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새 정부 들어 첫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첨단 바이오 육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가 첨단 전략 산업 정책 컨트롤타워로 출범시킨 조직에 보건복지부는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첨단전략기술로 지정한 15개 분야에서도 제약⋅바이오는 빠졌다. 새 정부가 내세운 '바이오 육성'이 허울 뿐이라는 말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15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4일 정부는 한덕수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국가첨단전략산업위원회'를 구성하고 첫 회의를 열었다. 첨단산업위는 차세대 첨단 산업 정책의 컨트롤 타워를 목적으로 세운 범정부 조직이다. 산업에 대한 투자는 물론 인력 양성, 규제개혁, 금융 등 관련 정책과 계획을 수립·집행·점검하는 최고의사결정기구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 조직을 구성하는 당연직 정부위원 12명 명단에는 현재 조규홍 복지부 장관이 없다. 위원장인 한 총리와 간사인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중심으로 기획재정부, 교육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주요 부처의 장관들이 모두 위원으로 이름을 올렸는데, 정작 제약·바이오 주무부처인 복지부는 빠진 것이다.
이 뿐만 아니라 위원회가 이날 회의에서 국가첨단전략기술로 선정한 분야에서도 제약⋅바이오는 없었다. 일주일 전인 지난달 28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를 주재하면서 12대 국가전략기술 가운데 '첨단바이오'를 강조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과학기술자문회의는 대통령을 의장으로 하는 최상위 과학기술 정책 의사결정기구다. 결과적으로 윤 대통령이 정책 결정 최상위 기구에서 강조한 분야가 총리가 주재한 회의에서는 완벽히 배제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새 정부가 내세운 '바이오 육성'이 허울 뿐이라는 말이 나온다. 윤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국무총리 직속 제약⋅바이오 혁신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지만, 새 정부 출범 이후 이렇다 할 성과는 없는 상태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복지부 장관 후보자 지명과 사퇴를 반복하며 주무부처 공백이 길어지면서 벌어진 일이지만, 혁신위 동력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복지부와 산업부가 벌이는 주도권 싸움으로 인해 이번 사태가 벌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업계 "첨단산업위의 간사를 산업부가 맡으면서, 복지부는 빠지는 구도가 된 것으로 안다"며 "문재인 정부 때 바이오 산업을 두고 과기정통부와 복지부가 신경전을 벌였다면, 새 정부에서는 산업부와 복지부간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복지부가 제약 바이오 산업 발전을 위해 첨단산업위에 적극 참여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관계자는 "복지부가 모든 것을 주도하겠다고 나서기에 제약 바이오 산업이 너무나 커졌다"며 "산업 발전 속도에 맞게 복지부가 기업을 파트너로 인정하고, 거버넌스를 구성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제약 바이오 혁신위원회 출범이 어렵다면, 부처간 협조를 통해 박차를 가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도 말했다.
다만 정부가 첨단산업위 민간위원으로 위촉한 전문가에는 제약·바이오가 포함됐다. 민간위원에는 대한상의 회장인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수연 네이버 사장과 함께 이병건 지아이이노베이션 회장이 바이오 업계를 대표해 참석했다. 이 회장은 럭키바이오텍연구소(현 LG화학 생명과학연구소) 센터장을 거쳐 GC녹십자 대표, GC 대표, 종근당 부회장, SCM생명과학 대표를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