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민균

주요 건설사가 1년 이상 돌려받지 못하거나 회수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손실로 확정한 매출채권이 1년 새 70% 넘게 늘었다. 주로 지식산업센터, 오피스 등 업무시설과 생활형숙박시설 등 거주가 불가능한 시설 사업장에서 미분양이 발생하면서 돈을 떼였다. 일부 건설사는 시행사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을 대신 갚아주거나 시행사 대출에 대한 지급보증으로 수천억원의 자금을 투입했다.

8일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신용등급이 있는 주요 13개 건설사(현대건설·DL이앤씨· 포스코이앤씨·GS건설·롯데건설·IPARK현대산업개발·신세계건설·SK에코플랜트·KCC건설·서희건설·BS한양·IS동서·진흥기업)가 1년 이상 회수가 지연되거나 손실로 확정(대손 처리)한 매출채권 규모는 지난해 말 8조원으로 집계됐다. 이런 매출채권은 주로 공사 미수금, 분양 미수금 등이 포함되는데 전년인 2024년 4조7000억원보다 70.2%(3조3000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건설사 매출채권 총액에서 이런 채권이 차지하는 비율도 24%에서 32%로 상승했다. 전체 매출채권 중 3분의 1이 1년 이상 못 받은 돈이거나 대손 처리된 것이다.

김상수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건설사는 분양 대금이 들어오면 이것으로 공사비를 받는데 분양 일정이 밀리거나 미분양이 늘면서 회수가 안 되는 매출채권이 쌓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사업장도 많은데 현재 준공 시점의 분양률을 추정하기 어렵다. 준공 후에는 손실이 더 발생할 수 있고 이런 것을 주안점으로 두고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미분양 리스크로 시행사의 빚을 대신 갚아주거나 보증을 제공하는 건설사도 늘고 있다. 건설사들은 보통 PF 사업에 참여하면서 시행사의 사업이 예상대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를 가정하고 시행사의 대출을 대신 갚아주거나 대출 지급보증을 해야 하는 경우를 '우발채무'로 분류한다. 그런데 이런 우발채무가 현실이 되는 사례가 계속 나오는 것이다.

'강동 아이파크 더리버' 전경. /아이파크 더리버 제공

대표적인 것은 지난해 3000억원 가까운 대출을 시행사 대신 갚아준 IPARK현대산업개발이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8월 시행사인 JK미래가 서울 강동구 '강동 아이파크 더리버' 사업장에 대한 본PF 대출 2940억원을 갚지 못하자 이를 대위변제했다. 강동 아이파크 더리버는 강동구 고덕동 345번지 일원 23만4523㎡(약 7만951평)에 조성된 고덕비즈밸리(고덕상업업무복합지구) 중 일부에 조성된 건물이다. 대지면적 3만5916㎡(약 1만864평)에 지하 6층~지상 21층으로 조성됐고 판매시설, 운동시설, 문화 및 집회시설, 업무시설, 제1·2종 근린생활시설 등의 용도로 분양됐다. 2025년 2월 준공됐는데 강동 이케아도 분양을 받아 영업 중이다. 상업시설은 100%의 임차인 유치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업무시설인 오피스는 잔금 미회수와 수분양자들의 집단 입주 거부 사태 등으로 분양률과 실입주율이 저조한 상태다.

수분양자 중 200여명은 분양 당시 업무시설인 오피스를 실거주가 가능하다고 홍보했다며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과 JK미래를 상대로 허위·과장 광고에 대한 분양 계약 해제 및 분양 대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진행 중인 소송에 대해서는 상황을 밝힐 수 없다"고 했다.

SK에코플랜트도 지난해 지식산업센터 개발사업으로 시행사 대출에 대해 지급보증을 제공했다. '당산역 2차 SK V1' 지식산업센터가 미분양이 발생하면서 시행사는 본PF를 미분양시설을 담보로 한 668억원 규모의 미분양담보대출로 전환했고 이 과정에서 SK에코플랜트는 지급보증을 제공했다. 2022년 11월 분양을 시작했는데 현재도 분양이 진행 중이다. 신세계건설도 경기도 구리 지식산업센터인 '갈매 휴밸 나인'과 부산 해운대구 우동 생활형숙박시설인 '빌리브 패러그라프 해운대'에 대한 변제(보증) 810억원을 제공한 상태다.

신보연 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 교수는 "지식산업센터나 오피스 등 비주거용 시설이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 확산 등 근무 환경 변화로 수요가 크게 줄고, 분양을 받으려는 투자자들은 금리 급등으로 대출 이자가 늘면서 투자 심리도 악화했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이렇게 투자자들의 기대수익률이 낮아지니까 더욱 미분양의 악순환에 빠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