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보건의료데이터혁신포럼에서 최승재 세종대 법대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유튜브 캡처

보건복지부가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인 '바이오·디지털 헬스케어 혁신' 추진을 위해 보건 의료 데이터 규제 개선에 나선 가운데, 의료 마이 데이터를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안과 관련한 각계 전문가 토론회가 15일 열렸다.

의료계에서는 환자 뿐 아니라 의료 정보를 수집하고 해석한 의료진도 데이터의 주체로 인정받이야 하며, 관련 데이터가 전송된 이후에 책임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산업계에서는 단순히 보건 의료 데이터로만 한정할 것이 아니라, 영양 및 수면 같은 비의료 데이터도 활용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했다.

보건복지부와 대한의료정보학회, 한국보건의료정보원이 이날 오후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개최한 '제6차 보건의료데이터 혁신 토론회(포럼)'에서 의료현장 전문가 및 학계, 산업계, 환자․소비자단체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의료마이데이터의 활용과 관련해 이와 같은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앞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달 열린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보건의료 데이터 관련 규제를 개선해 오는 2026년까지 13조원의 민간 투자를 유치하겠다"리며 "관련 규제를 확실히 개선하겠다"라고 했었다.

정부는 당사자가 동의한 경우 병원에서 개인의 의료 정보를 제3자에게 전송할 수 있도록 하는 '제3자 전송요구권' 도입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자신이 병원에 저장된 자신의 의료정보를 받아 다른 기관에 제공하는 것은 가능했지만, 병원에서 바로 제 3자에게 전송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다만 정보를 건네받는 제 3자는 안전한 관리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전제 조건을 달았다.

이날 발표는 세종대학교 법학부 최승재 교수, 서울대학교병원 의공학과 윤형진 교수 맡았다. 변호사인 최승재 교수는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이 지난 10월 발의한 디지털헬스케어진흥법에 포함된 의료데이터 제3자 전송 쟁점 등에 대해 설명했고, 윤형진 교수는 마이데이터 정보보안 가이드라인, 의료기관의 정보보안 인증제도 및 기준 등에 대해 설명했다.

패널토론에는 서울대병원 권용진 교수를 좌장으로 의료계에서 유소영 대한의사협회 정보통신이사(아산병원 교수), 구자성 대한중소병원협회 병원정보위원장(은성의료재단 좋은병원들 부이사장)이, 산업계에서는 이종근 미소정보기술 헬스케어사업본부장, 전문가로 한근희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윤초롱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소비자 단체로는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이 참석했다.

의료계에서는 데이터 관리의 주체로서 권리를 주장했다. 구자성 부위원장은 "(의료 데이터의 주체인) 환자 뿐 아니라 의료 데이터를 생성 수집 해석한 의료진과 의료기관도 당당하게 의료 데이터 주인이자 주체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의료 데이터를 병원이 제공하는 데 따른 처리 비용도 고민해야 한다"라며 "이 밖에 의료기관 볼 때 부적절한 전송 요구는 거부할 수 있는 거부권도 인정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유소영 이사도 "진료정보는 개인정보이기도 하지만, 의료인의 전문지식으로 가공된 2차 정보다"라며 "데이터의 가치가 정보주체에게만 있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라고 했다. 그는 이어 "의료데이터가 환자 요청만으로 제3자에 제공됐을 때, 병원의 의료 정보 관리인으로서의 책무가 제대로 균형을 잡을 수 있을 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병원 내에서 축적된 의료 데이터는 병원의 책임이지만, 이 정보가 외부로 전송된 이후에 해당 정보로 인해 발생할 문제에 대한 책임이나 책무에 대해서도 고민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윤초롱 변호사도 "의료데이터와 관련해 환자는 환자 자신의 데이터라고 생각하고, 병원에서는 의사가 만든 데이터라고 보기 때문에 수익배분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라며 "(실제로) 의료 전문지식이 없으면 데이터의 해석이 안되기 때문에 어떻게 활용하고 적용할지 고민도 해야 한다"라고 했다.

환자단체에서는 의료데이터가 전송된 사후에 삭제나 정정이 가능할 지 신뢰할 수 없다고 점을 우려했다. 안기종 대표는 "의료데이터가 진료나 임상 처럼 환자에게 득이 되는 것이 아니라, 상업적 목적으로 사용된다면 동의가 힘들 수 있다"라고 했고, "의료 데이터가 아닌 개인정보들도 공개된 이후에 정정을 요구해도 쉽지 않은 만큼 환자 입장에서 내 정보가 어디에 있든지 관리 통제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산업계를 대표해 참석한 이종근 본부장은 "디지틸헬스케어진흥법 발의안을 보면 의료 데이터에 대한 내용 은 많지만, 산업계가 고민하는 비의료 헬스케어 데이터에 대한 관심이 덜 담겨 있다"라고 지적했다.

좌장을 맡은 권용진 교수는 "유럽이나 미국 등에서 많은 의료 데이터들이 거래될 수 있는 것은, 선진국에서는 이런 정보들이 공정하게 거래된다는 신뢰가 바탕이 돼 있기 때문이다"라며 "(마이데이터 사업을 활성화하려면) 정부가 환자와 소비자들이 데이터 전송을 신뢰할 수 있도록 투자하고,또 규제하는 것이 제일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복지부 정은영 보건산업정책국장은 "민감한 개인의 건강정보를 안전하게 활용하기 위한 의료 데이터의 안전관리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라며 "각계 전문가들의 다양하고 심도 있는 논의 결과를 의료마이데이터의 안전한 활용을 위한 정책으로 연계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여러 곳에 흩어진 개인의 의료데이터를 한 곳에 모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중계시스템, 이른바 '건강정보고속도로'를 구축하고 있으며, 올해 8월 서울성모병원, 부산대병원 등 245개 의료기관 참여해 시범 개통한 상태다.

한편, 이번 토론회에서는 디지털헬스케어 국제협의체(GDHP)에서 논의되는 내용을 중심으로, 의료정보정책 분야 해외 정책사례를 소개했다. 한국은 지난 2018년부터 GDHP에 참여하고 있다.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정형선 교수는 디지털헬스케어 국제협의체(GDHP)을 소개하고, 부산대학교 병원 최병관 교수는 의료정보 상호운용성, 부경대학교 이경현 교수는 정보보안 분야의 사례를 각각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