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글로벌 제약·바이오 산업의 신약 개발에서 없어서는 안 될 도구로 자리잡고 있다. 수 많은 신약 후보물질 중에서 유효한 물질을 발견해 내는 것은 물론이고, 암세포를 공격하는 방법을 밝히는데 유용한 도구가 되고 있다. 또 손으로 작성하거나 주먹구구식으로 진행하던 신약 임상 시험을 디지털화하는 도구로도 사용되고 있다.
16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글로벌 빅파마(대형 제약사)를 중심으로 신약 개발에 AI를 도입하는 움직임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일라이 릴리가 지난달 10일 AI 기반 신약 개발사 슈뢰딩거(Schrödinger) 와 4억2500만 달러 규모의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에 따라 슈뢰딩거는 일라이 릴리가 지정하는 신약 타겟에 대한 저분자 합성 약물 후보 물질을 발굴하고 최적화한 뒤 릴리에게 전달. 릴리가 남은 전임상 및 임상 개발을 진행. 어떤 타겟에 대한 약물을 발굴할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초기 계약금(업프론트)은 공개하지 않았는데, 업계는 그 규모가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20년에 슈뢰딩거는 미국의 대형 제약사인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와 약 27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는데, 초기 계약금은 5500만 달러 수준이었다.
BMS는 신약 개발에 AI를 적극 도입하는 제약사 가운데 한 곳으로 꼽힌다. 앞서 BMS는 콘서트AI(ConcertAI)와 암 임상 시험을 위한 신규 디지털 임상 소프트웨어를 런칭했다. 두 회사가 개발한 디지털 임상 솔루션은 AI 기술과 실사용 데이터를 이용하여 임상시험을 효율화하는 것이 골자다.
두 회사는 지난 2019년부터 솔루션을 개발했는데, 이를 통해 환자 모집, 등록, 유지하는 것을 효율화하여 임상 시험 비용 및 시간을 줄이고, 다양한 임상 환자를 모집하는 것에서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는 것이 BMS측 설명이다.
그동안 '신약 개발'이라고 하면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것으로 인식되지만, 병원에서 신약 후보물질을 환자에게 투여하고, 그 효과를 측정하는 임상 시험 작업은 종이 바인더를 활용해 정보를 작성하고, 정리하는 등 과거에 머물러 있었다.
2018년에 설립한 콘서트AI는 미국 매사추세츠 케임브리지에 있는 의료IT 스타트업으로 임상시험의 완전 디지털화를 목표로 솔루션을 개발 중이다. 올들어 전세계 자본시장이 빠르게 얼어붙고 있지만, 이 회사는 올해 초 1억 5000만 달러(약 2000억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코로나19 대유행 때 mRNA(메신저리보핵산) 방식의 백신을 개발해 낸 화이자도 AI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화이자는 지난 9월 화이자는 AI로 임상 빅데이터를 분석해 신약 개발을 위한 컴퓨터 질병 모델을 구축하는 사이토리즌(CytoReason)과 신약 솔루션 공동개발 계약을 5년 연장했다.
두 회사는 지난 2019년 첫 계약을 체결했는데, 올해 이를 추가 연장한 것이다. 화이자는 계약 연장을 위해 사이토리즌에 1억1000만달러를 지급했다. 2000만 달러는 지분으로 투자했고, 공동 개발 연구비로만 회사에 9000만 달러를 제공한다. 사이토리즌 머신러닝 알고리즘으로 대량의 임상 데이터(유전체 데이터, 임상시험 결과들 등)를 분석하는 회사다.
앞서 지난 8월 사노피는 AI 기반 신약개발사인 아톰와이즈(Atomwise)와 10억 달러 규모의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에 따라 사노피는 아톰와이즈가 구축한 신약개발플랫폼인 아톰넷(AtomNet)으로 최대 5개 신약 타겟에 대한 신약 후보물질(선도물질 단계까지)을 발굴하게 된다. 아톰넷플랫폼은 구조기반 약물 디자인에 딥러닝을 적용한 것으로, 3조개 이상 합성 가능한 물질들을 빠르게 스크리닝할 수 있다고 한다.
화이자는 신약 연구개발(R&D)외에도 지능형 자동화, AI, 빅데이터와 같은 디지털 기술에 상당한 예산을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약 7억 6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화이자는 지난 2019년 그리스에 디지털 혁신(CDI)센터를 열기도 했다. 이 곳은 디지털 혁신을 위한 허브 역할을 한다.
화이자의 빌 레이스터 데이터 플랫폼 부분장은 지난해 외신과 인터뷰에서 "과학 중심적이고 환자 중심적 조직이 되기 위한 비즈니스 혁신을 진행하고 있으며, 디지털은 이를 실현할 효과적인 도구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