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25억원이 넘는 서울의 초고가 아파트 거래량이 지난해보다 60% 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00억원이 넘는 하이엔드 아파트의 거래도 급격히 감소했다. 초고가 아파트는 최대 대출 한도가 2억원에 불과해 사실상 전액 현금으로 집을 마련해야 하는 데다 보유세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크자 거래가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28일 국토부 실거래가시스템과 알스퀘어 데이터허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26일까지 거래가격이 25억원이 넘는 아파트 매매는 1055건으로 집계됐다. 전년도 같은 기간(2778건)보다 62% 감소했다.
그중에서도 100억원 이상 하이엔드 아파트의 거래 폭이 가장 크게 감소했다. 100억원 이상 아파트 거래는 지난해 1~4월 15건에서 올해 1~4월 4건으로 73% 급감했다. 같은 기간 25억원 이상~50억원 미만 아파트 거래는 951건으로 전년 동기(2476건)보다 62% 줄었다. 50억원 이상~100억원 미만 아파트 거래는 287건에서 100건으로 65% 감소했다.
올해 100억원이 넘는 거래는 용산·서초·강남구에서 이뤄졌다. 특히 용산구에 위치한 나인원한남에서만 2건의 거래가 진행됐다. 나인원한남 전용 244.34㎡는 지난 1월 140억4000만원에 거래된 뒤 지난달 156억5000만원에 1990년대생 개인에게 팔렸다.
서초구와 강남구에서 100억원대 거래가 각각 1건씩 성사됐다. 서초구에서는 반포동 래미안원펜타스(전용 191.65㎡)가 100억원에 지난달 거래됐고, 강남구에서는 압구정동 신현대11차(전용 183.41㎡)가 110억원에 팔렸다.
거래가 줄어들면서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지역의 아파트 매매가격도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KB부동산이 발표한 4월 전국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이달(지난 13일 조사 기준) 서울 강남구의 아파트 매매가는 0.29% 하락해 2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서초구(0.21%)도 전월 대비 오름폭이 둔화하면서 다른 지역보다 낮은 집값 상승률을 보였다. 아파트 가격 상위 50개 단지를 추종하는 지수인 'KB선도아파트 50지수'는 99.3을 기록하며 전월 대비 0.48% 하락했다. 지난달(-0.73%) 기준으로 2024년 2월(-0.06%) 이후 2년 1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다.
이 같은 초고가 아파트 거래 급감 현상이 나타난 데는 대출 규제의 영향이 가장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25억원 이상 아파트를 담보로 실행하는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의 경우 대출 한도가 2억원에 그친다. 취득세 등 주택 매수에 필요한 세금을 고려했을 때 사실상 집값을 전액 자기자본으로 조달해야 한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주택담보비율(LTV)이 40%만 되면 돈을 빌려 집을 살 수 있었지만, 지난해부터 수요 억제 정책 중 대출 규제를 강화하게 되면서 자기자본이 충족돼야 집을 살 수 있는 상황이 됐다"고 했다.
특히 양도소득세부터 보유세(종합부동산세·재산세) 등 초고가 주택에 대한 세제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진 점도 초고가 아파트의 거래를 줄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정부 들어 초고가 아파트에 대한 세금 부담 확대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월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다주택을 유지하든 비거주 투자용 주택을 보유하든 평당 3억(원)씩 하는 초고가 주택을 보유하든 자유"라며 "다만 비정상화의 정상화에 따른 위험과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 이후 정부는 보유세를 포함한 주택 관련 세제 개편 방안을 마련 중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시점이 다가오면서 고가 주택이 있는 지역에서 가격 하락 거래가 나오고 있다"며 "보유한 주택이 많을수록, 주택 가격이 높을수록 보유세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이면서 초고가 주택 역시 거래 시장이 주춤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