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의대 소아청소년과 교수인 이뮤니크 이영호 대표를 지난 16일 경기도 판교 메디포스트 사옥에서 인터뷰했다. 이 대표가 냉동상태로 보관된 제대혈 세포를 들어보이고 있다./ 김명지 기자

이영호 한양대의대 소아청소년과 교수(62)는 지난 2018년 미국 텍사스에서 열린 한 학회에서 만난 엠디앤더슨암센터 교수로부터 조절 T세포와 면역세포 치료제를 공동 연구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인도 출신의 이 교수는 제대혈에서 추출한 T세포의 가능성을 설명했고, 이 교수는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 교수는 연구에 돌입하자마자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하지만 연구비가 발목을 잡았다. 이듬해인 2019년 이 교수는 메디포스트 양윤선 대표에게 연구를 제안했고, 2020년 메디포스트 안에 면역세포치료제팀이 신설됐다. 지난해 4월 이영호 교수를 대표로 선임하며 출범한 메디포스트 자회사 바이오벤처 ‘이뮤니크’의 시작이었다.

이뮤니크는 제대혈에서 확보한 면역세포를 활용해 난치성 면역 질환 세포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메디포스트는 줄기세포 치료제 전문 기업으로 제대혈 보관사업으로 국내 1위의 업체다. 메디포스트의 제대혈 자원을 활용해서 재생불량빈혈과 같은 면역 혈액질환과 강직성 척추염 같은 난치성 자기면역질환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제대혈은 신생아 탯줄과 태반에 들어있는 혈액을 뜻한다. 제대혈 유래 면역세포는 제대혈에서 분리·배양한 ‘T세포’와 ‘NK세포(자연살해세포)’ 등을 뜻한다. 제대혈 면역세포는 성인 혈액 면역조절세포보다 훨씬 우수한데, 이런 장점을 활용하면 난치성 질환도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이 이 교수의 주장이다.

1세대 바이오벤처인 메디포스트는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창업주인 양윤선 대표는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와 크레센도에쿼티로부터 1400억원 가량을 투자받으면 최대 주주를 내주며 2선으로 물러났다. 이후 연구개발(R&D)센터장이던 오원일 대표가 신임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했다.

메디포스트 사옥 전경(메디포스트 제공)

회사는 골관절염 세포치료제로 개발하는 카티스템 임상 3상과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에 집중 투자 등 사업구조 최적화에 나섰다. 이 대표는 “경영진들과 논의 끝에 자회사인 이뮤니크의 연구개발은 계속 진행하기로 했다”라며 “내년 동물실험 거쳐 내후년 임상 1상 진입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소아암 명의’이자 국제적으로 명망 있는 제대혈 기초연구 전문가다. 이 대표가 동아대 의대 교수로 재직하던 1998년 국내 최초 제대혈 이식에 성공했고, 2016년에는 세계 최초 백혈구 촉진 인자(G-CSF)와 자와 말초혈 조혈모세포를 이용한 뇌성마비 환자 치료를 임상해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이 교수가 동아대 의대에서 한양대 의대로 이직한 2005년 부산 지역지인 국제신문은 ‘명의가 서울로 떠난다’라는 기사를 1면으로 썼다. 이 교수가 45살 때 일이다. 이영호 대표를 지난 16일 판교 사옥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一 메디포스트 양윤선 대표와는 예전부터 알고 지냈나

“개인적으로는 알지 못했다. 양 대표가 메디포스트 설립을 준비하면 십수년 전에 내 의견을 물어보러 부산에 찾아온 적이 있다. 그 당시는 이 회사(메디포스트)가 이렇게 커질지 예상을 못했다. 하지만 늘 응원했다. 다른 제대혈 보관 기업들과 달리 달리 ‘정도’를 걷는다고 생각했다. 사업 초반에 제대혈 보관 관리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는데, 빠르게 정리를 했다.”

一 양 대표에게 이뮤니크 법인 설립 제안을 직접 한 건가.

“회사 설립 제안은 아니었고, 이 주제로 연구 협력을 요청했다. 2018년 미국 텍사스 학회에서 인도의 여성 교수로부터 조절 T세포 관련 공동 연구 제안이 들어왔다. 지금 이뮤니크가 하고 있는 일이다. 이 교수는 미국에서 바이오벤처를 하고 있는데, 그쪽에서도 공동 연구 의사를 타진했다.”

一 그런데 어떻게 회사까지 설립하게 됐나.

“막상 연구를 시작하니 사업성도 있고,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그런데 연구를 계속하려면 자금이 필요했다. 하지만 수중에 그렇게 큰돈이 없지 않나. 그래서 양 대표에게 연구를 제안했고, 사내에 팀을 만들고, 법인 설립까지 이르게 됐다.”

一 이뮤니크의 강점은 무엇인가.

" 자력갱생이라고 본다. (웃음) 임상에 들어가기 전 단계에서 크게 자금이 투입될 일이 없다. 또 메디포스트의 자회사로 시너지가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금시장 상황이 어렵다고 하지만, 전도 유망한 곳은 연락이 온다. 우린 일단 규모가 작다. 현재 연구원 13명에 행정직원 3명을 포함해 16명이 움직이는 날렵한 조직이다.”

이뮤니크는 지난해 11월 32억원 규모의 프리시리즈 A를 받은 상태다.

이뮤니크 이영호 대표를 지난 16일 경기도 판교 메디포스트 사옥에서 인터뷰했다./ 김명지 기자

一 임상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으신가.

“예비실험을 한번 했다. 내년 전임상을 거쳐 이르면 내후년 임상 1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바이오벤처 업계에서 임상을 쉽게 생각하지만 돈이 정말 많이 든다. 동물실험도 굉장히 비싸다. 요즘은 코로나 봉쇄를 하기 때문에 중국에서 실험하는 것도 쉽지 않다. 예측이 불가능하다”

一 그러면 치료제는언제쯤 나온다고 봐야 하나.

“앞으로 10~15년은 더 걸릴 거다. 1세대 제대혈 유래 조절 T세포 플랫폼은 거의 완성됐다. 이는 자가면역질환 중에서 이식 편대 숙주병의 예방과 재생불량빈혈 환자의 치료에 적용할 계획이다. 이제 유전자 편집으로 3세대 플랫폼을 만들려고 한다.”

一 3세대 플랫폼은 뭔가.

“우리 제대혈 유래 T세포안에 카(CAR)유전자를 집어넣는 것이다. 카티(CAR-T)를 우리 세포로 만드는 것이다. 이 세포는 항체와 결합해 신호가 전달되면, T세포는 활성화되고 목표로 타깃으로 하는 그 세포는 사멸시키는 것이다. 대표적인 CAR-T 치료제로 노바티스가 개발한 킴리아가 있다. 킴리아는 백혈병 즉 암세포를 타켓으로 하는데, 우리는 자가면역질환을 타켓으로 한다. 암세포가 아니라도 T세포로 치료하는 것은 이론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다. 이 이론적 백그라운드를 바탕으로 실험을 해 보는 것이다.”

一 면역 제대혈로 소아암을 치료제를 개발하는 건 시도하지 않으시나.

“이론적으로 면역 제대혈을 이용한 면역세포로 어린 아이들도 고칠 수 있다. 성장이 끝나지 않았더라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소아암은 내 주전공이다. 소아암을 겨냥한 신약을 만드는 것은 아마 내가 제일 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순서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一 순서가 아니라니, 어떤 뜻인가.

“우리가 첫 타겟으로 한 이식편대숙주병, 재생불량빈혈은 면역매개성 혈액질환이다. 혈액암은 내 전공이기도 하니 이것을 기본으로 가고, 이 후에 암 쪽으로 연구를 해 보고 싶은데, 그 때가 되면 내 나이는 이미 (너무 많이 들 것 같다.) 신약개발은 호흡이 길기 때문에 빠르게 움직이는 IT 벤처와는 결이 다르다.”

一세포치료제로는 암을 정복하기 어려운건가.

" ‘어렵다’ 보다는 ‘우리가 시도하기 쉽지 않다’는 표현이 맞다. 암을 치료하는 세포치료제는 있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시도하는 것은 난치성 암이다. 그러니 이런 표현을 쓴다.”

이뮤니크 이영호 대표를 지난 16일 경기도 판교 메디포스트 사옥에서 인터뷰했다./ 김명지 기자

一 의과학자 양성에 대해서 어떻게 보시나. K바이오 육성을 위해서 정부가 의과학자에 집중하고 있다.

“제자들에게 의사가 적성에 맞지 않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전문의를 꼭 하라고 한다. 전문의를 따고 그 이후에 적성에 맞는 일을 찾으면 된다. 일단 의사 자격증을 따면 부가가치가 커지기 때문이다. 혹시 국내 투자회사 중에서 의사 출신이 몇 명인지 아시나.”

一 대략 50명 정도 되지 않나. 바이오벤처가 뜨면서 늘어나는 추세로 안다.

“열댓명밖에 안 된다. IMM인베스트먼트의 문여정 상무가 1호인 것으로 안다. 내가 조금만 젊었어도, 투자회사 이런 곳을 가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30대였던 1990년대 보건복지부에도 의사 출신이 많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복지부와 질병청에서 의사 출신을 보는 것이 어렵지 않다.

동아대의대에 있을 때 제자 한 명이 돌보던 환자의 사망으로 크게 낙담한 일이 있었다. 그 제자가 전문의를 포기하겠다고 하길래 ‘전문의만 따라’고 했다.그리고 복지부에 지원할 것을 제안했다. 너무 말이 길어졌는데 ‘의사가 할 일은 많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웃음)”

一 그러고보니 닥터나우 장지호 대표가 제자다. (장 대표는 한양대 의대 휴학 중이다)

“그렇다. 그런데 얼마 전 장 대표가 하는 경영 관련 강의를 들었다. 장 대표가 나를 보고는 ‘교수님 웬일이세요’하고 깜짝 놀라 인사를 했다. 그날 강연을 듣고 닥터나우가 돈만 보는 게 아니라 ‘가치관 경영’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一 그날 강연에서 날카로운 질문은 없었나.

“‘현재는 한시적으로 원격진료가 허용돼 닥터나우가 영업하고 있지만, 아예 합법화하면 정부가 자체 앱을 개발해 망할 수도 있지 않느냐’라는 질문이 있었다. 장 대표는 ‘우리도 더 노력해야지요’라고 하더라. 20대니까 할 수 있는 답변이었고, 그런 자신감이 참 부러웠다.”

一 의대 교수로 환자를 진료하다가 바이오벤처 대표이사를 맡은 지 2년쯤 됐다. 힘든 일은 없으신가.

“너무 잘 맞고 되게 재미있다.”

一 어떤 점이 그렇게 재미있나.

“학교에 있을 때는 하고 싶은 연구도 못할 때가 많았다. 연구 신청을 해서 받아야 하니까. 민간으로 옮기니 하고 싶은 연구를 마음껏 할 수 있다. 학교에서 하는 연구와 콘셉트가 다른 것도 재미있는 부분이다. 학교에서는 오리지널리티를 중요시하는데, 여기선 그런 건 안 통한다. 결국 ‘제품’을 만들어서 팔아야 하니까. 그런 고민 자체가 재미있다.”

一 그나저나 미국 교수가 하는 바이오벤처는 요즘 어떻게 됐나.

“몇 달 전에 중국 기업에 인수됐다. 지분 100%를 인수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연구는 그대로 하는 것으로 안다. 얼마 전 안부 이메일을 보냈는데 답이 없다. 같은 연구를 하고 있으니, 이뮤니크의 경쟁자라고 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