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7일 경기도 분당시 '양지마을 1단지 금호' 아파트. /방재혁 기자

1기 신도시 재건축 추진 단지 일부에서 수억원의 분담금이 예고되자 주민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2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1기 신도시 가운데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이 적용되는 재건축 선도지구로 지정된 단지 입주민 사이에서 조합원 분담금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경기 성남 분당의 재건축 선도지구로 지정된 수내동 양지마을은 국토교통부가 2024년 11월에 선정한 1기 신도시 재건축 선도지구 13개 구역 가운데 한 곳으로, 올해 1월 특별정비구역으로 지정 고시를 받았다.

현재 4392가구 규모의 총 6개 단지(수내동 금호1·3단지, 청구2단지, 한양1·2단지, 금호·청구·한양6단지 주상복합)가 통합 재건축을 통해 최고 37층 높이의 아파트 6839가구의 대단지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이 중 양지마을 주상복합 단지인 금호·청구·한양6단지의 경우 아직 정확한 분담금이 정해지진 않았지만, 같은 면적으로 재건축을 하더라도 최대 7억원에 달하는 분담금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번지고 있다. 주상복합 단지인 601~603동은 전용 55~65㎡(20평대)로 구성돼 있는데 재건축 사업성 지표로 평가받는 대지지분이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동별 대지지분을 보면 601동(24평)은 32.505㎡(9.85평), 602동(24평) 11.814㎡(3.58평), 603동(26평) 23.859㎡(7.23평) 등이다.

이 때문에 지역 부동산 시장에서는 양지마을 통합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가 제시한 용적률 360%, 3.3㎡당 공사비 900만원을 적용할 경우, 추정 분담금은 601동이 약 1억~2억원대, 603동은 3억원대, 602동은 6억~7억원대로 최대 3배까지 벌어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주상복합의 경우 대지 지분과 관계없이 감정평가를 받을 때 시세를 충분히 반영하기 때문에 실제 분담금이 3배 이상 벌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감정평가법 제16조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감정평가액은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토지가액과 건물가액으로 구분해서 표시할 수 있다.

한형기 HK미래주택연구원장은 "양지마을 주상복합 단지는 모두 20평대로 구성돼 있고 시세도 15억원대로 비슷한 수준"이라며 "단지 재건축 시 권리가액을 산출할 때 대지지분이 차이가 나더라도 시세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분담금이 3배까지 벌어지긴 어려울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양지마을의 한 단지 주민 A씨는 "정부가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을 적용하는 선도지구로 양지마을을 지정해 용적률을 최대 400%까지 상향할 수 있도록 했지만, 막상 재건축 분담금이 예상보다 훨씬 많이 나올 것이라는 얘기가 돌면서 막막해 하는 주민이 많다"며 "용적률을 높여도 공공기여로 내놓는 몫이 많고 공사비가 뛰니 결국 주민이 생돈으로 메워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오후 경기도 성남시 한 아파트단지 모습. /연합뉴스

1기 신도시 중 한 곳인 산본에서도 재건축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산본 선도지구 추진 단지인 군포 산본동 주공11단지 등에서는 고령층 주민을 중심으로 재건축 반대를 요구하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전용 58.01㎡의 경우 현재 시세가 5억원대인데, 재건축 후 전용 70~82㎡를 받으려면 추정 분담금이 1억~2억원대로 예상되고 있다.

산본의 한 선도지구 단지 거주민 B씨는 "평생 일궈온 집 한 채가 전 재산인 고령 주민에게 시세의 절반을 현금으로 내라는 것은 나가라는 소리다"라며 "은퇴해서 소득도 많이 줄었는데 재건축 때문에 자식들에게 짐이 되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1기 신도시에 용적률 인센티브를 제공했다고 하더라도 사업 추진이 원활히 이뤄지는 데는 한계가 많다고 지적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을 통한 용적률 상향은 공짜가 아니다"라며 "임대주택 공급 등 용적률 상향에 따른 기부채납도 그만큼 증가한다"고 평가했다. 김 소장은 "1기 신도시 가운데 분당을 제외하고는 사업성을 보장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아 현재 정책만으로는 1기 신도시 재건축이 활성화되긴 역부족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동주 한국주택협회 상무는 "1기 신도시 재건축에 필요한 조합원 분담금을 예상해보면 평균 약 4억원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1기 신도시는 은퇴한 고령자 비율이 크기 때문에 자산이 대부분 부동산에 집중돼 있어 무리해서 분담금을 내고 재건축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 상무는 "1기 신도시 재건축 선도지구를 지정할 때 단지들을 묶어서 재건축을 진행하는 통합재건축을 권장했다"며 "역세권 단지와 역과 거리가 먼 단지가 한꺼번에 재건축을 하면서 단지별로 대지 지분과 입지가 달라 주민 간 이견과 갈등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