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미 대통령이 보건고등연구계획국(ARPA-H)의 초대 소장으로 정부 연구소와 바이오 기업에서 일한 40대 여성 과학자를 선임했다. 이에 따라 바이든 정부가 암 환자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며 야심 차게 설립한 연구소가 본 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미 백악관은 13일 "보스턴의 바이오 기업인 징코 바이오웍스Ginkgo Bioworks)에서 일하고 있는 르네 웨그진(Renee Wegrzyn·45) 박사를 ARPA-H 초대 소장으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혁신 의료기술 목표로 국방 연구소 모방
ARPA-H는 인터넷과 위성항법시스템(GPS)을 개발한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을 모델로 설립됐다. DARPA가 혁신적인 연구에 과감하게 투자해 큰 성과를 본 것을 본떠 혁신적인 연구 투자로 당장 환자 치료에 도움을 줄 의료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미 상원은 지난 3월 이 연구소에 10억 달러(약 1조 3700억원) 예산을 배정했다.
웨그진 신임 ARPA-H 소장은 직접 연구를 하기보다 유전자 교정 연구와 같은 첨단 연구 부문에 대한 지원과 관리 업무를 주로 했다. 조지아 공대에서 응용생물학 박사학위를 받고 컨설팅 업체인 부즈 앨런 해밀턴를 거쳐 방위고등연구계획국 생물기술실에서 연구 프로그램 책임자로 일했다. 역시 정부 연구 기관인 정보고등연구계획국에서도 일했다.
ARPA-H는 미국의 보건 연구 산실인 국립보건원(NIH) 산하 기구로 설립됐다. 하지만 기초 연구에 집중하는 NIH의 보수적인 연구 문화와 정반대로 당장 환자를 치료하고 돈이 될 기술 개발을 목표로 내세웠다. 그만큼 설립 초기부터 NIH와 협력이 제대로 될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이 나왔다. 본부를 NIH 내에 둘지 다른 곳으로 갈지 장소 논란도 빚어졌다.
이번에 웨그진 박사가 소장으로 선임되면서 이런 논란이 조기에 종식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DARPA 생물기술실장을 역임한 브래드 링가이센 박사는 이날 사이언스지에 "웨그진 박사는 매우 명석한 과학자로 NIH의 접근법과 다른 혁신적인 연구 프로그램을 만들 것"이라고 기대했다. 웨그진 박사는 링가이센 박사 밑에서 일했다.
◇암 정복 위한 캔서문샷 프로젝트 주축
웨그진 박사는 이날 "ARPA-H의 도전적인 임무를 만들고 미국인의 건강을 개선할 비전과 접근을 촉진하는 기회를 갖게 돼 무한한 영광"이라며 "암 사망자와 환자를 획기적으로 줄이려는 대통령의 목표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정부는 지난 2월 앞으로 25년 동안 암으로 인한 사망률을 50% 이상 낮추겠다며 '캔서 문샷(Cancer Moonshot)' 프로젝트를 재출범시켰다. 케네디 대통령이 국력을 총동원해 단기간에 달로 인간을 보내는 데 성공한 것처럼, 국가 연구개발 역량을 한 데 모아 암을 정복하겠다는 것이다. ARPA-H는 그 첨병 역할을 할 전망이다.
윤석열 정부도 우리나라에 ARPA-H를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제20대 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지난 4월 발표한 '국정과제 이행계획서'에 따르면 정부는 글로벌 바이오 허브로 도약하고, 신종 감염병에 대응하는 보건 안보 체계를 확립하기 위해 한국형 ARPA-H를 구축하기로 했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는 한국 ARPA-H에 대한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연구소가 민간 기업이 독자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혁신 의료 기술 연구를 끝까지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약사 한 연구개발 담당 임원은 "미국과 유럽처럼 ARPA-H 연구 프로그램에 참여한 기관이나 기업에게 특허권까지 부여하면 상업화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