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2018년 도입한 '서울형 리모델링 시범사업'이 출범 8년째를 맞았지만 사업이 본궤도에 오른 단지는 사실상 구로구 신도림우성1차가 유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서울시장 선거에서 오세훈 시장이 5선에 성공하면서 리모델링 단지들 사이에서는 사업 여건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8일 정비 업계에 따르면 서울형 리모델링 시범단지 가운데 사업계획 승인 단계에 가장 근접한 곳은 신도림우성1차다. 현재 구로구청 주민공람 절차가 진행 중이며, 이르면 오는 8월 사업계획 승인이 가능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사업계획 승인을 받으면 이주와 착공 등 본격적인 사업 절차에 들어갈 수 있다.
서울형 리모델링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 시절 재건축 규제 강화에 따른 대안으로 추진됐다. 당시 서울시는 중구 남산타운, 구로구 신도림우성1·2·3차, 송파구 문정시영·문정건영, 강동구 길동우성2차 등 7개 단지를 시범사업지로 선정했다.
그러나 대부분 사업장은 여전히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대표 사업지로 꼽혔던 남산타운은 임대·분양주택이 혼재된 구조로 사업이 장기간 표류하다 올해 4월 조건부 조합설립 인가를 받았다. 시범단지 지정 이후 8년 만이다. 문정시영은 조합 설립과 1차 안전진단을 마치고 건축심의와 수직증축 안전성 검토를 진행 중이며, 길동우성2차와 신도림우성2·3차도 설계 및 안전성 검토 단계에 머물러 있다.
특히 신도림우성3차는 필로티(건물 1층을 기둥만 남기고 비우는 건축 방식) 구조에 대한 유권해석 문제로 사업계획을 수정하면서 일정이 지연됐고, 신도림우성2차 역시 통합 추진이 무산된 뒤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리모델링 단지들은 서울시장 선거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지난달 서울시 리모델링주택조합협의회와 서울도시정비조합협회는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정비사업 관련 단체가 특정 서울시장 후보를 공개 지지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들은 서울시가 재건축·재개발에는 신속통합기획 등 각종 지원책을 제공하면서도 리모델링 사업에는 추가 안전성 검토와 사전심의를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수직증축 리모델링 과정에서 시행되는 2차 안전성 검토와 필로티 구조 해석 문제가 사업 지연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일부 단지는 이주를 마친 뒤에도 추가 검토 요구로 사업이 수년째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리모델링 추진 단지 조합장은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특정 후보를 공개 지지한 것은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며 "오 시장 5선 이후 사업 환경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시는 리모델링을 의도적으로 규제하고 있다는 주장에 선을 긋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리모델링은 기존 건축물을 활용하는 사업인 만큼 구조 안전성을 더욱 면밀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추가 검토 절차는 사업을 막기 위한 것이 아니라 안전 확보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비 업계에서는 최근 재건축 규제 완화가 리모델링 사업 위축의 또 다른 배경이라고 보고 있다. 과거에는 높은 용적률 때문에 재건축이 어려운 단지들이 리모델링을 선택했지만, 최근에는 사업성이 개선된 재건축으로 방향을 선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정비 업계 한 관계자는 "리모델링은 사업 기간이 길고 불확실성이 큰 반면 재건축 규제는 완화되고 있다"며 "앞으로 리모델링을 포기하거나 재건축 전환을 검토하는 단지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