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만희 재정경제부 세재실장이 2월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및 보완방안 관련 주요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뉴스1

정부가 다주택자와 비거주 1주택자의 매물을 유도하기 위해 주택 매수인의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내 실거주 의무를 유예했지만,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등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 현장에서는 그때그때 내놓는 정책으로 임차인 보호와 주택 계약의 관행이 누더기로 변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 계약갱신청구권 무효… 세입자 혼란

2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 12일 비거주 1주택자가 보유한 세입자가 거주 중인 주택에 대해서도 토허제 실거주 의무 유예를 확대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토허제 지역 내 비거주 1주택자가 전·월세를 준 집을 매도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것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2월 다주택자의 '세 낀 집' 매도에 한해 같은 혜택을 부여했는데, 이를 비거주 1주택자까지 확대한 것이다.

현재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주택을 매수하면 거래 허가일로부터 4개월 안에 실거주를 해야 한다. 이 때문에 세입자가 있는 집은 사실상 거래가 어려웠다. 정부는 이를 완화하기 위해 실거주 의무를 일정 기간 유예해 주는 방안을 내놨다.

정부는 2월 발표에서 다주택자의 세 낀 집을 팔 때 실거주 유예 기간을 2028년 2월 11일로 정했다. 5월 발표에서는 비거주 1주택자의 세 낀 집을 팔 때 실거주 유예 기간을 2028년 5월 11일로 했다. 국토부는 "2026년 5월 12일 현재 체결된 임대차 계약의 최초 계약 종료일까지 실거주를 유예한다"면서도 "늦어도 2028년 5월 11일까지는 실거주 목적으로 입주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기존 임차인의 권리가 흔들리게 됐다는 점이다. 집주인이 주택을 매도할 경우 새 집주인은 2028년 5월 11일까지 입주해야 하기 때문에, 현재 세입자는 그 이후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기 어려워진다. 임대차보호법에서는 임대인 또는 그 가족이 실거주를 할 경우 계약갱신청구권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해놨다.

정부가 비거주 1주택자의 집을 팔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발표했고 매수인이 2028년 5월 11일까지 입주해야 한다고 정했기 때문에 현재 임차인 중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이 시기 이후까지 집을 임차할 계획을 세운 사람은 집을 비워줘야 한다. 임차인들 사이에서는 "집값을 잡겠다며 세입자 권리만 후퇴시켰다"는 불만이 나온다.

이와 관련 정부는 "매수인이 실거주할 목적으로 임차인이 있는 주택을 매입하는 경우에는 임대차보호법 관련 규정에 따라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이 거절될 수 있으나, 이는 이번 실거주 유예 조치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김동수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사무총장은 "정부는 임대차보호법상 최소 계약 기간인 2년을 기준으로 유예안을 설계했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다양한 계약 형태가 존재한다"며 "개별 계약에 따라 세입자 피해와 시장 혼란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래픽=정서희

◇ 비거주 1주택자 "팔아도 문제, 안 팔아도 문제"

비거주 1주택자들도 현재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비거주 1주택자는 본인 소유 집은 다른 사람에게 임대하고 정작 본인은 다른 지역에서 전·월세로 거주하는 경우를 말한다. 자녀 교육이나 직장 발령 등의 이유로 이런 형태를 선택한다.

이들은 정부의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와 보유세 강화 등의 영향으로 기존 집을 매도하는 것은 가능하다. 문제는 이후다. 정부가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주택 매수 시 받을 수 있는 '실거주 의무 유예' 대상자를 5월 12일 이후 계속 무주택 상태를 유지한 사람으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즉, 비거주 1주택자는 5월 12일 기준으로 이미 1주택자였기 때문에, 기존 집을 팔더라도 토지거래허가구역 안에 세입자가 있는 집을 새로 매수할 경우 실거주 유예를 받을 수 없다. 결국 새 집을 사면 4개월 안에 직접 입주해야 하는 상황이다.

성창엽 대한주택임대인협회장은 "정부는 비거주 1주택자에게 집을 팔라고 유도하면서도, 정작 다시 집을 살 수 있는 길은 막아놨다"며 "결국 집을 팔아도 문제, 안 팔아도 문제인 상황"이라고 했다.

서울 시내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의 모습. /뉴스1

전문가들은 정부가 규제를 내놓고, 부작용이 나타나면 다시 예외 규정을 덧붙이는 방식이 반복되면서 시장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토허제는 원칙적으로 실거주 의무를 전제로 하는 제도인데, 세입자가 있는 주택만 예외를 인정하면 제도 형평성이 흔들릴 수 있다"며 "임시방편식 정책이 시장 혼란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