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서울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앞. /연합뉴스

정부가 다주택자의 매물을 유도하기 위해 퇴로를 추가로 열면서 서울 아파트 매물의 증가가 예상된다. 정부가 5월 9일까지 토지거래허가만 신청해도 양도세 중과 배제 혜택을 주기로 하면서 다주택자가 다시 한번 아파트를 팔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매매 대신 보유나 증여로 선택을 굳힌 다주택자가 상당수일 것으로 보여 급격한 매물 증가세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재정경제부와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등 부동산 관계부처는 9일 규제지역 내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가 종료되는 다음 달 9일까지 토지거래허가를 신청한 경우 중과 유예 적용을 배제하기로 했다. 이번 조치로 다주택자가 집을 팔 수 있는 기한도 3주 남짓 길어졌다. 기존에는 토지거래허가를 받은 뒤 매매계약을 체결해야 해 늦어도 이달 중순까지는 집을 팔아야 했다.

정부의 결정은 집을 팔 의사가 있는 다주택자에게 시간적 여유를 줘 시장에 매물을 최대한 유도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결정이 내려진 뒤 다주택자 매물이 대거 쏟아졌지만, 최근 매물 증가세는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다. 이에 따라 강남권을 중심으로 이어지던 집값 하락세도 다소 주춤해지고 일부 한강벨트 자치구에서는 가격 상승 조짐도 보이자 정부가 다주택자에게 다시 한번 팔 기회를 연 것으로 보인다.

서울 아파트 매물은 지난달 21일 8만건을 넘어선 이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가격 역시 상승 전환의 여지가 남아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4월 1주차 서울 아파트 가격은 전주 대비 오름폭이 0.10%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서초구(-0.02%→-0.06%)와 송파구(-0.01%→-0.02%)는 소폭 하락했으나, 강남구(-0.22%→-0.10%)는 하락폭이 축소됐다. 성동구(-0.02%→0.04%), 강동구(0.00%→0.01%)는 가격이 상승 전환했다.

이번 조치로 시장에서는 다주택자 매물이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이재명 대통령이 "(양도세 중과 유예 조치 종료일인) 5월 9일이라는 시한은 지키되 5월 9일까지 허가 신청을 한 경우까지는 허용을 하는 게 어떨까 싶다"고 발언한 지난 6일 이후 서울의 아파트 매물이 증가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6일 서울 아파트 매물은 7만5501건이었으나 이날 7만6631건으로 1130건(1.4%) 증가했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 타워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뉴스1

다만, 처음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발언이 나왔을 당시보다 매물 증가세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이미 시장에서는 "팔 사람은 다 팔았다"라는 인식이 있다. 지금까지 팔지 않은 다주택자 매물은 증여나 보유를 선택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달 서울에서 아파트, 오피스텔 등 집합건물의 증여가 1382건을 기록하며 3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책 목표가 날짜를 넘기면 페널티를 부여하겠다는 게 아니라 다주택자의 매도 유도이기 때문에 적절한 보완책"이라고 평가하면서 "유예 종료일이 연장되는 효과이므로 그만큼의 시장매물이 추가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 연구위원은 "다만 이번 조치가 극적인 시장 변화로 이어질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다주택자라고 하는 제한된 대상으로 적용되는 것이므로 그 영향도 제한적일 것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덧붙였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팔아야 하는 다주택자는 이미 2~3월 급매로 주택을 처분했다"며 "현재 시장에 남은 다주택자는 집을 팔아도, 안 팔아도 되는 부류로 절박하지 않은 상황으로 추세적인 하락이 아니어서 보유가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정부의 결정으로 시장이 관망세로 돌입, 거래가 더 어려워지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김 소장은 "현장에서는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가 일주일밖에 남지 않아 가격을 내려서라도 거래하려던 건들이 있는데, 이번 결정으로 기간적 여유가 생기면서 집주인들이 가격 조정을 버티면서 거래가 깨지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