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 장관이 동일 시·도 안의 특정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직접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의 국회 본회의 상정이 또다시 불발됐다. 법안 처리가 4개월 넘게 지연되면서 최근 집값이 빠르게 오르는 경기 화성시 동탄구 등 특정 지역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권한은 당분간 관할 시·도지사에게 남게 됐다.
18일 국회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부터 열린 국회 본회의 안건에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 개정안은 동일한 시·도 안이라도 투기 우려가 있는 지역에 대해 국토부 장관이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권한을 갖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회 관계자는 "이번 본회의 처리 안건에 부동산 거래신고법 개정안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일정 면적 이상의 토지 거래 때 관할 지자체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주택의 경우 실거주 목적이 아닌 갭투자나 단기 차익 목적 거래가 제한될 수 있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이 때문에 국토부 장관의 지정 권한 확대는 시장 과열 대응 수단을 강화하는 조치로 평가되지만, 지자체 권한 침해와 과잉 규제 논란도 함께 제기돼 왔다.
해당 개정안은 중앙정부의 일방적인 규제 확대, 지방자치단체와의 권한 충돌 가능성 등을 놓고 여야 간 이견이 있었던 법안이다. 이후 국토부 장관이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정할 때 관할 시·도지사의 의견을 반영하도록 하는 절차가 마련되면서 지난 2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법사위 통과 이후에도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채 4개월 넘게 계류 중이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부동산 시장 과열이 우려되는 지역에 대해 중앙정부가 보다 신속하게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현행법상 같은 시·도 안의 특정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할 권한은 원칙적으로 관할 시·도지사에게 있다. 국토부 장관은 둘 이상의 시·도에 걸쳐 있는 지역에 대해서만 지정 권한을 가진다. 동일 시·도 내 일부 지역을 지정할 수 있는 예외도 있지만, 공공개발사업 등과 관련한 투기 우려가 있을 때로 제한된다.
이 때문에 특정 지역의 집값이 급등하더라도 국토부가 곧바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추진하기는 어렵다.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국토부 장관은 조정대상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 등 규제지역 지정과 함께 집값 상승세가 두드러지는 일부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선별 지정할 수 있게 된다. 다만 개정안은 국토부 장관의 권한을 확대하는 대신 관할 시·도지사와 사전 협의를 거치도록 했다.
법안 처리가 다시 미뤄지면서 최근 규제 가능성이 거론되는 경기 화성시 동탄구도 지자체 판단이 중요해졌다. 동탄구의 주택가격은 최근 3개월인 3~5월 동안 3.85% 상승했다. 월별로는 3월 1.10%, 4월 1.13%, 5월 1.57% 오르며 상승 폭이 커졌다. 이는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 지정 검토 기준을 충족하는 수준이다.
다만 국토부가 동탄구를 규제지역으로 지정하더라도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은 별개 문제다. 동탄구가 같은 경기도 안에 있는 지역인 만큼, 현행 법체계에서는 경기도지사에게 지정 권한이 있다. 국토부가 규제지역 지정과 함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추진하려면 경기도의 협조가 필요하다.
동탄의 경우 추미애 경기도지사 당선인이 지정 권한을 갖게 되는 만큼 협의가 비교적 수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면 다른 지역에서는 기존과 같은 한계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관할 시·도지사가 반대하거나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경우 국토부의 '핀셋 지정'은 사실상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