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우주국(ESA)은 화성 궤도탐사선인 마스 익스프레스(Mars Express)의 우주 발사 20주년을 기념해 탐사선에 탑재된 시각 모니터링 카메라(VMC)를 이용해 3일 오전 1시(한국 시각)부터 1시간 동안 화성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중계했다./ESA

붉은 행성이 지구인에게 자신의 모습을 공개했다. 약간의 시차는 있었지만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화성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줬다.

유럽우주국(ESA)은 지난 3일(한국 시각) 오전 1시부터 유튜브를 통해 화성의 모습을 중계방송했다. '붉은 행성으로부터의 첫 실시간 중계(First livestream from the Red Planet)'라는 이름이 붙은 이번 생중계는 한 시간 정도 진행됐다. 이번 방송은 화성 궤도탐사선인 마스 익스프레스(Mars Express) 발사 2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였다.

마스 익스프레스는 ESA 15개 회원국이 러시아와 함께 개발한 유럽 최초의 화성 탐사선이다. 2003년 6월 2일 러시아 소유즈 로켓에 실려 발사된 탐사선은 그해 12월 25일 화성 상공 273㎞의 타원궤도에 도달했다. 탐사선은 '시각 모니터링 카메라(VMC)'로 화성 표면을 촬영해 3차원 이미지를 만드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유럽우주국(ESA)은 화성 궤도탐사선인 마스 익스프레스(Mars Express)의 우주 발사 20주년을 기념해 탐사선에 탑재된 시각 모니터링 카메라(VMC)를 이용해 3일 오전 1시(한국 시각) 1시간 동안 화성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중계했다./ESA

◇18분 시차로 화성 모습 중계

독일 다름슈타트에 있는 ESA의 임무 통제 센터의 탐사선 운영 책임자인 제임스 고드프리(James Godfrey)는 이날 "우리가 보는 화성 영상은 일반적으로 며칠 전에 촬영된 것"이라면 "화성의 '지금'에 최대한 가까운 화성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공개된 화성 영상은 실시간 중계는 아니었다. 일반적으로 화성 궤도를 도는 탐사선은 화성 영상을 촬영하고 데이터를 저장했다가, 지구와 통신할 수 있는 위치에 있을 때 전송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도 완전한 실시간 중계는 아니었다. 화성과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도는 궤도의 위치에 따라 지구에 데이터가 오기까지 3분에서 22분까지 걸릴 수 있다. ESA는 이번 중계에 앞서 영상 데이터가 화성에서 지구로 직접 이동하는 데 약 17분이 걸리고, 지상의 통신선과 서버를 통과해 생중계를 시작하는 데 약 1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ESA는 앞서 1시간 동안 약 50초마다 화성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스페인 마드리드 근처의 지상국이 악천후를 겪으면서 한동안 화성으로부터의 전송이 중단됐다고 ESA는 밝혔다.

유럽우주국(ESA)의 탐사선인 마스 익스프레스(Mars Express)가 화성 상공을 지나며 임무를 하는 모습의 상상도./ESA

중계를 보면 붉은 행성이 예상만큼 붉지 않다는 점을 알 수 있다. ESA 과학자는 화성이 육안으로 볼 때와 달리 스마트폰으로 찍은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탐사선이 촬영한 영상은 이미지를 변형시키는 '노이즈(noise, 잡음)'를 제거하기 위해 약간의 처리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영상에는 화성만 보이고 주변에 다른 별은 보이지 않는다. ESA의 이번 프로젝트 책임 과학자인 콜린 윌슨(Colin Wilson) 박사는 "화성은 매우 밝기 때문에 이미지의 배경에 별이 보이지는 않았다"며 "화성에 아주 가까이 다가가면 더 밝아져 탐사선이 이미지를 찍는 특정 각도에서는 주변 별이 가려진다"고 말했다.

우주 생중계는 극히 드물다. 우주 탐사선이 수집한 데이터는 보통 기간을 정해 놓고 몇 시간에 한 번, 혹은 며칠에 한 번 지구로 보낸다. 특별한 목적이 있지 않고서는 무리해서 생중계를 시도하지 않는다. 우주 생중계 중 가장 유명했던 것은 달 표면을 걷는 아폴로 우주비행사의 모습이었다.

화성 탐사선 마스 익스프레스는 독일항공우주센터(DLR)가 개발한 '고해상도 스테레오 카메라(HRSC)'로 2005년 2월 2일 화성의 북부평원인 바스티타스 보레알리스(Vastitas Borealis)에서 가운데 얼음이 있는 충돌구를 촬영했다./ESA

◇20년 전 비글2호 화성 착륙은 실패

마스 익스프레스는 지난 20년 동안 많은 성과를 거뒀다. 탐사선은 다양한 과학 장비를 탑재하고 지질, 기후, 대기를 연구해 화성의 진화와 생명체 가능성에 대한 귀중한 정보를 제공했다.

독일항공우주센터(DLR)가 개발한 '고해상도 스테레오 카메라(HRSC)'는 화성의 가로세로 15m를 화소 하나로 보여주는 영상을 촬영했다. 마스 익스프레스는 이 카메라로 2005년 2월 2일 화성의 북부평원인 '바스티타스 보레알리스(Vastitas Borealis)'에서 가운데 얼음이 있는 충돌구를 촬영했다.

마스 익스프레스는 레이더 장비인 MARSIS로도 화성 표면과 지하에서 물의 흔적을 찾아냈다. 이 레이더는 화성의 북극에서 마치 지구 남극의 얼음 아래 약 4㎞에서 발견된 보스토크 호수를 연상시키는 지하 얼음층을 발견했다. 물은 생명체의 존재에 필수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마스 익스프레스의 탐사 결과는 화성에 생명체가 살았거나 지금도 살아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탐사선은 지난 20년 동안 숱한 난관을 겪었다. 발사 직후 태양 전지판 배선에 문제가 생겨 예상 전력의 60%만 사용할 수 있었다. 이로 인해 ESA는 탐사선이 발사 후 화성에 도착하기까지 6개월 동안 임무를 완전히 새로 설계하는 동시에 전력 설정을 조정해 전력 가용률을 70%까지 끌어올렸다.

화성 도착 후에도 메모리 저장 기능이 저하되고 레이더 부품이 고장 나는 문제가 발생했다. 배터리도 시간이 가면서 노후화돼 절전 대책을 마련해야 했다. 지난 20년은 과학자들의 헌신과 화성 탐사선의 지구력이 이뤄낸 성과인 셈이다.

2003년 화성 착륙에 실패한 유럽의 비글2호의 임무 상상도./ESA

◇20년 전 비글2호 화성 착륙은 실패

마스 익스프레스는 비운의 화성 착륙선 '비글2호'를 내려보낸 탐사선이기도 하다. 비글2호는 지난 2003년 화성 연착륙에 실패하면서 실종됐다. ESA는 2015년 비글2호가 화성 표면에서 온전한 상태로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당시 ESA는 "미 항공우주국(NASA)의 화성 정찰 궤도선(MRO)에 장착된 고화질 카메라의 사진을 판독한 결과, 비글2호가 화성 표면에 비교적 온전한 상태로 착륙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마스 익스프레스에 탑재됐던 비글 2호는 2003년 크리스마스에 화성에 착륙하기 위해 모선에서 분리됐다. 이후 비글 2호와 교신이 끊기자, 과학자들은 비글 2호가 착륙 중 충격으로 파괴된 것으로 추정했다.

ESA는 "비글 2호가 2003년 크리스마스에 화성에 접근해 하강 및 표면 착륙을 성공리에 마쳤지만, 착륙과 동시에 가동해야 할 장치 중 일부만 제대로 작동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나머지 주요 장치들이 작동하지 않아 지구와 연락이 끊겼다는 것이다.

이번에 화성 생중계를 성사시킨 카메라 VMC도 당초 비글2호 분리 장면을 촬영하는 것이 임무였다. 처음 부여된 임무를 마치고 VMC는 가동 중단됐다. 하지만 ESA는 비글2호 실패 후 VMC를 화성 관측용으로 바꿔 2007년부터 재가동했다. VMC는 이때부터 '화성 웹캠(webcam·컴퓨터에 연결한 카메라)'으로 불렸다.

참고자료

ESA, https://www.esa.int/Enabling_Support/Operations/Mars_Express_milestones_two-year_mission_enters_third_deca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