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노년층의 주거 안정과 생활 편의를 높이기 위한 정책으로 고령자 장기민간임대(실버스테이) 입주자에게 직계비속의 우선 입주권을 주는 방안을 추진한다. 실버스테이에 입주한 부모의 자녀가 무주택자이면 같은 단지의 임대주택에 입주할 수 있는 우선권을 주겠다는 것이다.
실버스테이는 60세 이상 중산층 고령자를 대상으로 고령층 특화 설계와 주거, 식사, 생활지원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장기민간임대주택(20년)이다. 시세의 95% 이하 임대료를 내며 임대료 인상률도 연 5% 이내로 제한된다.
12일 법제처에 따르면 법제처는 지난 10일부터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입법 예고한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시행규칙'을 심사하고 있다. 이 시행규칙은 실버스테이의 주택을 공급받은 사람의 직계비속이면서 무주택세대 구성원인 사람은 해당 주택과 같은 공동주택 단지에 있는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을 우선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실버스테이는 100% 고령자용 주택으로 짓는 경우도 있지만 사업자에 따라서는 일정 비율을 실버스테이로, 일정 비율을 일반 민간임대로 혼합해서 짓는 경우가 있다"며 "실버스테이에 고령자가 입주하면 그 자녀는 같은 단지에 우선 입주할 수 있도록 해 고령의 부모와 가까운 곳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책이다"라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법제처 심사가 끝나면 이를 바로 공포해 시행할 계획이다.
정부가 직계비속과 실버스테이 입주민을 함께 생활할 수 있도록 정책을 짠 것은 세대 혼합(generation mix) 주거 정책의 하나로 이미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이런 형태의 주거 방식이 시도됐다. 서울시는 2022년 7월 은평구 혁신파크 부지를 세대공존형 실버주택 '골드빌리지'로 조성한다고 밝혔다. 다만 사업성이 악화하면서 계획은 무산됐다. 또 우리보다 앞서 고령화를 겪은 일본은 2000년대 부모와 자녀가 가까이 거주하도록 주택을 공급하는 '근거리 주거' 개념이 나왔다. 일본 정부는 근거리 주거를 '주거는 다르나 일상 왕래가 가능한 범위에 사는 것'이라고 공식 정의하기도 했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실버스테이 입주민 직계비속에 우선 입주권을 주는 정책은 정부가 세대 혼합 단지를 만들고 싶은 의지를 실버스테이에 반영하려는 것"이라며 "다만 실제 부모와 자녀가 근거리에 함께 거주하기를 원하는지는 개인의 선택에 달린 문제기 때문에 정책을 시행할 때 개인의 선택권이 침해되지 않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기 실버스테이 조성지로 경기 구리 갈매지구를 선정했다. 우미건설 컨소시엄이 짓는 실버스테이 단지는 공동주택 725가구 중 절반인 346가구가 실버스테이로 공급될 계획이다. 입주 시기는 2029년으로 예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