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한강변 아파트 단지. /뉴스1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서울 집값의 바로미터로 꼽히는 강남권에선 전용면적 84㎡ 이른바 '국민 평형' 전셋값이 20억원 중반대까지 치솟았다. 마포·용산·성동구 등 한강변 선호 지역에서도 전셋값이 15억원 안팎까지 오르며 신고가 거래가 잇따르고 있다.

1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는 지난달 12일 보증금 24억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이 단지 같은 면적은 지난 3월 20일 17억원에 신규 전세 계약이 이뤄졌는데, 두 달도 안 돼 7억원 오른 셈이다.

전세 가격은 신규 계약인지, 갱신 계약인지에 따라 차이가 크다. 다만 이 단지 같은 면적이 지난해 주로 15억~18억원 선에서 거래됐던 점을 고려하면 최근 상승세가 뚜렷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강남 3구에선 보증금 20억원을 넘는 전세 거래도 빠르게 늘고 있다. 국토부 집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전날까지 강남·서초·송파구에서 체결된 전용 60㎡ 초과~85㎡ 이하 아파트 전세 계약 가운데 보증금 20억원 이상 거래는 35건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8건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 전용 84㎡는 지난 5일 22억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잠원동 '아크로리버뷰' 전용 84㎡도 지난달 22일 21억원에 세입자를 들였다. 반포·잠원 일대 주요 신축·준신축 단지를 중심으로 고가 전세 거래가 확산하는 모습이다.

한강 벨트로 묶이는 마용성 지역에서도 전셋값 오름세가 두드러진다. 마포구 공덕동 '공덕SK리더스뷰' 전용 84㎡는 지난 13일 13억3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지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지난해 5월 같은 면적이 9억6600만원에 거래됐던 것과 비교하면 1년여 만에 3억6000만원 넘게 오른 것이다.

용산구 '용산호반써밋에이디션' 전용 84㎡는 지난 4월 15억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성동구 성수동 '서울숲아이파크리버포레1차' 전용 84㎡도 같은 달 14억원에 거래됐다. 강남권뿐 아니라 직주근접성과 생활 인프라를 갖춘 한강변 주요 지역으로 전세 상승세가 번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 강남구 부동산 중개업소에 붙은 매매·전세·월세 매물 안내문. /연합뉴스

전셋값 급등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공급 감소가 꼽힌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전날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1만8935건으로, 지난해 같은 날보다 24.9% 줄었다. 세 부담과 규제 영향으로 집주인들이 보유 주택을 매도하거나 실거주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면서 전세 매물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기존 전세를 반전세나 월세로 돌리는 움직임도 확산하고 있다.

반면 전세 수요는 쉽게 줄지 않고 있다. 학군, 직주근접, 대단지, 역세권 등 선호 입지를 중심으로 임차 수요가 꾸준하다. 여기에 대출 규제 등으로 매매 시장에 진입하지 못한 수요가 전세 시장에 머물면서 가격 상승 압력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전셋값 상승세의 가장 큰 원인은 수급 불균형"이라며 "공급은 줄어든 반면, 대출 규제로 매매 시장 진입이 막힌 수요가 전세 시장에 누적되면서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했다.

통계상으로도 서울 전세 시장의 상승세는 뚜렷하다. 한국부동산원의 5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서울 주택종합 평균 전세가격지수는 전월보다 0.91% 올랐다. 이는 2013년 10월 1.04% 상승 이후 12년 7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이다. 부동산원은 "임차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는 가운데 대단지와 역세권 등 정주 여건이 양호한 단지를 중심으로 임차 문의가 증가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