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 전국 주택시장에서 매매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전세가격은 매매가보다 두 배 높은 상승률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2023년 급감한 착공 물량의 여파가 입주 물량 감소로 이어지면서 전세 공급 부족이 심화되고, 이 흐름이 매매시장까지 자극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CERIK)은 18일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에서 '2026 하반기 건설·부동산 경기 전망 세미나'를 열고, 올해 전국 주택 매매가격이 2.5%, 전세가격은 5.0%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수도권 매매가격은 4.5% 상승하는 반면 지방은 0.5% 상승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김성환 건산연 연구위원은 "2026년 주택시장은 수도권 상승 압력이 우세한 가운데 지방은 대표 입지와 비선호 지역 간 차별화가 확대되는 흐름이 예상된다"며 "대출 관리와 공급 확대, 정비사업 규제 완화 등 정책 조합에 따라 거래량과 가격 상승 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건산연은 하반기 주택시장의 핵심 변수로 전세시장을 꼽았다. 2023년 착공 감소에 따른 공급 축소 효과가 본격화되고, 2026년 이후 입주 물량 감소가 이어지면서 전세 공급 부족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매매가격 부담과 대출 규제로 실수요자들이 매수 대신 임차시장에 머물면서 전세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봤다.
전세가격 상승은 매매가격을 떠받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전세 매물 부족과 보증금 부담 증가는 월세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고, 전세가율이 오르면 일부 수요가 매매시장으로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 집값 상승세는 신규 입주 감소와 전세가격 상승, 신축·우량 입지 선호, 금융자산 가격 상승에 따른 매수 여력 개선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됐다. 다만 상반기 상승분이 이미 상당 부분 반영된 데다 대출 규제와 금리, 정책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 하반기 수도권 상승률은 2.5%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지방 주택시장은 수년간 이어진 하락세에서 벗어나 0.5% 수준의 명목 상승이 예상됐다. 다만 건산연은 이를 지방시장 전반의 회복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수도권과의 가격 격차 확대, 누적 하락에 따른 가격 부담 완화, 일부 산업경기 호조 지역의 선별적 상승이 반영된 결과라는 것이다.
건설경기는 수주 회복에도 체감 개선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됐다. 건산연은 올해 국내 건설수주가 전년 대비 8.9% 증가한 240조8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공공 발주 확대와 토목사업 증가에 힘입어 수주가 늘어나겠지만 건설투자는 266조1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0.3%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수주가 실제 착공과 투자로 원활히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5년간 인허가와 착공 간 누적 면적 격차는 1억9090만㎡에 달했다. 이는 연평균 착공 면적의 1.8배 수준이다. 공사비 급등,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심사 강화, 지방 미분양 누적 등이 신규 착공을 가로막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지혜 건산연 연구위원은 "2026년 건설경기는 공공과 토목 부문이 일정 부분 보완하겠지만 민간 비주거와 지방, 중소업체 중심의 체감 회복은 여전히 제한적일 것"이라며 "공공 집행력 제고와 정상 PF 사업에 대한 금융 지원, 지역 균형발전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충재 건산연 원장은 "건설·부동산 시장은 국가경제의 활력과 국민 주거 안정을 좌우하는 핵심 축"이라며 "금리 안정화라는 긍정적 요인과 지방시장 침체, PF 구조조정이라는 제약 요인이 공존하는 만큼 단순한 경기 순환이 아닌 구조적 변화의 관점에서 시장을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와 시장이 서로 신뢰를 바탕으로 공급 체계를 정상화하고 건설산업 생태계 전반의 혁신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