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묘와 세운4구역. /뉴스1

서울 종묘(宗廟) 맞은편 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이 다시 중대 고비를 맞았다. 국가유산청이 사업 인허가 절차를 즉각 중단하라고 재차 경고하면서, 이를 강행할 경우 주무부처 장관을 통해 인가 처분을 직권 취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기에 7월 취임하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유찬종 종로구청장 당선인까지 인허가 중단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사업 추진을 둘러싼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15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국가유산청은 지난 11일 서울시와 종로구청 관계 부서에 공문을 보내 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 인가 절차 진행에 대해 엄중 경고했다.

국가유산청은 공문에서 "세계유산영향평가 완료 이후 인가 절차를 진행하라는 행정명령이 이미 내려진 상황에서 안전영향평가 절차를 진행한 것은 정당한 법적 명령을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5일 건축물 안전영향평가 확정 심의를 열고 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을 조건부 의결했다. 현재 남은 절차는 사업시행계획 인가뿐으로, 인가가 이뤄질 경우 사업은 본격적인 추진 단계에 들어가게 된다.

국가유산청은 "사업 인가 절차를 유보할 것을 다시 한 번 엄중히 경고한다"며 "이에 응하지 않고 인가를 강행할 경우 지방자치법 제188조에 따라 인가 처분 취소를 위한 시정명령 및 직권 취소를 주무부처 장관에게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방자치법 제188조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처분이나 명령이 법령에 위반될 경우 주무부처 장관이 이를 시정·취소·정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가유산청이 소관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를 통해 인가 자체를 무효화할 수 있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경고한 셈이다.

국가유산청이 지난 11일 서울시·종로구청에 보낸 세운 4구역 인가 절차 진행 관련 경고 공문. /정보공개포털

정치권 변수도 새롭게 등장했다. 유찬종 종로구청장 당선인은 최근 종로구청 인수위원회를 통해 자신의 취임 전까지 세운4구역 사업시행계획 인가 절차를 전면 중단하라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를 무시하고 인가가 이뤄질 경우 관련 공무원에 대한 감사와 책임 추궁도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인가 권한을 가진 국민의힘 소속 정문헌 현 종로구청장은 임기 내 정상적인 행정 절차를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직 구청장의 적법한 권한 행사인 만큼 위법성을 문제 삼기는 어렵다는 논리다.

서울시 관계자 역시 "사업시행계획 인가는 구청장의 고유 권한"이라며 "현직 구청장이 법령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위법 행위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세운4구역 인가를 둘러싼 갈등은 정부와 서울시의 정면 충돌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국가유산청은 세계유산 영향평가를 마친 뒤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서울시와 종로구는 기존 행정 절차에 따라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업무에 복귀한 뒤 정부와 맞서는 첫 대형 쟁점이 될 수 있다"며 "세운4구역 인가 문제를 놓고 초반 주도권 싸움이 치열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