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타운을 대중화하려면 민간 기업의 시장 진입 문턱을 낮춰야 한다. 초기 투자 비용 부담을 줄이고 수익을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민간 기업이 시니어타운 조성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 일본의 경우 시니어타운을 지을 때 정부가 건축비를 지원하고, 건물 개·보수 비용도 부담한다. 전문가들은 노인 주거 및 요양 시설을 전문적으로 운영하는 사업자를 양성하는 데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日 건축 보조금 가구당 최대 1000만원인데 한국은 '0원'
일본 국토교통성은 민간 기업이 '서비스 고령자 주택(사코주)'을 건설할 경우 건축비의 최대 10%를 보조금으로 지원한다. 한 가구당 지원되는 최대 보조금은 120만엔(약 1130만원)이다. 다른 용도로 사용 중이던 건물을 사코주로 리모델링하거나, 노후화로 인한 개·보수가 필요한 경우에도 정부가 전체 비용의 30%를 부담한다. 상한액은 호당 180만엔이다. 또 태양광이나 풍력으로 에너지를 자체 생산하는 '제로에너지 하우스'로 지으면 보조금 한도액이 1.2배 늘어났다. 의료·요양 서비스를 제휴하면 보조금은 더 추가된다.
민간 기업의 시니어하우징 시장 진출을 영리 활동으로만 간주했다면, 불가능했을 지원이다. 물론 일본 정부도 처음부터 적극적이진 않았다. 일본 정부는 사회복지법인이나 비영리법인만 노인주거시설을 지을 수 있도록 규제했다. 하지만 급격한 고령화에 노인 인구가 가파르게 늘자, 민간기업이 사업 주체가 될 수 있도록 2011년 시장의 문호를 개방했다.
이러한 정부 지원에 힘입어 민간기업이 운영하는 노인주거시설은 2000년 1024곳에서 2023년 4만537곳으로 40배 증가했다. 일본 국토교통성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사코주 시설 수는 8327곳으로, 입소 정원은 29만720명이다. 유료노인홈은 1만7833곳(68만9810명), 그룹홈(치매 환자가 모여 사는 소규모 공동주택)은 1만4297곳(21만8300명)이다.
유료노인홈은 중산층 이상이 주로 이용하는 곳으로, 식사를 제공하고 건강 관리 및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 시니어타운과 성격이 가장 유사하다. 사코주는 독립 생활을 전제로 하며, 시설에 상주하는 사회복지사가 안부 확인, 생활 지원 서비스만 제공한다. 대신 보증금이 낮고 월세가 저렴한 것이 특징이다. 이 두 곳을 합하면 시설 수는 2만6160곳이다. 국내 노인복지주택은 2024년 말 기준 43곳(9231명)에 불과하다. 시니어타운은 노인복지법에 따라 노인복지주택으로 분류된다.
◇ "개발비 낮춰야 이용료 인하도 가능"
이지희 수원여자대학교 사회복지과 겸임교수는 "시니어하우징 사업은 토지부터 시작해 건물 건축, 시설 운영에 들어가는 초기 투자 자금이 상당해 단기간에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라며 "건축비를 지원하는 일본처럼 정부가 자금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일본엔 전용 대출 상품이 따로 있어, 사업비의 100%를 장기간 저리(低利)로 받을 수 있다"며 "이러한 융자 지원도 정부가 고려해 볼 만하다"고 했다.
유복재 KB골든라이프케어 상무는 "땅을 싸게 매입할 수 있도록 하거나 용적률을 상향하는 식으로 민간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효과적일 것"이라며 "개발비가 낮아져야, 운영하는 기업 입장에서도 시설 이용료를 인하할 수 있으며 사용자의 비용 부담을 절감하기 위한 방안이기도 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노인 주거 및 요양 시설을 전문적으로 '운영'하는 사업자를 육성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유 상무는 "공급이 촉진되려면 개발 사업자와 운영 사업자가 분리돼 각자의 생태계를 마련해야 한다"며 "전문 운영 사업자가 생겨나야 서비스의 질도 더 좋아질 것"이라고 했다. 예로 든 것은 일본의 '솜포케어'다. 솜포케어는 일본 전역에 2만8500개의 유료노인홈, 사코주를 운영하고 있는 전문기업으로, 이 중 90%가 토지와 건물을 보유하지 않고 사용권만을 바탕으로 설립됐다. 국내에선 요양시설(노인복지주택은 지난해 5월 시행령 개정으로 제외)을 운영하려면 반드시 자기 소유의 토지와 건물에서 해야 한다.
법적·제도적 기반부터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류재광 일본 간다외국어대학교 준교수는 "정부가 지원하려면 이를 근거할 법과 제도가 마련돼야 하는데, 한국엔 관련 법 자체가 없다"며 "노인복지법에 일부 포함된 수준인데, 법적 인프라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시니어하우징 시장과 산업이 성장할 수 없다"고 했다.
현재 중산층 고령자를 위한 주거시설과 관련한 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과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8월 '고령자 돌봄 주택 특별법'을 공동 발의했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고령자 돌봄 주택 건설과 취득, 관리 등과 관련한 세금을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 감면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국토교통부 장관이 고령자 돌봄 주택 사업에 주택도시기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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