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 서울 중구지사 민원실 모습.

국내 병의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관련 치료와 검사 등 진료비 명목으로 4조원이 넘는 돈을 벌어 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77%에 해당하는 3조원 가량이 건강보험료 재정에서 나갔다. 신속항원 검사를 확진 판정으로 인정한 올해 상반기에만 2조2635억원이 코로나19 진료비 명목으로 빠져나간 것으로 집계됐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세를 억제하지 못해 검사 횟수가 늘면서 국민이 낸 건보료 재정 부담만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실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진료비 내역 현황에 따르면 국내에서 첫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한 2020년 1월부터 올 6월까지 코로나 치료와 검사 등으로 병의원에 지급한 진료비는 4조 406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건보공단이 부담한 금액은 3조 3955억원으로, 전체의 77%를 차지했다.

건보 부담금 3조 3964억원 가운데, 66%에 해당하는 2조 2635억원이 올해 상반기에 빠져 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월별로는 올해 3월(1조 1479억원)이 가장 많았고, 4월(5001억원)이 뒤를 이었다. 코로나가 국내 유입된 이후 5년 동안 지출된 건보 재정의 30%(1조 6480억원)가 3~4월 두 달 동안 빠져나갔고, 3분의 1(67%)에 해당하는 금액이 올 들어 빠져나갔다는 뜻이다.

코로나19 관련 건보 부담은 작년 6월부터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월별 진료비를 보면 작년 상반기 100억~500억원 정도였던 코로나 관련 건보 월 부담금은 2021년 7월 1153억원으로 뛰었다가 올해 2월 3396억원에서 3월 1조 1147억으로 폭증했다.

건강보험공단 진료비 현황/국민의힘 조명희 의원실 제공

이런 폭증세는 정부가 병·의원에서 받은 신속항원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면 유전자증폭(PCR) 검사 없이 확진 판정을 할 수 있도록 한 조치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 당시 전파력이 강한 오미크론 변이가 국내 유입되면서, 하루 확진자 수는 62만명까지 치솟았다.

앞서 복지부는 올해 초 제3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 병‧의원 신속항원검사 시행을 의결하면서 약 8000억원 정도의 예산이 소요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 계산대로라면 정부 추계의 2배에 달하는 금액이 건보에서 빠져나간 것이다.

우리나라는 총진료비 중 외래 30~60%, 입원 20%를 본인이 부담하고 나머지는 건강보험이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 상황에선 입원 치료비와 진단 검사비 등 코로나와 관련한 각종 비용을 국고와 건보가 각각 부담해 지원했다.

건보공단이 제출한 또 다른 자료에서도 3월 한 달 '동네병원'으로 통하는 일반⋅내과의 진료비는 4조 7878억원에 달했다. 정부는 관련 진료비가 예상을 뛰어넘자 병⋅의원에 지급하는 검사 진료비에서 감염예방관리료는 4월부터 중단했다. 감염예방관리료를 포함하면 의원급 기준으로 검사 한 건당 진료비는 5만5920원에 달했다.

신속항원검사로 거액의 재정이 낭비된 것은 오미크론 유행을 촉발시킨 정부 탓이라는 것이 의료계의 반응이다. 임현택 대한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하루 확진자가 60만 명씩 쏟아지는 상황에서 동네 병원의 신속항원검사 확진 판정 없이는 그 많은 확진자를 감당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은 "신속항원검사는 건보 재정과 예산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흥청망청식 정책의 표본"이라며 "국민 세금과 건강 보험을 눈 먼 돈이라고 생각한 정책이 전국민의 도덕 재정 안정성 불감증을 불러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