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 사고 규모가 700억원대로 급감했다. 2023년과 2024년 각각 1조원을 넘었던 사고 금액이 2~3년 만에 1000억원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주택 건설 사업장의 부실 위험이 줄어든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업계에서는 건설 경기가 회복됐다기보다 신규 주택 사업 자체가 줄어든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HUG의 '분양보증(사용검사 전 임대보증 포함) 사고'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9일까지 보증 사고가 발생한 사업장은 2곳, 사고 금액은 718억원으로 집계됐다. 2023년 사고 금액 1조1708억원, 2024년 1조1558억원과 비교하면 약 94% 감소한 수준이다.
분양보증은 주택사업자가 부도·파산 등의 사유로 분양계약을 이행할 수 없을 때를 대비해 HUG가 해당 주택에 대한 분양을 이행하거나 납부한 계약금·중도금 환급을 책임지는 상품이다. 사용 전 임대보증 사고는 임대 아파트의 공사에 대해 HUG가 보증을 서는 상품이다.
올해 사고가 발생한 사업장은 부산 '사상역 경보 센트리안 3차'와 경기 이천 '백사지구 2블록 민간임대주택 신축공사' 등 두 곳이다. 부산 사업장은 분양보증 사고로 보증금액이 435억원, 이천 사업장은 사용검사 전 임대보증금보증 사고로 보증금액이 283억원이다.
HUG 보증 사고는 2023년 15개 사업장, 1조1708억원으로 급증한 뒤 2024년에도 17개 사업장, 1조1558억원을 기록했다. 이후 지난해 7개 사업장, 3543억원으로 줄었고, 올해는 718억원까지 감소했다. 수치만 놓고 보면 보증 사고 위험이 크게 낮아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건설업계의 체감 경기는 여전히 냉랭하다. 고금리 장기화와 공사비 급등, 미분양 증가가 겹치면서 지방 중견·중소 건설사를 중심으로 신규 사업 추진이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보증 사고가 줄어든 것은 부실 사업장이 정상화됐기 때문이라기보다, 애초에 분양보증을 신청하는 사업장 자체가 줄어든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특히 지방 주택 시장의 부진이 두드러진다. 미분양 우려가 큰 지역에서는 사업성이 불확실해 신규 분양을 미루거나 사업 추진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자금력이 약한 중견·중소 건설사는 금융 비용 부담까지 커지면서 사업 착수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보증 사고 감소가 건설사 재무 건전성 개선보다는 시장 위축에 따른 '분모 감소'에 가깝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건설 업계의 부실 위험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의 '건설브리프'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건설업체 폐업 건수는 1088건으로, 전년 동기 925건보다 17.6% 증가했다. 외부감사 대상 건설기업 가운데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이자보상배율 1 미만 한계기업 비율도 44.2%에 달했다. 건설사 10곳 중 4곳 이상이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도 제대로 내기 어려운 상태라는 의미다.
건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분양보증 사고가 줄어들고 있는데 이를 사업장의 부실 위험이 줄어들었다고 보기만은 어렵다"며 "미분양 우려가 커 아예 주택 사업을 시작조차 못 하는 곳이 많아 분양 보증 규모 자체가 줄어들고, 이에 따라 사고도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HUG의 비수도권 분양보증 금액도 줄고 있다. 지난해 HUG의 비수도권 분양보증 금액은 25조3854억원으로, 직전 연도인 2024년 33조477억원보다 23.2% 감소했다.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공급 여건이 악화되면서 보증 수요 자체가 줄어든 셈이다.
HUG는 주택 공급 위축을 완화하기 위해 보증 지원 확대에 나서고 있다. HUG는 지난 9일 건설사의 주택 공급을 촉진하기 위해 주택 분양보증과 사용검사 전 임대보증금보증 등의 보증료를 30% 인하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