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바이오 기업 신라젠 주가가 주식 거래가 재개된 지 닷새째인 17일까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신라젠관계자들이 스위스 제약사와 후보물질(파이프라인) 인수 협의를 위해 이달 중 현지를 방문하기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에서는 신라젠이 확보한 새 신약 후보물질 ‘BAL0891′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신라젠은 스위스 제약사 바실리아로부터 인수하기로 한 신약 파이프라인 ‘BAL0891′의 기술 이전을 마무리하기 위해 이르면 금주 중 현지를 방문한다. 이번 출장에는 회사 연구개발(R&D) 총괄 임원을 포함해 임상 담당 임원과 팀장급 직원들이 함께 할 예정으로, 회사 설립 이후 최대 규모로 알려졌다.
회사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그동안 스위스 측과 비대면으로 회의를 계속 진행해왔다”며 “인수 결정 이후 처음 대면 방식으로 열리는 이번 회의에선 약물개발의 전반적인 정보와 세부 기술에 대해 인수 인계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이전 작업이 마무리되면, 연구개발 현황과 미래 계획을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신라젠의 이날 주가는 하루 전보다 400원(2.84%) 오른 1만 4500원에 마감됐다. 지난 2020년 5월 신라젠이 거래 정지되기 전 종가인 1만2100원과 비교해 소폭 올랐다. 신라젠 주가는 주식거래 재개 첫날과 이튿날인 이달 13일과 14일 이틀 동안 가격제한폭까지 올랐다.
국내외 증시가 전반적으로 하락세인 가운데, 신라젠이 3거래일 연속 상승하면서 업계에서는 BAL0891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BAL0891은 유사분열관문억제제(MCI)로 인산화 효소의 활동을 막는다. 인산화 효소는 우리 몸의 세포에 신호 전달을 하는 단백질 중 하나다.
BAL0891은 인산화 효소 단백질 TTK(트레오닌 티로신 키나제) 와 PLK1(폴로 유사 키나제1)에 작용하는데 두 단백질이 암 세포에 한꺼번에 신호를 줘서 암세포가 빨리 세포 분열을 하도록 유도한다. 암세포가 이런 비정상 세포 분열로 결국 스스로 사멸하게 하는 원리다.
체외에서 진행된 세포 배양 실험에서 약효를 확인됐다. 바실리아가 올해 3월 미국 암연구학회(AACR)에 공개한 동물 실험 결과, 안전성과 내약성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바실리아가 당시 발표한 포스터를 보면 100일째 투여한 결과 종양의 크기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100일간 약물을 투여한 뒤 20일간 관찰한 결과 종양 8개 가운데 3개가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또 전체 종양의 25%에 해당하는 2개는 완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바실리아는 지난해 말 미 식품의약국(FDA)에 이런 실험 결과를 근거로 전이성 고형암 임상 1상 시험 허가를 받았다.
BAL0891은 바실리아가 발굴한 독자 물질은 아니다. 네덜란드의 바이오 벤처 NTRC테라퓨틱스가 개발한 물질을 바실리아가 2018년 사들였다.
스위스 제약사 로슈에서 2020년 분사한 바실리아는 올초 포트폴리오를 정리하겠다고 깜짝 발표했다. 분사 이후 회사의 주요 파이프라인은 항생제와 항진균제, 항암제 등 크게 3축으로 나뉘었다. 바실리아는 이번에 이 가운데 항암제 파이프라인은 정리하기로 하고 파이프라인 매각에 나서고 있다.
바실리아는 신라젠에 파이프라인을 매각한 것과 별도로 지난 9월 전임상 단계에 있는 PARG 표적항암제 후보물질을 영국 바이오벤처인 노더스 온콜로지(Nodus Oncology)에 매각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 6월에는 머크(MSD)로부터 들여왔던 항암제 후보물질(FGFR 저해제)도 반환했다.
신라젠 관계자는 “올해 초 외신을 통해 바실리아가 항암사업 분야를 정리한다는 소식을 접했고, R&D총괄 등 글로벌제약사 출신의 인사와 외부 업체를 통해 협상을 진행해 파이프라인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