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성산동 성산시영아파트 전경. /조은임 기자

서울 아파트 경매 시장에서 감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매각되는 아파트가 나오고 있다. 준공한 지 40년 된 한 소형 아파트가 평(3.3㎡)당 1억원이 넘는 가격에 낙찰됐다. 낙찰가는 감정가보다 70% 넘게 높고 최근 일반 매매가보다도 2억원 이상 높았다.

정부의 대출 규제,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확대 등으로 일반 거래를 통한 아파트 매입이 어려워지고 매매 시장에서의 호가가 올라가면서 이런 상승세가 경매 시장에서도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또 일반 매매보다 규제를 덜 받아 낙찰가가 높게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경매로 낙찰받은 아파트는 토허제에 따른 실거주 의무가 없다. 또 주택법에 따른 금융기관인 시중은행, 저축은행, 보험사 등이 채권자로 경매 신청을 한 경우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아파트라도 조합원 지위를 승계받을 수 있다.

4일 경·공매 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경매로 넘어간 서울 아파트 중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마포구 '성산시영'이었다. 1월 13일 서부지법에서 진행된 전용면적 50.5㎡(15.3평) 아파트(1층)는 16억원에 매각됐다. 감정가는 9억3300만원이었지만 이보다 6억6700만원 높은 가격에 낙찰됐다. 낙찰가율은 171%였다. 3.3㎡당 1억455만원이 넘는 가격에 팔린 셈이다.

성산시영은 지난 2024년 5월 28일 같은 면적의 8층이 당시 감정가(10억)의 88%인 8억8010만원에 낙찰됐었다. 1년 8개월 만에 낙찰 가격이 7억원 넘게 올랐다. 이번에 낙찰된 가격은 같은 평형의 매매가보다도 더 높다. 지난해 11월 25일 같은 면적의 아파트가 13억7000만원(13층)에 거래됐다.

1986년 준공된 성산시영은 마포구 내 최대 재건축 단지로 현재 14층, 33개 동, 3710가구 규모다. 지난해 12월 22일 마포구에서 조합 설립인가를 받아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재건축을 통해 최고 40층, 30개 동, 4823가구로 조성될 예정이다. 이 계획대로 재건축이 되면 마포구 랜드마크 대단지인 '마포래미안푸르지오'(마래푸)(3885가구)를 넘는 대단지가 된다. 성산시영은 강변북로, 내부순환로와 접근성이 좋고 북쪽으로 가양대교, 남쪽으로 성산대교·양화대교·서강대교·마포대교 등 한강 교량이 밀집해 있다. 최근 월드컵대교 개통으로 강남·여의도 접근성도 개선됐다. 단지 서쪽으로 월드컵경기장, 서남쪽으로 하늘공원이 있다.

그래픽=손민균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는 동작구 사당동 '사당우성3단지'도 지난달 감정가의 170% 가까운 낙찰가로 매각됐다. 전용 59.9㎡(18.1평)(감정가 9억원)가 15억1388만원에 팔렸다. 낙찰가율은 168%를 기록해 성산시영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지난해 11월 13일 같은 면적이 14억5850만원에 일반 거래로 팔렸던 곳이다.

우성3단지는 인근 우성2단지, 극동, 신동아4차 아파트와 합쳐 '우극신'이라고 불린다. 전체 단지 규모는 4397가구(우성2차 1080가구·우성3차 855가구·극동 1550가구·신동아4차 912가구)다. 우성과 극동은 조합을 설립해 지난해 5월 포스코이앤씨를 리모델링 시공사로 정했다. 신동아는 별도의 리모델링 추진위원회를 설립했다. 지난 2024년 10월 29일 같은 전용면적 59.9㎡인 신동아4차가 감정가(10억원)의 95%인 9억4700만원에 낙찰됐다. 1년 3개월 만에 낙찰가가 5억6000만원 넘게 오른 셈이다.

이 외에도 강남구 대치동 '개포1차우성'(매각가율 138.4%), 강동구 암사동 '선사현대'(매각가율 137.6%), 서초구 서초동 '서초삼풍'(132.1%), 성동구 금호동 '래미안하이리버'(131.7%), 영등포구 여의도동 '삼부'(129.8%), 양천구 신정동 '목동신시가지'(129.3%), 광진구 구의동 '래미안파크스위트'(129%),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127.4%)도 높은 낙찰가율을 기록하며 새 주인을 찾았다.

이주현 지지옥션 전문위원은 "경매에서 매매 시장보다 신고가가 더 많이 나오고 있다"며 "대출 규제, 토허제 등으로 일반 매매가 실제 거래로 성사되기는 어렵지만 호가는 올라가고 있고 이게 경매 낙찰가에도 반영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보통 시세보다 저가에 낙찰받기 위한 경매 시장에서 일반 거래가를 넘는 신고가가 나오는 현상은 이례적이다"라며 "시장이 과열됐을 때 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했다. 함 랩장은 "경매는 대출 규제가 비교적 느슨하고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단지의 조합원 승계가 가능한 장점 등이 있어 이런 부분도 낙찰가 상승에 반영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