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에 급매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스1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가 도입된 지 50년 만에 폐지 기로에 서 있다. 오랫동안 집을 보유하면 양도소득 차익의 최대 80%를 공제하는 장특공제가 고가 주택 갈아타기 수요를 자극해 수도권 집값 상승의 원인이 된다는 이유에서 폐지 법안이 발의됐다. 장특공제를 폐지하는 대신 국민 1인당 평생 2억원까지만 양도세 감면 혜택을 줘 고가 주택에 대한 과도한 혜택을 줄이고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꾀한다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장특공제 폐지안이 올라오면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한 집에 오랫동안 거주했을 뿐인데 세금 부담이 과도하다며 법안에 대한 반대 청원 운동까지 벌어지는 한편, 시장 안정화를 위해 장특공제 폐지를 찬성하는 목소리도 있다.

15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윤종오 진보당 의원은 최근 장특공제를 폐지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발의된 개정안은 장특공제에 대한 혜택을 폐지하는 대신 1명당 평생 양도세 감면 혜택을 최대 2억원 한도로 부여하는 내용이다.

장특공제는 소득세법에 따라 보유 기간이 3년 이상인 토지나 건물에 대해 양도소득금액을 산정할 때 일정액을 공제해 양도소득세를 계산하는 제도다. 현행법상 1가구 1주택에 대해 양도가액이 12억원 이하인 경우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지만, 12억원 초과 주택은 보유·거주 기간에 따라 양도차익의 최대 80%를 공제해준다.

그래픽=손민균

장특공제를 폐지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나온 배경에는 장특공제가 '똘똘한 한 채' 현상을 강화하고 집값을 끌어올렸다는 문제의식이 있다. 윤 의원은 "장특공제는 주택을 사고팔 때마다 양도차익의 일정 비율에 세금 감면 혜택을 주기 때문에 고가 주택으로 계속 바꿔가며 큰 차익을 낼수록 더 많은 혜택을 보는 역진적 문제가 있다"며 "그 결과 고가 주택의 장기 투자 수익률이 높아져 강남 등 상급지를 중심으로 '똘똘한 한 채' 현상이 심화되고 나아가 해당 지역은 물론 수도권 집값 상승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고 법안 발의 이유를 설명했다.

만약 이 법안대로 장특공제가 폐지될 경우 장기 보유·거주한 주택이라도 매도 시 세금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압구정 현대3차 아파트 전용 82.5㎡를 2010년 6월 12억5000만원에 취득한 1주택자가 이곳에서 15년간 거주·보유한 뒤 2025년 6월에 55억원에 집을 팔았다고 가정할 경우 기존에는 양도세가 2억6000만원 수준이었다. 만약 장특공제를 받지 못한다면 이 경우 양도세는 15억7000만원까지 올라간다. 고가주택일수록 장특공제 폐지 영향은 커진다.

장특공제 폐지 법안에 시장에서도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장특공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이들은 법 개정 반대 청원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투기를 하지 않고 한곳에서 오래 살았을 뿐인데 집값이 올랐다고 세금을 높이는 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14일 오후 3시 기준 이 법안에는 5900건의 의견이 제시됐는데, 대다수가 반대 의견이다.

반면 장특공제 폐지를 찬성하는 이들은 시장 안정화를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주장한다. 장특공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청원자는 "장특공제는 본래 실수요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였지만, 현실에서는 고가주택 보유자에게 더 큰 혜택이 돌아가는 구조로 작동해 왔다"며 "이는 자산 격차를 더욱 확대시키고, 부동산 시장에서 이른바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을 심화시키는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장특공제 폐지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서울 외곽 등에서는 고가주택이 아니지만 집값이 올라 세금을 더 내라고 하면 반발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집을 팔고 이사를 갈 때 세금 부담이 높아지면 거래 자체가 줄어들 수 있다"고 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장특공제는 주택 한 채를 실거주 내지 보유 목적에서 장기 보유하고 자주 사고팔지 말라는 것"이라며 "만약 장특공제의 효과가 낮아진다면 주택을 오래 보유할 이유가 사라진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