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울과 과천, 성남 등에 판교 신도시 2배에 달하는 6만 가구를 공급하기로 하자 부동산 시장에서는 "정부가 할 수 있는 방법은 모두 동원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공급할 수 있는 대부분의 땅을 주택 용지로 활용하겠다는 정책 의지를 보여줬다는 것이다. 그러나 준공과 입주까지 최소 7~8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고 지방자치단체와 인근 주민들 반발도 거세 정부의 정책이 빠르게 실현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다수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 "최선 다해 공급지 확보"
전문가들은 정부가 실수요자가 원하는 입지에 최대한 대규모 물량을 공급하려는 정책 의지를 보여줬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학과 교수는 "이미 시장에서 예상했던 내용들이고 정부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정책의 의도는 분명하다"며 "공급 부족 우려에 기댄 투기적 가수요를 억제하고, 구조적 주택 공급 부족 문제를 해소해 집값 안정을 도모하겠다는 것"이라며 "적극적인 주택 공급 정책의 분명한 방향성은 긍정적"이라고 했다.
함 랩장은 "용산국제업무지구, 캠프킴, 태릉CC, 서울의료원, 과천 경마장, 방첩사 등 서울 핵심 입지의 유휴 부지를 활용해 수만 가구 규모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구상은, 수요가 집중된 지역에 공급을 늘리겠다는 점에서 상급지 선호 등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정면으로 겨냥한다"며 정부의 입지 선택도 실수요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 한계는 주민 반발과 지자체 수용 여부
그러나 지자체와 주민 반발 등을 우려하는 시각도 많다. 청년층 등을 위한 공공 임대주택을 이번 공급 대책으로 확보되는 땅에 조성한다면 입주민들의 반발이 거셀 것이라는 의미다. 임대 주택을 기피 시설로 생각해 일종의 님비(NIMBY)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 발표에서 공공 주택의 규모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정책의 추진 방향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보다 많은 청년 세대가 주거 걱정 없이 미래를 꿈꾸고, 가정을 꾸릴 수 있도록 부담 가능한 수준의 양질의 주택을 중점 공급하겠다"고 했다. 또 청년층 공급 계획 등 청년 대상 세부 공급 방안은 올해 상반기 주거 복지 추진 방안을 통해 발표할 것을 예고했다.
문제는 지역민 반발과 이에 따른 지자체의 반대 가능성도 그만큼 커진다는 점이다.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 IAU 교수)은 "문재인 정부도 유휴 부지와 노후 청사를 활용하려 했는데 당시 공공 분양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 사업이 제대로 진척되지 않았다"며 "이번에는 청년층을 위한 공공 임대 주택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돼 과거보다 더 큰 반발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부 수석도 "임대 주택에 대한 거부감이 해당 지역에서 상당할 것"이라며 "지자체와 협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설득하기 위한 시간 지연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했다. 양 수석은 "일부 대규모 주택 공급 지역은 교통 체증 등 부작용도 발생할 것이라 이런 부분도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자체의 반발도 이미 현실이 됐다. 서울시는 정부 공급 대책이 발표된 29일 오후 발표한 입장문에서 "오늘 발표된 대책은 신속한 주택 공급을 위해 서울시가 제시한 최소한의 전제 조건이 배제된 대책이라는 점에서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했다. 또 "정부가 발표한 3만2000가구 공급 대상지는 서울시의 우려와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채 발표됐다"고 비판했다.
용산국제업무지구와 관련해선 "정부는 1만가구를 제시했으나, 서울시는 최대 8000가구를 주장해 왔다"며 "이는 해당 지역의 주거 비율을 적정 규모(최대 40% 이내)로 관리하고, 양질의 주거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국제업무지구로서의 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원구 태릉CC 부지와 관련해서도 "과거 2020년 문재인 정부의 8·4 대책의 일환으로 추진돼 왔으나, 해제되는 개발제한구역 면적에 비해 주택 공급 효과가 미비해 실효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했다.
경마장과 방첩사령부 부지가 이번 주택 공급 대책에 포함된 과천시도 반대 입장이다. 신계용 과천시장은 지난 23일 "과천시는 현재도 도시 기반 시설의 수용 능력을 넘어서는 개발이 진행 중인 상황"이라며 "지역 내 추가 주택 공급지 지정에 대해서는 시민들과 뜻을 같이해 분명히 반대한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