 개정을 고민하는 것은 이 약을 당뇨 전 단계 ‘비만치료제’로 사용하는지 여부다.

현재 국내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비만치료제는 노보 노디스크가 개발한 삭센다(성분명 리라글루티드)다. 노보 노디스크는 삭센다의 동생 격인 위고비(성분명 세미글루타이드)를 올해 출시할 계획이다. 위고비와 삭센다는 우리 몸에 식욕을 억제하는 호르몬(GLP-1)을 조절하는 약물이다. GLP-1은 음식을 먹으면 위·소장 분비되는 호르몬인데, 췌장에 인슐린 분비를 늘리고, 뇌에 ‘그만 먹으라’는 포만감 신호를 보낸다.

삭센다와 위고비가 GLP-1에만 작용한다면, 마운자로는 GLP-1에 또 다른 호르몬인 GIP((포도당 의존성 인슐린 분비 폴리펩타이드)에 이중 작용한다. GIP는 그동안 몸에 별 효과를 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GLP-1과 함께 사용하면 혈당과 체중을 낮추는 데 강력한 시너지를 일으키는 것이 확인됐다.

조영민 서울대 의대 교수팀에서 당뇨병 치료제로 임상을 했는데, 과체중 환자 2539명을 대상으로 이 약 15㎎을 한 주에 한 번 주사했더니 1년 6개월(72주) 동안 평균 24㎏, 체중의 22.5%가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체중이 100㎏인 사람이 이 주사제를 맞으면 77㎏, 60㎏인 사람은 46.5㎏ 되는 것이다.

이 결과는 수술로 위장을 묶어서 위장 크기를 줄이는 비만 수술 효과를 뛰어넘는다. 현재까지 알려진 부작용은 삭센다 수준인데, 고도비만이 아닌 경우에는 체중이 과도하게 감소하는 부작용도 국내에서 발견됐다. 릴리는 분당서울대대병원에서 비만치료제로 마운자로를 추가 임상 중이다. 릴리는 비만치료제로 ‘마운자로’를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미국에서 출시할 목표를 두고 있다.

릴리의 최고의료책임자(CMO)인 대니얼 스크로브론스키(Daniel Skovronsky)는 이달 초 미국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마운자로에서 한 단계 진보한 비만치료제 신약, 주사제가 아닌 알약 형태의 GLP-1 비만치료제 후보물질들이 임상 3상에 진입했다는 소식을 알리기도 했다.

스크로브론스키 CMO는 “마운자로 임상시험에서도 일부 환자들은 기대하는 만큼 체중을 감량하지 못했다”라며 “비만이 있더라도 간질환 등 동반 질환의 종류에 따라서 마운자로가 덜 효율적일 수도 있는 것으로 나타난 만큼 더 적합한 약을 찾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제2형 당뇨병이 늘어나면서 체중 조절이 화두가 됐다. 지난 2017년 세계당뇨병연맹 학술대회 연구에서 넉 달간 초저열량 식사요법으로 체중을 많이 줄이면 줄일수록 당뇨병 치료 성공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에서 15kg이상 체중감량을 한 경우 당뇨병이 86% 관해(증상이 감소한 상태)가 됐다.

관해가 됐다는 것은 ‘나았다’는 뜻이다. 이대호 당뇨병학회 학술이사(가천대 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체중을 15㎏ 줄이면 당뇨병 관해가 된다는 연구결과로, 마운자로와 비만 대사 수술로 체중 감소를 해서 당뇨병 관해에 도달하는 개념이 강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적정 혈당 관리를 위해서는 운동보다 일단은 체중 감량이 더 시급하다는 의미도 된다. 국내 당뇨환자 10명 가운데 비만이 6명으로 집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