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화성시 동탄구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경기 남부 부동산 시장의 판도가 달라지고 있다. 반도체 산업 호황 기대감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개통 효과가 맞물리면서, 그동안 판교와 광교가 이끌던 경기 남부 주택시장의 무게중심이 동탄으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11일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에 따르면, 화성시 4개 구 분구 이후 처음 집계된 구별 매매동향에서 동탄구의 올해 누적 아파트값 상승률은 5.11%를 기록했다. 광교신도시가 포함된 수원 영통구 상승률 5.00%를 웃도는 수치다. 같은 기간 화성시 전체 상승률은 3.14%였다. 화성시 집값 상승세를 사실상 동탄구가 이끌고 있는 셈이다.
최근 오름세는 더 가파르다. 6월 첫째 주 기준 동탄구 아파트값 상승률은 0.60%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영통구는 0.26% 상승하는 데 그쳤다. 동탄구는 4월 말 0.20% 상승한 이후 0.25%, 0.35%, 0.46%, 0.49%, 0.60%로 상승 폭을 키우고 있다.
그동안 경기 남부 부동산 시장을 대표하는 지역은 성남 판교와 수원 광교였다. 특히 광교가 속한 영통구는 신도시 기반시설, 학군, 업무지구 접근성 등을 바탕으로 수도권 남부의 대표 주거지로 꼽혀왔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영통구는 경기 남부 집값 상승을 주도하는 핵심 지역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최근 들어 동탄구 상승률이 영통구를 앞지르면서 시장의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실거래가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동탄2신도시 여울동 '동탄역롯데캐슬'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20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광교 대표 단지로 꼽히는 '자연앤힐스테이트' 전용 84㎡의 최근 거래가격인 18억5000만~18억8000만원보다 높은 수준이다.
물론 동탄 전체 시세가 광교를 넘어섰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동탄의 대표 단지가 광교 대표 단지 거래가를 웃도는 사례가 나온 것은 경기 남부 주택시장 흐름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거래량도 빠르게 늘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동탄신도시 아파트 거래량은 228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2% 증가했다. 올해 3월 화성시 전체 아파트 거래량 가운데 60% 이상이 동탄구에서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가격 상승뿐 아니라 실제 매수세도 동탄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매물은 줄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동탄구 아파트 매물은 올해 3월 초 6501건에서 이달 초 3733건으로 감소했다. 감소율은 42.6%에 달한다. 집값 추가 상승을 기대한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면서 시장에 나오는 물건 자체가 빠르게 줄어드는 모습이다.
일부 단지에서는 호가가 단기간에 수억원씩 뛰고 있다. 동탄역 시범한화꿈에그린 전용 84㎡는 불과 수주 사이 호가가 3억원 이상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단지에서는 기존 계약을 파기하려는 사례까지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매수세가 강해지고 매물이 줄면서 매도자 우위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반도체 산업 호황이 동탄 강세의 핵심 배경으로 꼽힌다. 삼성전자 화성·기흥 사업장과 가까운 입지에 GTX-A 개통, 동탄 트램 추진 등 교통 호재가 맞물리며 실수요와 투자수요가 동시에 유입되고 있다는 것이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반도체 산업 경기 활황 기대감으로 경기 남부 반도체 벨트 배후 주거지역의 가격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특히 광역교통망과 정주 여건을 갖춘 동탄이 상승세를 주도하면서 동탄역세권뿐 아니라 동탄호수공원 인근, 동탄1신도시, 병점 등 주변 지역으로도 매수세가 확산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다만 단기간 급등에 따른 부담도 커지고 있다. 가격 상승세가 빠른 만큼 정부가 추가 규제 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남 연구원은 "규제지역으로 추가 지정될 경우 가격 조정이나 거래 위축 가능성도 있는 만큼 정책 변화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