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 수요가 급증하면서 서울 도심 부동산 시장에서 '엣지 데이터센터(Edge Data Center)'가 새로운 대체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 대형 데이터센터가 부지 부족과 전력 확보 문제로 서울 진입에 어려움을 겪자, 자산운용사와 개발사들이 기존 도심 빌딩을 활용한 소형 데이터센터 개발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10일 부동산·IT 인프라 업계에 따르면 대신자산운용과 한화솔루션 컨소시엄은 최근 서울 종로구 인의동 하나손해보험빌딩을 인수하고, 이 건물을 엣지 데이터센터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컨소시엄은 약 1년간 인허가 절차를 거친 뒤 수평 증축 리모델링을 통해 건물 가치를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저층부는 데이터센터로 바꾸고, 상층부는 기존처럼 오피스로 활용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사업이 완료되면 서울 CBD(도심권역) 최초의 도심형 엣지 데이터센터가 될 전망이다.
부동산 전문 운용사 마스턴투자운용도 서울 영등포구에 10㎿(메가와트)급 도심형 엣지 데이터센터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자산운용사가 서울 시내에서 직접 엣지 데이터센터 개발에 나선 첫 사례로 꼽힌다. 사업 시행은 엣지코어PFV가 맡았고, 시공사로는 한화 건설부문이 참여했다. 이 시설은 대지 면적 약 1385㎡, 연면적 약 9733㎡ 규모로 조성되며, 2028년 하반기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여의도 금융사를 주요 수요처로 삼을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국내 민간 데이터센터 투자는 수전용량 50㎿ 이상 대형 시설에 집중돼 있었다. 하지만 대형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과 넓은 부지가 필요해 대부분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에 들어섰다. 서울 도심과 거리가 멀어 데이터 전송 지연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전자파와 소음 등을 우려한 주민 반발도 적지 않았다. 전력망 확보와 인허가 절차도 사업 추진의 주요 걸림돌로 꼽힌다.
반면 엣지 데이터센터는 상대적으로 전력 사용량이 적고 규모가 작아 도심 내 유휴 부지나 기존 건물 일부를 활용하기 쉽다. 대형 데이터센터보다 인허가 부담이 낮고, 필요한 전력량도 적어 전력 확보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통상 3년 이상 걸리는 대형 데이터센터 개발 기간도 크게 줄일 수 있다. 이 때문에 빠른 데이터 처리가 필요한 증강현실(AR),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금융, 인공지능(AI) 서비스 분야에서 활용도가 높다.
정부도 소형 데이터센터 활용 확대에 나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은 최근 '2026년 소형 데이터센터 기반 AI 산업 성장 지원 사업'을 공고했다. 10㎿ 미만 소형 데이터센터를 활용해 지역 AI 산업 성장과 관련 생태계 활성화를 지원하는 것이 목적이다. 정부는 총 3개 과제를 선정해 약 89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도심 오피스와 유휴 자산을 활용한 엣지 데이터센터 개발이 부동산 시장의 새 투자 테마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오피스 공실이 늘거나 기존 용도로 수익성이 떨어진 건물을 데이터센터로 전환하면 임대 수익과 자산 가치를 동시에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 근교 대형 데이터센터 공급은 이미 한계에 가까워지고 있다"며 "도심 오피스나 유휴 자산을 활용한 엣지 데이터센터 개발은 자산운용사 입장에서 매력적인 대체 투자처"라고 말했다. 그는 "수익성이 낮아진 물류센터나 공실이 많은 지식산업센터를 엣지 데이터센터로 전환하려는 개발 사업도 앞으로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