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속한 주택 공급을 위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지역인 서리풀 공공주택지구 개발의 속도를 내고 있지만 주민 반대가 거세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내년 1월 지구 지정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라"고 지시했지만, 서리풀 지구의 주거 지역 주민을 중심으로 "개발 절차를 단축하면서 환경영향평가 등을 졸속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존 거주민의 반발이 거센 상황에서 국토부의 공공주택 공급 계획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20일 정부와 서리풀지구 새정이마을 등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 17일 서울서리풀1 공공주택지구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 기후변화영향평가서 초안 공청회를 개최했다.
국토부는 지난해 11월 5일 서울 서초구 서리풀 지구와 경기권의 고양 대곡, 의왕 오전·왕곡, 의정부 용현 등 4개 지구의 그린벨트를 해제해 5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서리풀지구는 서울에서 12년 만에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하는 곳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정부는 서초구 원지·신원·염곡·내곡동에 걸쳐 있는 서리풀 1지구와 우면동 일원의 서리풀 2지구 일대 221만㎡(약 67만평) 규모를 개발해 청년층·신혼부부에게 특화된 공공주택 2만가구를 공급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서울의 주택 공급난이 심화하자 신규 택지에 2029년부터 주택을 분양하고 2031년 첫 입주를 진행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김 장관은 지난 5일 서리풀지구를 찾아 "관계 기관 사전 협의 등 단계별 절차를 적극적으로 관리하며 내년 1월쯤 지구 지정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라"면서 "사업 과정 전반에서 주민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주민의 의견을 적극 청취하는 등 세심하게 조치해 달라"고 당부했다.
국토부는 서리풀 지구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1지구의 새정이마을과 2지구의 송동마을, 식유촌마을 주민 등을 중심으로 "강제 수용 방침에 반대한다"며 맞서고 있다. 전답이나 논 등 비주거 토지 소유자들은 개발에 호의적인 반면, 반대 의사를 표명한 곳은 주거 지역이다.
이번 서리풀 1지구 공청회에서도 새정이마을을 중심으로 "개발 절차가 졸속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토부는 서리풀지구의 지구 지정을 내년 상반기까지로 계획했으나 이를 내년 3월로 앞당긴 데 이어 또다시 1월로 지구 지정을 서두르면서 환경영향평가 등이 부실하게 진행됐다는 게 주민들의 지적이다.
새정이마을 주민 대표 A씨는 "개발 예정지 환경영향평가에서 천연기념물인 새매와 소쩍새, 맹꽁이 등 다수의 법정보호종이 발견됐다"며 "사업 시행자가 해당 지역이 이들 종의 서식지, 도래지, 번식지가 아님을 면밀한 조사를 통해 명확하게 증명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A씨는 "전체 조사 기간도 10일에 지나지 않았다. 시간적 여유조차 주지 않고 확정 고시를 강행하려는 것은 명백한 절차적 부실을 야기하고 환경 가치를 무시하는 전형적인 졸속 행정이다"라면서 "주거 지역의 존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서리풀 2지구의 반대는 더욱 극심한 상황이다. 서리풀 2지구 주민들은 설명회 집단 불참을 선언했다. 설명회가 무산된 이후 서리풀 2지구의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 공청회 일정이 24일로 예정돼 있지만, 이 자리에서도 주민들의 반발이 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주민 반발은 국토부의 서리풀 지구 개발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당장 목표한 지구 지정 시기까지 약 2개월밖에 남지 않아 주민 설득에 속도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보상 조기화를 통한 사업 기간 단축을 계획하고 있지만, 반발하는 주민이 많을 경우 수용 재결 신청 등 이의를 제기할 가능성이 커 사업의 속도를 내기 어려울 전망이다.