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에서 내려다 본 국제업무지구(옛 용산정비창 부지) 개발 현장. /정민하 기자

정부가 1·29 공급 대책에서 서울의 가장 큰 주택 공급지로 선택한 곳은 용산이다. 용산 철도정비창 부지를 개발하는 용산국제업무지구와 주한미군 특수작전사령부가 주둔했던 캠프킴(Camp Kim), 서빙고동 '501 정보대' 부지, 용산 유수지, 용산우체국 등 활용할 수 있는 모든 땅에 주택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정부 계획대로 되면 총 1만3501가구가 용산 일대에 지어진다. 철도 정비창 부지를 개발하는 국제업무지구에는 1만 가구의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했다. 송파구 대단지 헬리오시티(9510가구·면적 약 34만6570㎡)급 주거단지를 정비창 부지에 집어넣겠다는 의미다.

정부가 용산을 공급 대책의 핵심으로 제시한 것은 서울 안에 유휴 부지 중 용산보다 우수한 입지와 교통 여건을 갖춘 곳이 없다는 판단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그동안 정부는 실수요자들의 주거 수요와는 동떨어진 지역에 신도시를 개발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강한 반대를 받은 경우가 많았는데 용산역과 연결되는 서울 핵심 입지인 용산은 이런 비판을 받을 가능성도 없다.

다만 서울시가 용산국제업무지구 등에 학교·도로 등 인프라 부족을 이유로 주택 공급 확대에 반대 입장을 밝혀왔기 때문에 실제 주택 공급이 정부의 계획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 "핵심 입지로 대기 수요 진정"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용산은 서울의 노른자 땅이기 때문에 이곳에 주택을 공급할 때의 상징성이 있고 실수요자들이 원하는 입지 요건을 충족시켜 대기 수요를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어 정부가 용산에 가능한 최대 물량을 공급하고 싶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부 수석도 "서울은 개발할 수 있는 땅이 고갈된 상태인데 서울 주택 대기 수요를 고려할 때는 매력적인 입지에 공급 계획이 나와야 해 용산에 대규모 주택을 집어넣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진단처럼 용산은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마포, 성동 등과 함께 서울 내의 핵심 입지로 꼽힌다. 정부가 주택 공급지로 꼽은 용산국제업무지구 인근 한강로 2가에 있는 '용산푸르지오써밋'은 지난해 7월 전용면적 118.36㎡가 30억원에 매매됐다. 같은 단지 전용 137.57㎡는 같은 달 34억5000만원에, 전용 169.34㎡는 48억원에 손바뀜됐다. 이처럼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고가 주택 지역에 공공임대 등 주택을 지어 실수요자들을 만족시키겠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인 셈이다.

그래픽=손민균

◇ 서울시·자치구 반대는 '넘어야 할 산'

다만 서울시와 자치구인 용산구, 인근 입주민들의 반발이 예상돼 정부의 공급 대책이 실행되는 데는 험로가 예상된다. 용산 내 대표적 부지인 용산국제업무지구의 주택 공급량을 두고 서울시는 학교·도로 등 주변 인프라를 설립하는 게 어렵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앞서 서울시는 이 지역에 6000가구 공급을 전제로 도시계획을 짰었는데 정부가 1만 가구 공급안을 추진하자 지난해 말 8000가구까지 공급하는 절충안을 제시했다.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은 "공급 대책은 얼마나 빠른 시일 내에 주택을 공급하는냐의 시간 싸움인데 서울시와 용산구, 지역 주민이 크게 반발하는 상황이라 사업이 계획대로 착수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입주까지 적어도 7~8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김진유 경기대 교수는 "용산국제업무지구에 헬리오시티 규모의 단지를 주거용으로 집어넣겠다는 것인데 국제업무지구로서의 기능이 상당히 축소되고 서울시와 지역 주민의 반발 등으로 인해 사업이 진행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