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래미안 라그란데 조감도. /삼성물산 제공.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대단지 아파트 '래미안라그란데' 보류지 12가구 중 10가구가 주인을 찾았다. 대출 규제 여파로 보류지 시장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입지와 가격 경쟁력을 갖춘 인기 단지에는 여전히 수요가 몰리고 있다. 특히 전용면적 59㎡는 1가구 모집에 전체 응찰자의 절반가량이 몰리며 기준가보다 1억7000만원 높은 가격에 낙찰됐다.

11일 정비 업계에 따르면 지난 9일 오전 진행된 래미안라그란데 보류지 개찰 결과, 총 12가구 중 10가구가 낙찰됐다. 이번에 입찰에 나온 물량은 전용 59㎡ 1가구, 84㎡ 2가구, 99㎡ 7가구, 114㎡ 2가구다. 이 가운데 84㎡와 114㎡ 각각 1가구는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래미안라그란데는 이문1구역 재개발을 통해 조성된 단지다. 지하 5층~지상 최고 27층, 39개 동, 총 3069가구 규모로 올해 1월 입주를 마쳤다. 총 1만4000가구 규모의 미니 신도시급 주거지로 꼽히는 이문·휘경뉴타운 안에서도 손꼽히는 대단지다.

이번 보류지 입찰은 최고가 경쟁 방식으로 진행됐다. 총 31명이 참여해 평균 경쟁률은 2.6대 1을 기록했다. 가장 많은 관심이 쏠린 주택형은 전용 59㎡였다. 분양 관계자는 "응찰자 31명 중 절반가량이 전용 59㎡에 입찰했다"며 "시세 대비 기준가가 낮게 책정된 데다 해당 동의 조망 여건이 좋아 수요가 몰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용 59㎡는 기준가 13억5000만원보다 약 1억7000만원 높은 15억2010만원에 최종 낙찰됐다. 기준가보다 높은 가격이지만, 인근 시세와 비교하면 여전히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문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이 단지 전용 59㎡ 시세가 15억5000만~16억원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낙찰자는 비교적 싸게 매입한 셈"이라고 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래미안라그란데 전용 59㎡는 지난 4월 14억9900만원에 거래됐다. 현재 시장에 나온 같은 면적 매물은 1건으로, 호가는 16억원 수준이다.

다른 주택형도 대부분 기준가를 웃도는 가격에 팔렸다. 전용 99㎡ 최고 낙찰가는 18억7090만원으로, 기준가 18억2000만원보다 약 5000만원 높았다. 전용 84㎡는 16억6510만원, 전용 114㎡는 21억1330만원에 각각 낙찰됐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보류지는 재건축·재개발 조합이 사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소송, 면적 정산, 추가 비용 등에 대비해 일반분양하지 않고 남겨둔 물량이다. 통상 조합이 공개 입찰을 통해 매각하며, 가장 높은 금액을 써낸 사람이 낙찰받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한때 보류지는 토지거래허가 규제를 적용받지 않아 전세를 끼고 매입하는 이른바 '갭투자'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투자 수요가 몰렸다. 하지만 지난해 6·27 대책 이후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경우 실거주 의무가 부과되면서 투자 매력은 크게 줄었다. 여기에 대출 규제까지 강화되면서 충분한 현금 여력이 없으면 진입하기 어려운 시장이 됐다.

자금 부담도 크다. 보류지를 낙찰받으면 통상 계약금 10%를 먼저 내고, 한 달 안팎의 짧은 기간 안에 잔금을 치러야 한다. 이 때문에 최근 보류지 시장에서는 응찰자가 한 명도 없는 '입찰 0건' 단지도 나오고 있다. 보류지 시장 전반이 위축된 가운데서도 입지가 좋은 단지와 가격 경쟁력이 있는 물량에는 수요가 선별적으로 몰리는 양상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래미안라그란데 보류지 흥행이 입지와 가격 경쟁력의 결과라고 보고 있다. 분양 업계 관계자는 "동대문구 이문동은 도심 접근성이 좋고, 이문·휘경뉴타운 개발로 주거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지역"이라며 "시세보다 낮은 기준가와 대단지 프리미엄이 맞물리면서 보류지 입찰 흥행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