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의 약국(특정 기사 내용과는 무관한 자료사진). 2022.8.17/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정부가 감기약 수급난을 해소하기 위해 약값까지 인상했지만, 일선 약국에서 해열진통제 품귀 현상은 계속되고 있다. 독감 우려에 코로나19 재확산 기미를 보이면서 식약처는 지난달 30일 국내 제약사를 대상으로 감기약 긴급생산명령까지 발동했다.

해외 직구 사이트에서는 미국과 호주산 해열진통제가 최대 49% 할인된 가격에 대량 판매되고 있지만, 시장 안정을 위해 정부가 의약품 수입을 검토한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일선 약사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수입을 안하는 것인지 못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나온다.

14일 몰테일 비타트리와 같은 해외 직구 사이트 같은 곳을 가 보면 미국산 타이레놀 현탁액과 정제약이 21%에서 최대 49% 할인된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타이레놀은 가장 대표적인 아세트아미노펜 계열의 해열 진통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내 제약사를 대상으로 긴급 생산명령을 내린 제품 중 하나다.

건강용품 직구사이트인 비타트리에서는 타이레놀(아세트아미노펜 500mg) 100정 짜리는 기존 가격 19.99달러에서 25% 할인된 14.99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해열진통제인 이부프로펜 계열 애드빌은 200㎎ 100정 짜리가 기존 가격 21.99달러에서 41% 할인한 12.99 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100달러 이상 추가 할인 혜택을 받으면 최저 11.99달러에까지 구입 가능하다.

몰테일에서 타이레놀 데이용은 24캡슐에 9달러에 팔리고 있고, 데이앤 나이트용은 24개입에 15.99달러에 팔리고 있다. 데이용은 24% 할인, 데이앤나이트는 39% 할인된 가격이다. 12월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현지에서도 애드빌과 타이레놀은 약국에서 1+1과 같은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었다. 국내 소비자들이 해외에서 이런 의약품을 직구하는 것은 불법도 아니다. 의약품 목록 통관으로 199달러까지 국내에서 구입 가능하다.

문제는 환자들에게 약을 조제해서 공급해야 하는 일선 약국들이다. 국내 약국들은 조제용 해열 진통제를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선 약국들은 오미크론 변이가 빠르게 확산하던 올해 중순 건보 적용을 받는 조제용 해열진통제가 없어서 일반약을 뜯어서 조제하는 일도 있었다. 건강보험 적용을 받는 조제용 약과 일반약은 가격 차이가 커서 손해가 크다.

이런 문제 때문에 올해 5월 정부는 조제용 해열진통제 수급을 위해 호주산 타이레놀을 긴급도입하기도 했다. 남반구인 호주는 한국과 계절이 정반대이기 때문에 현재 독감과 같은 해열진통제가 필요한 계절성 질환에 대한 걱정은 적은 편이다.

여기에 시장 혼란을 수습하려면, 국내 생산을 기다리기보다는 수입하는 것이 더 빠를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일선 약국의 목소리다. 대구의 한 약사는 "국내 제약사들이 2,3교대 풀로 해열제를 생산하고 있다고 하지만, 수급은 여전히 원활하지 않다"라며 "제약사들이 생산 설비를 늘리는 것을 무작정 기다릴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수입을 해서 숨통을 틔우는 것이 더 빠르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또 다른 약사는 "식약처가 국내 제약사 눈치를 보느라 수입을 못하는 것 아니냐"라며 "애꿎은 국민들과 약국들만 피해를 본다"라고 했다.

다만 식약처에서는 지금 당장 해열진통제 긴급 수입은 검토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식약처 관계자는 "현재 긴급도입은 계획하고 있지 않다"라며 "국내 허가된 제품으로 수급을 안정화시키는 것이 더 우선이라서 긴급수입보다는 증산에 집중하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