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의 유력한 차기 국왕 후보였던 팟차라끼띠야파 나렌티라텝파야와디(44) 공주(파 공주)가 지난달 14일 육군 군견대회 참가 훈련 도중 쓰러져 한 달째 의식 불명 상태다. 지난 2020년 파 공주가 방콕에서 국민들을 만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태국의 유력한 차기 국왕 후보였던 팟차라끼띠야파 나렌티라텝파야와디(44) 공주(파 공주)가 지난달 14일 육군 군견대회 참가 훈련 도중 쓰러져 한 달째 의식 불명 상태에 빠진 것은 ‘마이코플라즈마’라는 세균에 감염된 것이 원인으로 9일 알려졌다.

마이코플라즈마는 주로 폐렴을 일으키는 세균이다. 사람의 코나 입 등 호흡기 비말(침방울)을 통해 전파되는데,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은 국내에서도 면역이 약한 어린이, 집단생활을 하는 중⋅고등학생 사이에서는 꽤 흔한 감염성 질환이다.

국내에서는 3~4년의 주기로 늦여름부터 겨울까지 주로 유행하는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가 국내에서 크게 유행하기 직전인 지난 2019년 가을에 유행했다고 한다. 증상은 발열·기침·기관지염·두통·오한 등 감기와 유사하다.

분당서울대병원 김경훈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은 지역사회 폐렴의 20~40%를 차지할 정도”라며 “전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시기가 있고, 3~4년을 주기로 대규모 유행을 한다”라고 설명했다.

보통 증상이 나타난 지 2~3주 후면 회복하지만, 드물게 피부·신경·혈액·심혈관·골격계 등에도 문제를 일으켜 스티븐-존슨 증후군(피부 점막 협착증), 뇌수막염, 심근염 등 중증합병증으로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마이코플라즈마 폐렴균(Mycoplasma pneumoniae)의 전자현미경 사진을 토대로 만든 3D 입체 이미지./미 CDC

이번에 쓰러진 파 공주는 마이코플라즈마 세균이 심혈관계에 침입한 특수사례로 보인다는 것이 국내 의료진들의 설명이다. 1차 치료제로 ‘마크로라이드’라는 효과적인 항생제가 있지만, 2001년 일본에서 이 항생제가 듣지 않는 ‘내성 마이코플라즈마’가 발견된 이후 점차 확산되고 있어 치료가 어려워 졌다.

마이코플라즈마는 세균은 세균이지만 대장균과 같은 일반 세균과는 달리 세포벽 없이 스스로 분열⋅증식해 바이러스와 세균 중간쯤의 특성을 보인다. 이 때문에 세포벽을 공략하는 페니실린 계열 항생제가 듣지 않는다. 효과적인 예방 백신도 개발되지 않은 상태다. 다음은 김경훈 교수와 일문일답.

一 마이코플라즈마 감염은 어떤 질환인가.

“마이코플라즈마라는 세균에 감염된 질환이다. 주로 폐렴, 관절염을 일으키는데,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의 경우 국내에서는 3~4년을 주기로 유행한다.”

一 그렇다면 흔한 질환이라는 것인데, 파 공주의 상황은 너무 심각해 보인다.

“마이코플라즈마 감염으로 주로 발병하는 것이 폐렴이지만 폐가 아닌 증상도 일으키는 것이 특징이다. 국내 데이터만 봐도, 폐 외에 증상이 23~24% 가량 보고된다. 대부분이 간기능 손상, 피부질환, 콩팥 문제, 심혈관계 이상, 신경학적 의식 장애 등이 발생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증상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세균으로도 유명하다.”

一 가장 최근에 국내에서 유행한 건 언제쯤인가. 그리고 언제 유행할 것으로 보이나.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직전인 2019년에 유행했다. 일상전환으로 올해 겨울 독감이 대규모로 유행하는 것처럼, 올해 가을 겨울에는 마이코플라즈마가 유행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다들 긴장하고 있다.”

一 치료는 어떻게 하게 되나.

“1차적으로 마크로라이드라는 항생제 치료를 하게 된다. 안타깝게도 전 세계에서 마크로라이드에 대한 내성균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한국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를 중심으로 항생제에 내성이 있는 마이코플라즈마 감염이 늘고 있고, 이로 인해 중증 폐렴 환자들이 늘고 있다. 1차 항생제가 듣지 않을 때는 전신 스테로이드 면역 억제제를 쓰거나, 소아에서 사용하지 않는 2차 항생제를 쓰게 된다.”

一 어떻게 예방을 해야 하나

“집단 생활을 하는 곳에서 환자의 기침, 콧물 등 호흡기 분비물을 통해 전파되기 때문에 감염 예방을 위해 손 씻기, 기침 에티켓 등 개인 위생 수칙을 잘 지켜야 한다. 영·유아들은 감염 예방을 위해 식기, 수건, 장난감 등 개인 용품을 따로 사용하고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는 피하게 하는 것이 좋다.”

一 코로나19와 같은 대규모 유행 위험은 없나

“ 파 공주의 경우 유력 인사이기 때문에 집중 조명을 받았을 뿐, 크게 걱정할 질환은 아니다. 외신 보도를 보고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보인다. 주기에 따라 유행 시기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고, 질병관리청 등 국가기관에서 미리 이런 정보를 공유한다.국내에도 유행할 시점은 예상할 수 있고, 늦가을 유행을 주의 깊게 봐야 하겠지만, 코로나19 처럼 ‘국내 유입 차단’을 우려할 정도의 개념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